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년층의 취업난 체감
전역하기 전에는 정말 당장 편한 아무 일이나 하려 생각하고, 자격증 외에는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들어간 구립 시설관리 공단에 대해 듣고 목표로 삼았다.
목표로 삼은 이유는
1. 실현 가능성 : 메이저 공기업을 목표로 ncs를 준비하던 친구는 전기 직렬로 쉽게 합격했다.
2. 호봉제 : 중소공기업일지라도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이 있고, 군 경력을 호봉으로 받을수 있다.
3. 근무환경 : 거의 하는 일이 없이 돈을 받는다고 한다. 군 생활 하면서 본 군무원들 같다. 그러나, 다 같이 일을 안하니 동료들에게 피해나 박탈감도 안준다. 사기업이라면 불가능한, 공기업이라 가능한 최고의 복지다.
23년 6월 경에 3주 정도 공부하고 행정직 시험을 봤다. 3명을 뽑는데 85명 정도 지원을 했고, 고득점자 상위 10명이 면접을 봤는데 거기에 못 들었다. 친구를 통해 알아보니 2개 틀린 점수까지 컷 되었다는것 같다. (변별력이 떨어지기는 했다.)
이후에는 간단한 계약직을 하며 공부하려고 유사한 계약직 직무에 지원했는데, 이때는 평가 항목이 미공개라 큰 기대는 안했다. 인상과 면접이 중요할거라 생각했고, 내가 절대 유리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명 모집에 8명이 지원했고, 면접은 다른 2명과 같이 보았는데 둘 다 나보다 훨씬 경력이 우세했다.
아주머니 한분은 면접은 별로 준비하지 않았지만 대학기관에서 행정직을 30여년간 근무한 후, 지금 기관과 유사한 곳에서 계약직도 했었고, 젊은 여성은 이러한 계약직 동일한 직무를 여러번 했으며 면접 준비를 굉장히 공들여 해왔었다.(기관의 시설 현황과 경험 등)
당연히 떨어졌다.
위의 두 경험으로 우리나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정말 크다는 것이 체감 되었다.
대기업, 메이저 공기업, 공무원 계열의 경쟁이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냉정히 말해서 중소공기업은 그런 곳에는 한참 뒤처지는 곳이다. 이런 곳에도 이렇게 많은 경쟁자들이 이렇게나 많은 노력을 들여서 입사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공기업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도움 없는 개인이 무자본 상태에서 중산층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ncs 문제들을 살짝 보며 이러한 과도한 경쟁으로 낭비되는 심각한 자원들도 와닿았다.
수능도 마찬가지지만, 문제 한 두개 더 풀수 있는 것으로 합불이 갈리고, 이기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한다.
메이저 공기업이나, 5급 공무원에서 사용하는 psat 같은 경우에는 "다음의 사내 규정에서 A~F가 출장을 아래와 같이 갔을 경우 가장 적은 출장비를 사용한 사람을 구하시오" 같은 문제를 40초~1분30초 사이에 풀기 위해 훈련한다.
그리고 이걸 진짜 해내는 사람들은 시험일에 찍어서 몇개를 맞는지까지도 매우 중대한 사항일 것이다.
10명이 이러한 공부를 하고, 결국 9명은 합격하지 못한다면 9명이 이 공부를 해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다.
100을 얻거나 0을 얻거나이다. 자산을 늘릴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청년들은 보험 없이 하는 공부를 강요 당한다.
그리고 이는 국가 전체로 보았을때 엄청난 손실이다.
마이클 센델은 성적 기준선과 제비뽑기 방식을 통해서 이러한 경쟁 과열을 해소하자 하였고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너무 극단적이라 한국에서 받아 들이기 힘들테니, 이러한 방향성을 가진 제도를 개발하여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은 꼭 바꾸어가면 좋겠다.
2. 흙수저의 사이클 (정보의 격차)
부모 자산의 차이가 자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직업이라는 좁은 범위에 대해서만 고려할 때는, 자산과 같은 것이 아니어도 흙수저의 자식이 평균 이상의 직업을 갖기 어렵게 하는 두번째로 큰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바로 정보의 격차이다.
단순히 "지금의 내가 몇년 전이었으면 어떤 공부를 해서 어떤 직업을 준비했을까?" 라는 미련 자체가 그것을 방증한다.
게으르거나, 그것을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은 2차적인 문제이다.
길을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는 사람과, 여러 길을 알고 네비게이션도 켜주는 가이드가 있는 사람의 차이와 같다.
흙수저 부모는 본인이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도 성공적인 직업 획득의 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자녀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공부 열심히 해라" 정도이고 그마저도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하는지는 모른다.
구직교육에서 직업탐색이라는 영역을 교육하고 어느 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지만 이것만 보고 절대 현명한 직업 선택을 할 수 없다. 간단한 설명과 지표가 그 직업이 얼마나 좋은지, 되기 어려운지, 포기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경쟁자들의 평균은 어떤지 등을 절대 알려주지 못한다. 가장 가치있는 것은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건 그것을 처음부터 제공할 수 있는 부모이다.
흙수저라도 과거로 돌아가면 나름 괜찮은 직업을 가질수 있을거라 생각되는 때가 있지 않는가? 아무리 대한민국이어도 그럴 수 있는 길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길을 지금에야 알았기 때문에 그런 미련이 남는 것이다.
삶에서 그것을 몸소 겪어보고 깨달은 후에는 이미 늦는다.
나도 이미 늦었지만 어떻게 해야 최대한 나아질수 있을지 많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