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간 정말 잘
쉬었던 ‘House of Rose’와 작별하고 오늘은 엘니도(El-Nido)로
떠납니다. 엘니도는 팔라완의 가장 북쪽 끝에 위치하는 곳입니다. 아침 7시에 15인승 미니버스가 저를 태우러 숙소로 왔습니다. 이미 승객들을 가득 채우고 마지막 한자리만 남아 있더군요. 베트남이나
인도의 밴 차량보다 좋지 않았지만 더 비싼(700페소) 럭셔리(?) 밴이었습니다. 아무튼 버스가
350페소이니 딱 두 배인 셈입니다.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1~2시간 정도의 시간을 절약하고, 에어컨이 있으며 따라서 흙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사기로 한거죠.
엘니도까지 가는 도로는 세가지 정도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약 200km 쯤의 거리인데 중간지점 정도 되는 Roxas까지는
포장도로입니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쌩쌩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좋습니다. 2시간 정도 걸립니다. Roxas까지가 섬의 남부 해변을 따라가는
도로라면 Roxas부터는 내륙을 가로질러서 섬의 북부해변쪽으로 도로가 이어집니다. 이 도로는 한창 공사중인 도로입니다. 주행여건으로서는 최악의 조건이죠. 이 공사중인 도로는 북부해변에 거의 근접한 Abongan까지 이어집니다. Abongan에서부터 엘니도(El Nido)까지는 비포장도로입니다. 하지만 평탄작업이 잘 되어 있는 도로라서 자갈들이 차량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만 빼면 차는 시속 50km 정도의 괜찮은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이런 길로
마지막 2시간 정도를 달립니다. 이 길에서는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라 에어컨 차량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됩니다. 총 주행시간은 중간 휴식시간 30분을 포함하고도 6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도로가 더 포장되면 더 빨라지겠죠.
중간에 쉬는 곳은 록사스(Roxas)입니다. 마을 자체로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 마을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앞바다에 섬들이 제법 많이 떠 있고 유명한 리조트인 코코로코섬(Coco-Loco Is) 리조트가 있는 곳입니다. 섬이 달걀처럼 생겼는데
섬을 멋진 모래 사장이 360도 둘러싸고 있는 섬이더군요.
그런데 이 동네의 섬들은 혼다베이의섬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호떡섬입니다. 호떡처럼
아주 납작하다는 말이지요. 엘니도의 섬들과 이 곳의 섬들은 정말 다릅니다. 엘니도의 섬들은 마치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떠 있는 섬들과 비슷하지요. 호떡섬들은
하늘 위에서 보면 멋있지만 해수면 높이에서 보면 좀 재미가 없습니다.
6시간의 가벼운(?) 여행
끝에 엘니도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는 엘니도 타운의 동쪽 끝 쯤에 있는 터미널에 세워줍니다. 짐이 먼지를 뒤집어 써서 장난이 아니네요. 트라이시클들이 달라 붙지만
바로 앞에 있는 길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마을길이 나옵니다.
아직은 대낮이라 그런지 마을길이 한적한 것 같습니다. 마을길 초입이라
그런지도 모르죠.
일단 바다로 나가봅니다. 엘니도 앞바다를 무척 보고 싶었거든요. 오오.. 역시 섬들은 저렇게 생겨야 좀 볼 맛이 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는 길에 보니 앞바다에 저런 섬들이 제법 촘촘히 떠 있더군요(하롱베이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 이 엘니도 앞바다의 섬들이 이루는 군락을 Bacuit Archipelago라고
부릅니다.
이제 숙소를 찾을 시간입니다. 인터넷을 좀 검색해보니 옥스(Og’s)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좋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해변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인데 제법 잘 지어 놓은 큰 건물이더군요. 그런데 싱글룸이 800페소라고 하길래 바로 돌아서서 나왔습니다. 뭔가 다른 곳이 있을
것 같아서 해변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 봤습니다. 좀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있어 2층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Bayview Inn이라는 이름의 숙소였습니다.
골목에서 보면 별 것 없지만 숙소 2층 베란다가 바로 해변에 접해
있어서 바다 풍경이 바로 보이는 곳입니다.
아주머니가 바다 바로 앞에 있는 구석방을 보여주더군요. 거의 벽
전체가 창문인데 창문이 바다쪽으로도 나 있고 해변이 보이는 방향으로도 나 있는, 전망으로 치면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침대 상태도 나쁘지 않더군요. 아주머니가
방값이 500페소라고 하는데 4일동안 있을거고 투어도 할거고 PPC로 돌아가는 밴도 여기서 예약하겠다고 해서 하루 400페소에
있기로 했습니다.
숙소의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바로 이런 바다가 보입니다. 정말 환상적이지
않나요? 사실 나중에 이 지역 숙소 리스트를 쭉 보니 해변에 접해있는 숙소 중에는 여기가 제일 싼 곳이더군요. 우연치고는 참 잘 구한 듯 합니다. 이제 4일 동안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잘 수 있겠네요. 게다가 어디서
잡히는지 모를 무선인터넷 신호도 잡히고 말입니다!!!
체크인을 하고 베란다 난간에 한참동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래로
보이는 해변에선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놀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한켠에서는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모래로 열심히 공모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웃음소리가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합니다.
2년 전 론리플래닛의 설명보다는 엘니도가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거리로 나가 보았더니 이제는 인터넷 시설도 곳곳에 있고 ‘WIFI’라고
써 붙여 놓은 카페도 많이 보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전기가 제한적으로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오후에
들어와서 아침시간까지 넉넉히 들어와서 지내는데 큰 불편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수도 시설이 좋지
않아서 물에서 짠맛이 나더군요. 아마 짠물이 섞여들어있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살짝 낮잠을 잔 후 저녁 무렵 해변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엘니도의
해변은 그다지 길지 않고 모래사장도 넓지 않습니다. 그래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해변을 따라서 카페들과 숙소들이 100m 정도 늘어서 있지만 왠지
그다지 아직은 상업화 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아직은 괜찮다….라는
느낌이랄까요?
반대편에서보면 석회암 절벽 아래 자리잡은 엘니도 타운 해변의 모습이 잘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이 석회암 절벽들의 모습도 꽤나 볼만 합니다.
타운은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해변길을 벗어나 타운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각종 가게들이 모여있는 작은
상업지구가 나옵니다. 소박한 물건들을 팔고 있는데 전기 사정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가 없더군요. 하나 사먹으려고 찾아 돌아다녔는데 말이죠. 대신
몇 군데의 로컬 식당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저녁은 첫날이니만큼 제일 럭셔리한 곳에서 먹었습니다. 우리
숙소 근처에 있는, 론리에도 소개되어 있는 유명한 ‘Art Café’입니다. 외국인 여자와 필리피노 남자 부부가 만든 이 카페는 처음에 허름한 작은 건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타운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부티크 식당과 여행자 센터가 되었습니다. 여행자들의 정보공유의 장으로도 유명하고 각종 교통정보나
투어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곳의 투어프로그램은 다른 곳보다는 조금 비쌉니다. 음식값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비싼 값은 하죠. 200페소짜리 해물피자를 시켜먹었는데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제 방 바로 앞의 테이블에 필리핀 가족 친척들이 모여 즐거운 휴가지에서의 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흥을 깰 생각은 없었지만 바로 제 방 창문 앞이라 좀 그렇더군요. 많이
시끄럽기도 하고요. 일부 사람들은 새벽 2시까지 남아서 떠들어대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주인 아주머니에게 말해서 탁자를 다른 곳으로 좀 치워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오늘 포스트를 마치기 전에 이곳의 투어프로그램과 기본적인 교통정보를 잠깐 정리하고 마치겠습니다.
El-Nido에서 투어를!
엘니도의 여행사들과 보트소유주들은 엘니도 앞바다의 Bacuit
Archipelago에 떠 있는 섬들과 해변들, 동굴, 라군(석호)들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하루 분량에 맞게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4개 정도의 그룹으로 나누어 A,B,C,D라고 이름붙여 팔고 있지요. 여행사마다 각 투어에 가는
곳이 조금씩은 다릅니다만 거의 비슷합니다. 요금은 A,D 투어가 500페소, B투어는 600페소, 가장 먼 C투어가 700페소입니다. 물론 여기서 최대 100페소까지 싸게 제공하는 여행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의 질이나(점심 포함입니다) 방문하는 장소가 조금씩 다르니까 잘 비교해야 합니다.
엘니도에 오면 모든 여행자는 ‘에코투어리즘 피(Fee)’라는 것을 내야 합니다. 200페소이며 10일간 유효합니다. 이 티켓이 있어야 각종 섬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노클 장비는 각자가 따로 대여해야 합니다. (1일 100페소)
El-Nido 교통정보
El Nido – Puerto Princess Van : 오전 7시 출발, 6시간 소요, 600페소(PPC-El Nido보다 100페소 쌉니다)
El Nido – Puerto Princess Bus : 5시, 7시, 8시 30분, 350페소, 7~8시간 소요
El Nido – Coron : 매일 오전 7시 30분에 페리 출발(3개
선사가 운영중임), 2200페소 균일요금
첫댓글 숙소는 정말 땡잡으셨네요..
좋은 정보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