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8)
2018-02-20 18:07:09
인릉산 산행기
일시: 2018년 2월 17일 토욜
산우: 재일, 은수, 병효, 민영, 해정, 길래, 그리고 거훈
코스: 성남 누비길 7구간... 세곡동-인릉산-청계산 옛골
이번 산행은 인릉산 등정이다.
성남누비길 7구간 중 인릉산 구간, 즉 세곡리엔파크에서 인릉산 정상을 거쳐 청계산 옛골에 이르는 7킬로 남짓한 구간을 등정하기로 한다.
인릉산은 해발 327미터로, 순조의 능인 인릉의 조산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인릉은 조선 23대 순조와 순원왕후의 능으로, 그 옆에 위치한 헌릉(3대 태종과 원경왕후의 능)과 합쳐, 헌인릉이라 불리어진다.
헌인릉은 서초구 내곡동 대모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옆에 국정원이 위치하고 있다. 헌릉이 앞으로 바라보고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도로인 헌릉로는 헌릉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서초구 염곡동에서 내곡동을 거쳐 송파구 장지동에 이르는 6-10차선의 대로이다.
삼공산우회가 등정을 시작하기로 한 세곡리엔파크는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하고 있다. 세곡동은 강남구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성남시와 연접하여 있다. 보금자리 주택 건설로 인해 수년 전에 세곡동이 비약적으로 커져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세곡동이 생소한지라, 세곡동과 내곡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곡동은 강남구고, 내곡동은 서초구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내곡동이다. 양재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곡동이 세곡동보다 양재역에 가깝다.
설날 다음날임에도 7인의 산우들이 모였다.
만날 장소가 처음 들어봄직 하였을 명칭인 세곡푸르지오 버스정류인데다가 접근성도 떨어져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세곡 푸르지오라는 같은 이름의 버스 정류소가 떨어져 두 군데나 있으니 헷갈리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곡절 끝에 7인이 모두 모여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황야의 7인이 아니라 세곡의 7인, 그 이름 하여 재일, 은수, 병효, 민영, 해정, 길래, 그리고 거훈.
조용하게 숨 쉬고 있는 세곡리엔파크 아파트 내 사잇길로 접어들어 시작된 산행은 초입 길이 다소 가팔라 잠시 힘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능선 길로 접어들므로 가히 힘들지 않게 산행이 진행되었다. 평소에도 등산객이 많지 않는 데 설 다음날이라 더욱 사람이 적어 아주 한적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산행이 계속되었다. 이내 날도 따뜻해져 인릉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에는 포근함 속에 간식을 들며 담소하기에 딱 좋았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으나, 인릉산을 바라보며 대모산을 등지고 있는 세곡동 지역은 공기가 맑고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와 있어 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다가 수서역도 인접해 있어, 투자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들 투자여부를 한번 검토해보시길. 뒤늦게 후회들 하지마시고.
인릉산 정상에서 청계산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군부대의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어 걷기에 불편하였으나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언젠가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하여 철거되거나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으리라.
진행방향 오른 쪽 멀리 국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이 기관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만큼 성쇠의 굴곡이 심하다. 제자리를 빨리 찾아가야할 터인데.
요런저런 생각,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하산 길 막바지에 이른다.
마지막 무렵에 이 길이다 저 길이다며 약간 헷갈리기도 하였으나, 이내 갈 길을 제대로 찾아 옛골로 접어든다.
풍천가 장어집은 다음을 기약하며 양재시민의 숲역 쪽으로 가 자리잡기로 하고 버스를 탄다.
순대집에 다다라 모듬 중자 두 개를 시키고 한 순배가 돌도록 자리가 7인으로 채우지지 못하고 여전히 6인이다. 누가 없나 보니 대사가 안 보인다. 화장실에 갔나, 되게 오래 있네. 큰 거 하나 했는데,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와 양재역이란다. 여섯은 시민의 숲 역에서 다 내렸는데 혼자 불경을 외웠는지, 시경을 읊었는지 비몽사몽간에 양재까지 갔다가 버스에 일행이 아무도 없자 화들짝 놀라 전화가 온 것이다. 세 시간 남짓 넉넉한 마음으로 걷고 난 후 비몽사몽에 빠지든지, 알코올로 속을 소독 잘 해주면 건강에 좋은 벱이여. 한적한 토요일 오후는 그렇게 흘러갔다.
거훈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