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천포구
이미순
위미리 동백숲은 간세 간세 간세다리
큰엉과 쇠소깍 사이 양푼 하나 달랑들고
올레길 5코스 따라
동박새 재잘댄다
여름날 물때 맞춰 상군해녀 똥군해녀
파도와 파도 사이 숨비소리 넘실댄다
우리집 돈줄만 같은 어머니 테왁망사리
쉰다리 한 사발로 점심 한 끼 때우고
식구들 둘러앉아 성게 까는 세천포구
조카딸 잔치 소식도
숟가락에 묻어난다
무싱거?
무싱거?
‘농약’이라 찍혀야 돈 된다고!
고사리철 한 번 감귤따기 전 또 한 번
위미리 부녀회 회원들 새벽부터 출동한다
세천다리 명치동산 온동네 감귤밭 돌면
농약병 농약봉지 비료포대 기계유제통
트럭엔 만선의 깃발 꽂을 틈도 없겠다
마당 쓸고 돈 줍듯, 도랑치고 가재 잡듯
이제보니 경로잔치는 얘들이 차린 거네
회관 앞
현수막 펼럭인다
참깨꽃 택배
가야지 가봐야지 몇 년째 별렀는데
섬에 산단 핑계로
올해도 또 못갔네
오늘은 어머니 생신
내가 선물 받아드네
이 골 저 골 방물장수
마흔에 산 자갈밭
산골짝 비틀비틀 논틀밭틀 그 길마저
참깨꽃 어정 칠월에
어정어정 피었을라
산새소리 백구소리 그리고 냇물소리
그 소리 빻아 짜낸 이홉들이 참기름
덤으로 신문에 실린
고향 소식 받아드네
한 바가지 동박새 소리
토종 동백 수백 그루 다투어 불을 켠다
동백낭강알 밀감 창고 어찌어찌 고쳐서
상호도 그럴싸하게
<한라앤탐> 밥집 차렸다
문 열자 동박새 소리 한 바가지 들어온 날
단체 예약 취소하고 도시락 싸 달랜다
위미리 용심난 바다도 지지고 볶아낸다
저 진상 저 진상하며 썰까지 풀었는데
어머니 손맛 같다며 다시 찾아 온 손님
그 말이 공치사래도
나는 좋다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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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집
이미순
그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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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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