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
단순하지만 매우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 추구,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이 그것이다.
이 열정은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로, 고뇌의 깊은 바다로, 절망의 벼랑으로 휘몰았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첫 번째 이유는 사랑이 주는 황홀함 때문이다.
그 황홀함은 너무도 큰 것이어서 그 환희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바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그다음 이유는 사랑이 외로움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끔직한 외로움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몸서리치며 세상의 가장자리 너머 차갑고 측량할 수 없는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마지막 이유는 사랑의 합일 속에서 성자들과 시인들이 상상했던 천국의 신비스러운 축소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추구했고,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기엔 너무 좋은 것일지도 모를 그 사랑을 나는 찾아내었다.
똑같은 열정으로 나는 지식을 추구했다.
나는 인간의 가슴을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별들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는 수(數)가 혼돈을 다스리는 저 피타고라스적 힘을 이해하고 싶었다.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지식을 나는 성취했다.
사랑과 지식은 가능한 한 높이높이 나를 천국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나를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고통의 절구가 메아리치며 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진다. 굶주리는 아이들, 압제자에게 고문당하는 사람들, 아들들에게 미운 점이 돼버린 무력한 노인들, 그리고 외로움과 가난과 고통에 찬 세계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조롱한다. 나는 세상의 악을 줄여보고자 했으나 부족이었고 그래서 나 또한 고통 받고 있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나는 그것이 살아볼 만한 삶이었다고 생각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그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
-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서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