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쿵푸팬더>
<쿵푸팬더>는 제목 그대로 게으르고 느리기로 유명한 팬더가 물살을 출렁이며 쿵푸 실력을 발휘한다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하는 영화다.
포(잭 블랙)는 아버지의 국수 가게를 돕고 있다. 아버지는 국수의 비법을 알려주어 가업을 잇게 하고 싶지만, 포의 관심사는 오로지 ‘쿵푸 마스터'. 그러던 어느 날, 평화의 계곡에서 ‘무적의 5인방’을 대상으로 전설로 전해오는 용문서의 전수자를 뽑는 쿵푸대회가 열린다. 대회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난입하는 포. 하지만 대사부는 쿵푸의 ‘ㅋ'자도 모르는 포를 ‘용의 전사’로 지목하는 이변이 일어난다.
사부인 시푸(더스틴 호프먼)는 물론이고 쿵후의 달인인 ‘무적의 5인방’도 이에 반발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는 포를 특별히 더 냉정하게 대한다. <쿵푸팬더>가 본격적으로 긴장감을 갖게 되는 순간은 자신이 용 문서의 전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타이렁이 감옥을 탈출하면서다. 강력한 내공을 갖춘 무적의 5인방조차 타이렁을 맞상대하기에는 무리인 까닭에 포는 단기속성 코스로 쿵후를 수련해 타이렁을 물리쳐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영락없는 영웅담이다. 그러나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한 이야기와 지극히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스크린 위를 뛰어놀고 있다고 해서 이 영화의 공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매 장면이 흥미롭고 주기적으로 큰 웃음을 주는데다 나름의 교훈까지 제시하는 이 가족영화는 훌륭한 수련을 거친 고수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실제 동물을 통해 재현되는 호권, 사권, 학권 등도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지만 튀어나온 배를 실룩거리며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짧은 다리로 어수룩하게 쿵후 동작을 펼치는 포의 ‘몸개그’는 압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쿵푸팬더>가 가진 장점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히트 상품 <슈렉>처럼 안티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사실이다. 마치 어렸을 적 품었던, 나도 모르는 나의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는 허황된 상상이 영화를 통해 이뤄지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인물이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소시민 캐릭터라는 점에서 은근한 전복의 쾌감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쿵푸팬더>의 명대사처럼 “조급해하진 마. 아무 때나 꽃을 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할 수는 없대. 어제는 사라졌고, 내일은 알 수 없잖아. 선물로 주어진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해 봐.”
영화평론가 서성희
![포스터](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movie.naver.com%2Fmdi%2Fmi%2F0622%2FF2262-0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