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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수시 대박’의 줄임말로 전국 122개 대학의 입시 정보가 담긴 1200쪽 분량의 책이다. 강연회는 개최 전부터 화제였다. 참가자 접수 시작 20분 만에 신청자가 강연장 수용 인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16년간 대학입시를 지도해온 박권우 교사는 동료 교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10년째 전국 진학담당 교사를 위한 대학입시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학기 초는 선생님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예요. 특히 고3 담임은 더 바쁘고 할 일이 많아요. 그럼에도 제 강연에 참여해 7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는 선생님들을 보면 큰 책임감을 느껴요. 담임 선생님들이 반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공교육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수시전형에 정통한 ‘공교육 입시 대가’
박권우 이대부고 입시전략실장이 10년째 개최하고 있는 ‘대입 진학지도를 위한 전국교사연수’에는 해마다 수천 명의 고3 담임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16 대입 진학지도를 위한 전국교사연수’에도 교사 4300여 명이 참석해 7시간 동안 강의를 들었다. |
박권우 실장은 자원해서 고3 담임을 맡았다. “대학입시가 끝나는 11월 말부터 겨울방학이 끝나는 1월 말까지 고3 선생님이 가장 한가해 보였기 때문이었다”며 웃었다. ‘느긋한 겨울방학’을 기대했던 고3 담임의 길은 험난했다. 평일에는 오후 11시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퇴근하지 못했고, 학생들이 다 나간 뒤 교실의 불을 끄고 맨 마지막에 학교 문을 나섰다. 토요일에도 오후 5시까지 근무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들의 미래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다는 중압감이었다. 진학 지도의 끝에는 ‘학생의 인생’이 놓여 있었다.
그의 첫 부임지였던 인천의 숭덕여고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에 있다. 한 반 학생 44명 가운데 절반이 저소득층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의 자녀들이 많았다.
“부모가 경제력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부모 또는 학원 선생님이 진학을 관리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성적까지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런 애들에게 조금만 신경 써서 정보를 주면 인생이 달라져요. ‘담임이 포기하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입시정보에 더 매달렸어요.”
한 대학에서 발표하는 신입생 모집 자료는 A4 용지 30~40쪽 분량이다. 박 실장은 모집 자료를 보통 열 번씩 읽고 정리했다.
“대학이 발표한 자료를 여섯 번 정도 읽으면 이 대학이 ‘어떤 학생을 뽑고 싶구나’라는 행간이 읽혀요. 100여 개 대학의 신입생 모집 정보를 이런 방식으로 다 읽고 나면 대학별로 공통된 특성이 보입니다. 분류가 가능해요. 학생들의 적성, 성적 등을 종합해 학교와 학과를 추천해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만 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관심 분야의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라고 조언해요. 그러면 학교생활이 재밌잖아요.”
박 실장은 고3 담임 시절, 수시전형을 통해 반 학생의 대부분을 대학에 보냈다. 다른 반보다 무려 3배 이상 진학자가 많았다. 학교도 놀라고 동네 주민들도 놀랐다. 과거에 학생 모집 시기마다 미달 사태를 겪었던 숭덕여고는 ‘인천의 명문여고’로 주목을 받았다. 학교 주변 아파트값이 올랐다. 교사 한 명의 노력이 학교와 학생뿐 아니라 주민과 동네를 바꾼 것이다. 박 실장은 2008년 고3 담임을 내려놓고 입시전략부서를 맡아 학교 내에 수시전형에 유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몇몇 동아리 프로그램과 경시대회가 생겼다. 2010년 현재 근무 중인 이대부고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월 박권우 실장은 제자의 결혼식에서 주례로 섰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처음엔 거절했으나 제자는 “(선생님은)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저를 도와준 분”이라며 간청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제자는 한때 대입을 포기할 뻔했으나 박 실장의 도움으로 인하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제자가 입학지원서를 살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려 할 때 박 실장은 사비로 원서를 사줬다. 진학 후에도 제자는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어렵게 학교를 마쳤다. 제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박 실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제자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주례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왔습니다. 제자가 잘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교사에겐 최고의 보람입니다. 고3 담임 선생님들의 마음이 저와 같을 거예요(웃음). 힘들어도 《수박 먹고 대학 간다》를 집필하고 전국교사연수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nCateM=M1003&nNewsNumb=20150517306&nidx=17307
“진학 지도는 우리 손으로”
작년 추석 연휴부터 시작된 9개월간의 수박 원고 작성이 지난 토요일(7월 1일) 오후에 겨우 끝났습니다. 몰입과 한계 상황을 경험하면서 나오는 수박 책은 진학 자료집이 아니라 땀으로 쓴 수필집 같습니다.
수박 책을 쓰면서 든 생각입니다.
1. 담임선생님께서 1등부터 꼴등까지 놓치지 않도록, 자료를 찾는 시간이 뺏기지 않도록 필요한 정보는 최대한 담는다.
2. 정리한 자료 중 수박 책 분량이 너무 두꺼워서(약 1,400쪽) 수록하지 못 한 것들은 전국 교사 연수시 강의와 카페를 통해 선생님들께 전달한다.
3. 수박 책에 수록된 120여개 대학의 원고를 쓰면서 궁금한 점이나 중요한 점들을 정리한 후 반드시 입학처에 물어본다. 내가 궁금하면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궁금하실 테니까....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올 해는 더 많은 대학과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막판 힘든 일이었지만 수많은 대학의 입학관리팀 또는 사정관님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의 변별력, 요강에는 나와 있지 않은 면접 진행 과정이나 공통 제시문 사용 여부, 서류평가에서 평가 항목별 중요도, 평가 후 배점 부여 방법 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가장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4. 내신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들 보다 중위권 학생들이 지원해야 하는 대학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상위권 대학은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설명회나 연수 시 많이 다루고 있지만, 중하위권 대학들은 그렇지 못 하므로 더 많이 공부하고 해당 대학에 물어 본다.
5. 각 대학과 전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설명한다. 잘못 된 정보나 선입견 또는 내 능력 이상의 과대 포장으로 해당 대학이나 선생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한다.
6. 수박 책과 전국교사연수 강의를 일로 여기지 않고, 소명감으로 한다.일로 여기는 순간 멈출 때다. 수박대가 전국 교사연수가 선착순 4,000명이 10분 만에 마감되고, 선생님들께서 하루 10시간 강의를 마다 않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셔서 경희대 평화의 전당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오로지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학생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그 선생님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나는 수박 책에 선생님들께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강의로 잘 전달하여 선생님들이 수시 진학지도에 대한 짐을 덜어드리고, 진학 지도는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이다.
7. 아내에게 감사하자. 이제는 아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방대한 이 일을 할 수 없다.
2017학년도 수박먹고 대학간다 실전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는 전형 일정에 달력 외에 대학도 수록하여 대학별 주요 전형의 전형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대학) 사업 선정 대학의 선발 모집단위를 전형별로 모집인원까지 수시모집 요강 최종본을 보며 정리하였습니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 자율의 산업수요 맞춤형 구조 개혁을 3년간 지원하는 대형 사업으로서 관련 모집단위는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2년 장학금 등 혜택이 많으므로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제2부는 전형별로 전년도 경쟁률, 전형 일정, 전형 방법, 수능 최저 학력기준 외에 전년도 합격자 성적을 계열별로 정리하여 수록 하였습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의 평가 사례를 항목별로 충분히 수록하여 자기소개서 지도시 참고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제3부는 전형유형별 학과별 합격자 성적을 수록하였습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대학별 지원 자격 및 인재상, 서류 평가항목을 함께 수록하여 전년도 결과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제4부는 대학별 한 눈에 보는 전형, 지원 자격, 주요 전형 분석과 2년간 경쟁률 및 합격자 성적과 함께 3월에 발표된 선행학습 영향 결과 보고서에 수록된 면접 기출문제를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 입학처에 연락하여 주요 전형의 특징과 전년도 결과 뒤에 숨은 뜻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