음모론 용어 '신 세계질서' (4) : 가정된 체제의 특성
New World Order (conspiracy theory)
3. '신 세계질서'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체제의 특성
'신 세계질서'(New World Order)의 본성에 관해서는 음모론자들 사이에서도 몇몇 이론들이 그 내용 면에서 상호 중첩되거나 모순되고 있기 때문에, [음모론자들이 향후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신 세계질서' 체제의 구조나 그 기획자들의 실행방법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믿음들이 존재한다.
3.1. 점진주의
일반적으로 음모론자들은 '신 세계질서'가 점진주의(gradualism)의 흐름 속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음모론자들은 그러한 사례로서 1913년 설립된 미 연방 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ed), 1919년 창설된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LN [역주] UN의 전신), 1944년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1945년 창설된 국제연합(UN)과 월드뱅크(World Bank: 세계은행), 1948년 창설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1993년 창설된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및 유로화(euro) 화폐, 1998년 창설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2002년 창설된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 AU), 2008년 창설된 남아프리카 국가연합(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 USAN) 등을 주요한 전환점으로 거론한다.(주6)
미국 우파적 대중 영합주의자들(=우익 포퓰리즘: right-wing populists)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음모론은,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및 멕시코와 캐나다의 싱크탱크들이 제안한 북미 연합(North American Union: NAU) 및 아메로(amero) 화폐의 창설이 '신 세계질서'의 다음번 전환점이라고 주장한다. 이 음모론은 비밀스런 그룹과 대부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제적인 엘리트들이 미국 연방정부를 초국적(transnational) 정부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면서, 일군의 세계화주의자들이 은밀하게 미국, 멕시코, 캐나다 사이의 국경선을 지워 없애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음모론자들은 이러한 세계화주의자들이 가진 궁극적 목표가 워싱턴, 오타와, 멕시코시티에 있는 3개국 정부들을 유럽연합 스타일의 정치연합체 및 비대한 관료주의로 대체하려 한다고 본다.(주65)
하지만 이 음모론에 비판적인 이들은 '북미연합'이란 개념이 매년 수천 건씩 발행되는 학자들의 논문이나 정책 보고서들 중 하나에서 제안된 내용일 뿐이라고 반론한다. 이러한 논문이나 보고서들은 사회, 경제, 정치 문제들에 관해 거의 모든 형태의 이상적인 접근방법을 주창하지만, 결국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건들은 대부분 발표자의 주변 서클에서만 회람되며, 종국에는 의회 사무처에서 근무하는 중하급 직원들의 손에서 파기되거나 잊혀져버리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건들 중 일부는 음모론 주창자들의 시금석으로 이용될 수 있고, 특히 경제적 욕구가 왕성한 시기에는 모든 종류의 근거없는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 제노포비아)의 토대를 형성하기도 한다.(주65) 가령, 2007~2008 세계 금융위기의 결과로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외환보유 방식을 비상 검토하라는 압력을 받았던 사례나, 유엔 무역개발기구(UNCTAD)가 IMF의 특별 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s)을 대폭 확대하라고 제안했던 내용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음모론자들은 이러한 제안들이 '신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미국으로 하여금 단일 세계통화(single global currency)를 채택하라는 요구로 변할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주66)(주67)
마크 패트리지(Mark C. Partridge)처럼 '신 세계질서' 음모론을 비판하는 정치학자들은, 각국 정부들이나 국제기구들이 개별 국민국가(nation-state)의 능력을 뛰어넘는 전세계적 문제들의 대처하는 데 있어서 비효율적이란 점이 판명됐다고 보면서, 향후 수십년간은 [지구적 차원의 단일 세력이 아니라] 역내의 거점을 중심으로 작은 권력 집단들이 형성되는 방식으로 [국제관계에서] 지역주의(regionalism)가 주요한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령, 벨기에의 브뤼셀(Brussels)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Western Europe), 미국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Western Hemisphere),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East Asia),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Eastern Europe)이 바로 그러한 지역들이다. 또한 EU,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上海合作組織: SCO), G-20 같은 기구들이 향후 더욱 큰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지구적 차원의 통치행정)가 점진적으로 출현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지역 강국들(regional powers)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국가들과 상호 작용할 것인지가 문제일 것이다.(주68)
3.2. 쿠테타
미국의 우익 포퓰리즘 계열 음모론자들 중에서, 특히 밀리샤 운동(militia movement: 군사적인 반정부 권리 운동) 참여자들은 '신 세계질서'의 완성이 "비밀 팀"(secret team: ST)이 검은 헬리콥터(black helicopters)를 이용해 미국 및 여타 국가들에서 쿠테타를 일으키고 전체주의(totalitarianism) 세계정부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모론자들은 그러한 세계정부가 UN의 통제를 받고 UN 평화유지군 병력을 통해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렉스 84(Rex 84: 미 연반정부의 계엄령 시행계획) 및 정원 음모 작전(Operation Garden Plot, 오퍼레이션 가든 플롯: [역주] 미 국방부의 국내소요 작전계획)을 통해, 군대가 미국 헌법을 정지시키고 <계엄법>을 부과시켜며, 군 지휘관들이 국가수반 및 지방정부 수장으로 임명되는 군사정권을 수립하면서, 정부정책 반대자들을 구금한다는 것이다.(주69)
이러한 음모론자들은 모두가 개인의 총기소지 권리(right to keep and bear arms)를 강력히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떠한 형태의 총기규제(gun control) 법안 제정도 결국 개인의 총기소유 박탈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리고 평화적인 반대자들 중 참다웁게 '신 세계질서'에 위협이 될만한 이들을 가려내려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 같은 비상사태 관리기구들이 설치한 난민캠프들(refugee camps)을 이용해 체제전복(subversion) 시도자들을 구금할 것이라 생각한다.(주20)
2000년 이전, 일부 생존주의자들(survivalists)은 ['신 세계질서'로의 이행과정이] 사회적 붕괴(societal collapse)를 일으키는 2000년 문제(Y2K problem 혹은 Year 2000 Problem: [역주] 컴퓨터가 2000년이라는 시각을 인식 못해 발생할 수도 있었던 문제들)를 통해 사전에 준비돼 있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주70)
또한 우파와 좌파 양 진영 모두의 많은 음모론자들은, 미 연방 정보 공동체(United States Intelligence Community: IC [역주] 1981년에 설치된 17개 정보기관들의 협의체)가 국내에서의 정치적 억압(political repression: 혹은 정치적 차별) 및 해외에서의 선제적 전쟁(preemptive war)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긴장조성 전략(strategy of tension)의 일환으로 9/11 공격사건(September 11 attacks)이란 위장술책의 작전을 일으켰다는 9/11 음모론을 믿는다. 따라서 이러한 음모론자들은 경찰국가(police state)로의 이행을 위해 [2007년 선포된] 미국 대통령령 제51호(Executive Directive 51: 정식 명칭은 '국가안보 및 국내치안에 관한 대통령령')을 발동시킬만한 보다 재앙적인 테러사건(terrorist incident)이 발생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주71)
그러나 이 음모론에 회의적인 이들은, 임박했거나 최종적인 총기규제, 군사 쿠테타, 구금, UN의 침략 및 점령에 관한 근거없는 공포심들은 미국의 밀리샤 운동이 지닌 피포위 강박관념(siege mentality: [역주] 항상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 강박 관념) 뿐만 아니라 '지복 천년설'(apocalypticism: 종말론)에 기반한 '천년왕국설'(millenarianism)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천년왕국설은 미국의 정치적 우파들 사이에서 기본적인 소재를 제공하는 것으로, 입헌 공화국(constitutional republic)이나 제퍼슨적 민주주의(Jeffersonian democracy), 그리고 "기독교[=개신교] 국가"(Christian nation)나 "백인 국가"(white nation) 같은 이상적인 사회가, "빅 거번먼트"(Big Government: 큰 정부)나 세계주의자들이 '신 세계질서' 수립을 위한 음모를 꾸며주길 바라는 미국 자유주의(Liberalism in U.S.) 진영의 세속적 인본주의(secular humanism: [역주] 비종교 교육을 경멸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 때문에 저지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주14)
3.3. 대규모 시민 감시
음모론자들은 시민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의 남용(surveillance abuse)을 우려한다. 그들은 대규모 감시망(mass surveillance, 매스 서베일런스)과 관련된 감시산업 복합체(surveillance-industrial complex) 세력 핵심부가 정보의 숭배(cult of intelligence)를 통해 '신 세계질서'를 실행해나간다고 믿는다. 또한 [미국 시민들에게 부여되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SSN) 및 소매용 상품들에 부착되는 통일상품코드(Universal Product Code: UPC)를 이용한 바코딩(bar-coding),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마이크로 칩 내장(microchip implants)을 통한 무선인식 전자태그(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RFID) 부착 등도 역시 '신 세계질서'로의 이행과정이라고 믿는다.(주6)
캐더린 알브레히트(Katherine Albrecht)나 리츠 맥인타이어(Liz McIntyre)(주72) 같은 소비자 보호 운동가들은, 기업들과 정부가 RFID 부착을 통해 모든 소비자들의 행동을 추적하려 하는 것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같은 감시국가(surveillance state)를 향한 가장 최근의 움직임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 계열의 [새로운] 음모론자들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싸이 칩(spychips)을 등록하는 이유가 카드결제 시스템(point of sale: POS)과 연동된 자동 데이터 수집 시스템(Automatic identification and data capture: AIDC), 그리고 정교한 ID 및 인증(authentication) 시스템과 더불어, 현대적인 데이타 베이스(database)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상품 구매과정에서 생물측정학(biometrics: 바이오 인식)적 숫자나 부호를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요한계시록>(Book of Revelation)에 예언된 짐승의 숫자(Number of the Beast: 즉 '666')와 매우 닮았다며 두려워한다.(주6)
2002년 1월, [미 국방성(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은 '정보인지 사무국'(Information Awareness Office: IAO)을 설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안보에 대한 비대칭적 전투(asymmetric warfare) 측면의 위협에 대해,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춘 DARPA의 여러 사업들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을 개발 배치하는 일이 잠재적으로는 대규모 시민감시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중적 비판이 일어나자, 미 의회는 2003년에 IAO에 대한 예산지원을 동결시켰다.(주73)

한편, IAO가 최초에 사용했던 상징 로고(우측사진)도 두번째 논란의 원천이 됐다. 이 로고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만물을 살펴보는" 섭리의 눈(Eye of Providence: 모든 것을 살피는 신의 눈)이 지구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고, "아는 것이 힘"(scientia est potentia)이라는 라틴어 경구가 새겨져 있었다. 결국 DARPA가 이 로고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긴 했지만, 사생활 보호 주창자들에겐 지속적 인상을 남겼다.(주74) 이 로고는 또한 "눈(眼)과 피라미드"를 일루미나티(Illuminati, 광명회[光明會])의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 상징(주33)(주75)으로 그릇되게 해석하던 음모론자들도 흥분시켰다.(주76) '일루미나티'는 18세기에 존재한 비밀결사체로서, 이 음모론의 신봉자들은 '일루미나티'가 지금도 존속하면서 '신 세계질서'를 수립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고 있다.(주36)(주37)
미국 역사학자 리차드 란데스(Richard Landes)는 '지복천년설'(=종말론)의 역사에 관한 전문가이며,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 '종말론 연구센터'(Center for Millennial Studies)의 공동 설립자 중 한명이다. 란데스는 이머징 테크놀로지(=신기술)가 종종 천년왕국론자들의 기우(alarmism)를 촉발시키곤 한다면서, 심지어 1943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395~1468)의 인쇄기(printing press)가 등장했을 때도 종말론적 사고의 물결이 일어났었다고 말했다.
'2000년 문제'(Y2K 문제), 바코드, 사회보장번호는 모두 종말의 시기(end-time: 마지막 때)에 관한 경고를 촉발시켰다. 그러나 일단 대중들이 이러한 기술적 변화들에 익숙해지자, 그러한 경고들은 오류로 판명되거나 더 이상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게 됐다.(주77) 시민적 자유주의자들은 미국에서 감시체제의 사유화가 이뤄지고 감시산업 복합체가 부상하는 일이 프라이버시(privacy) 침해에 관한 적법한 우려들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주78)
하지만, 대규모 시민감시 음모론에 회의적인 이들은 그러한 우려들을 빅 브라더(Big Brother: [역주] 소설 <1984>의 등장하는 수수께끼 같은 독재자)에 관한 세속적 편집증(파라노이아)이나 '적(敵) 그리스도'(Antichrist)에 관한 종교적 히스테리와는 구분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주6)
3.4. 비의주의 (오컬트주의)
영국의 수정주의(revisionist) 여류 역사학자 네스타 헬렌 웹스터(Nesta Helen Webster: 1876~1960)를 효시로 하는 '기독교(=개신교) 우파'(Christian right: 혹은 '종교적 우파'[religious right])의 음모론자들은, 고대 오컬트(occult: 초자연적 신비적 지식)의 음모가 서방세계(Western world)의 유대교-기독교(Judeo-Christian)의 [윤리적] 토대들을 전복시킨 후, 대중들로 하여금 적-그리스도의 제국숭배 신앙(imperial cult: [역주] 황제나 제국을 숭배하는 신앙)을 포용하도록 만들어 '신 세계질서'를 수립하려 한다고 믿는다.(주6)
이 음모론자들은 '고대의 오컬트'가 그노시스주의(Gnosticism: 영지주의)의 비법 전수자들(mystagogues)에서 시작되어 비전적(秘傳的, esoteric: 밀의적, 신비적) 계승자들을 통해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비전적 계승자들에는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Kabbalah), [기독교 이원론인] 카타리파(Catharism, 카타르주의), 템플 기사단(Knights Templar: 성전 기사단),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 '세번 위대한 헤르메스')의 저술에 기원을 둔다는] 헤르메티시즘(Hermeticism 혹은 Hermetism: 비전주의), 장미 십자원회(Rosicrucianism), 프리메이슨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일루미나티가 포함된다.(주6)
이들 음모론자들의 생각을 보다 넓은 측면에서 살펴보면, '신 세계질서' 수립을 모의하는 세계주의자들이 몇몇 종류의 오컬트적 명령권자들로부터 지령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이러한 명령권자들에는 미지의 상위권자들(unknown superiors: [역주] '프리메이슨리'가 한때 도입했던 위계질서 상의 상위회원), [신지학에서 말하는] 고양된 스승들(ascended masters), 악마들(demons), 타락한 천사들(fallen angels), 루시퍼(Lucifer: 사탄의 별명)가 있다. 또한 '신 세계질서' 수립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자신들의 세계통치 계획을 진전시키기 위해 오컬트 과학(occult sciences: 특히 수점술[numerology, 數占術]), '섭리의 눈' 같은 상징들, 프리메이슨 주술행위들(Masonic degrees) 같은 의례들,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 공원의 배치구조(National Mall landmarks) 같은 기념물들, [캐나다의] 매니토바 주의회 의사당(Manitoba Legislative Building)(주79) 같은 건축물들, [미국 콜라라도 주의] 덴버 국제공항(Denver International Airport) 같은 시설들을 이용한다고 믿는다.

가령, 1979년 6월 "R. C. 크리스찬"(R. C. Christian)이란 가명을 사용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미국 조지아 주에 거대한 화강암 거석 조형물(megalith, 巨石)을 세웠다(우측사진). 이 오컬트적 조형물에는 나침반, 달력, 시계가 새겨져 있었고, 10대 강령을 포함한 메세지도 여러 언어들로 새겨졌다. 그것은 최후의 심판일에 발생할 사태(doomsday event)에서 생존한 사람들에게 남기는 지시사항으로서, 파괴돼버린 이전의 문명보다는 보다 각성되고 지속가능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갖고 있다.
"조지아 가이드스톤"(Georgia Guidestones)이라 불리는 이 조형물은 이후 수많은 관념들이 부과되는 영적, 정치적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 [역주] 잉크 무늬 그림 10장을 보여주는 심리학적 테스트)가 됐다. 뉴 에이지(New Age) 계열 일부 및 네오 파가니즘(neo-paganism, 신 이교주의)은 '조지아 가이드 스톤'을 [고대의 영적] 힘의 연계지점인 레이 라인(ley-line, 혈맥)으로 숭배하며, 소수의 [기독교 계열] 음모론자들은 그것이 '신 세계질서'의 반-기독교적 "10계명"(Ten Commandments)을 새겨놓은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가이드 스톤이 창건자들의 의도대로 몇 세기 후에도 존속한다면, 아마도 이와 마찬가지로 최초 설계자의 의도와 상관없는 더 많은 의미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주80)
비판적 관점의 이들은, 음모론자들이 서양 비교[秘敎](Western esotericism)를 악마화(demonization)하는 일이 종교적 편협성(religious intolerance)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근대 유럽의 마녀사냥 및 [1980년대] 미국에서 터져나온 악마 제의 학대행위(satanic ritual abuse: SRA) 관련 고발들에 불을 지폈던 것과 동일한 도덕적 공황(moral panic)에도 기인하는 것이라 주장한다.(주6)
3.5. 인구통제
음모론자들은 '신 세계질서'가 개인들의 움직임을 보다 용이하게 감시 통제하기 위해 인구조절 정책(human population control)을 시행할 것이라고도 믿는다.(주6) 음모론자에 따르면, 인구통제의 수단은 금욕(abstinence), 피임(contraception), 낙태(abortion)를 조장하는 생식보건(reproductive health) 및 가족계획(family planning) 사업을 통해 인간사회의 성장을 중지시키는 일부터 시작하여, 불필요한 전쟁들을 통한 학살(genocides, 제노사이드), 신생 바이러스(emergent virus)의 생산 및 오염된 백신(vaccine)을 통한 전염병들(plagues), 그리고 [미 국방부의 연구사업으로서 음모론자들이 기상통제 무기라고 의심하는] 고주파 활성 오로라 연구계획(HAARP)이나 [음모론자들이 악의적 목적을 지닌 것이라고 의심하는] 제트기 비행운(chemtrails) 등 기상조절(controlling the weather)을 통해 고의적으로 세계인구(world population)를 대규모로 감소시키는 일까지 다양하다.
음모론자들은 '신 세계질서' 수립 음모를 꾸미는 세계화주의자들이 신 멜서스주의자들(neo-Malthusians)이라고 주장한다. 음모론자은 이러한 신 멜서스주의자들이 응집력 있는 인구통제 및 궁극적으로는 세계정부 수립을 위한 대중적 지지 확보를 위해 인구과밀(overpopulation) 현상 및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관한 기우를 조성한다고 주장한다.
이 음모론에 비판적인 이들은 인구조절에 대한 두려움의 연원이 20세기 초 10여년간 미국에서 유행했던 우생학(eugenics) 운동의 "약자에 대한 전쟁" 및 1940년대 말부터 태동해 1960년대까지 이어졌던 미국의 제2차 적색공포 시대(Red Scare)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2차 적생공포 시대에 미국의 극우파(far right) 정치인들은 공공보건(public health) 정책을 일상적으로 반대했다. 그들은 특히 수돗물 불소투입(water fluoridation), 집단 예방접종(vaccination), 정신보건(mental health)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이 모든 일들이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광범위한 음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주81) 이러한 미국 극우파들의 관점은 당시 몇년간 급격히 발생했던 여러 주요한 사회 정치적 변화들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특히 유엔 및 유엔의 사업들을 필두로 하는 국제주의(internationalism)의 성장, 사회 복지(welfare) 장치들의 도입, 뉴딜(New Deal) 정책으로 추진된 다양한 사업들, 미국의 사회적 구조에서 [계층간] 불평등을 감소시키려는 정부의 노력 등이 그러한 변화에 해당한다.(주82)
(주81) Henig, Robin Marantz (1997). The People's Health. Joseph Henry Press. p.85.
(주82) Rovere, Richard H. (1959). Senator Joe McCarth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21~22. |
3.6. 마인드 콘트롤 (세뇌)
사회 비평가들은 정부, 기업, 국가여론 조작 선전선동에 참여하는 대중매체(mass media, 매스 미디어)을 비난하면서, 역설적으로도 의심 많고 상호 두려워하는 인구들이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할 가능성 때문에 사회적 통제(social control)의 증가에 대한 공포문화(culture of fear)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음모론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신 세계질서'가 마인드 콘트롤(mind control, 세뇌)을 실행하는 것이다. 마인드 콘트롤은 개인의 독자적인 사고, 감정, 의사결정의 통제능력을 상실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전술들을 의미한다.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그러한 마인드 콘트롤 전술에는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MK울트라 프로젝트(Project MKULTRA)나 프로젝트 모나크(Project Monarch) 등 리차드 콘돈(Richard Condon: 1915~1996)이 1959년 발표한 소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Manchurian Candidate: 세뇌당한 꼭두각시)에 나오는 것처럼 슬리퍼 에이전트(sleeper agent: 잠복된 요원)의 세뇌(brainwashing)에서부터 시작하여, 수돗물 불소화와 잠재의식 광고(subliminal advertising), 그리고 "무선 환청 효과"(Silent Sound Spread Spectrum: SSSS, 혹은 microwave auditory effect)와 [미국의 비살상 정신타격 무기인] 메두사(MEDUSA) 같은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 작전들, 그리고 [미 국방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 같은 초심리학(parapsychology) 작전들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주83)
이러한 위협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알루미늄 호일 모자(tin foil hat)를 착용한다는 개념은 이제 [그러한 음모론자들에 대한] 조롱을 뜻하는 전형적인 대중적 표현이 됐다. '알루미늄 호일 모자'란 문구는 편집증에 대한 대명사가 됐고, 음모론자들에 관해 사용하곤 한다.
비판적인 이들은 마인드 콘트롤, 인구통제, 오컬트주의, 대규모 시민감시, 빅 비지니스(Big Business), 빅 거번먼트(큰 정부), 세계화 등에 관해 음모론자들이 강박관념을 갖는 배경에는 2가지 요소의 결합 현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요소는 해당 음모론자가 강력한 개인주의(individualist) 가치를 갖고 있는 경우이고, 둘째 요소는 그러한 이가 권력이 없는 경우이다.
첫번째 속성은 개인의 권리를 매우 신경쓰는 이들이 갖고 있다. 이러한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이나 삶의 지침이 (정부와 같은) 커다란 체제에 의해 간섭받거나 종속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이 자신의 삶이 지닌 무능력함에 관한 인식과 결합될 경우, 심리학자들이 "능력 공황"(agency panic)이라 부르는 상태에 빠진다. '능력 공황'이란 외부의 힘이나 규제에 의한 명시적인 자율권 상실에 관해 강력한 걱정을 갖는 것이다. 열렬한 개인주의자가 자신들의 자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느낄 경우, 그들은 위기감을 가지면서 이러한 자유의 찬탈이 보다 커다란 세력의 탓이라고 가정하곤 한다.(주84)(주85)
|
첫댓글 미국의 개독 극우파들이 1950년대에 주장했던 "복지 반대"를
21세기인 요즘, 한국의 수꼴들이 주장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