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5.
비자금의 용도
평생의 소원이 있다.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면서 사는 게 내 꿈이자 소원이다. 퇴직하면 해야 할 일들이나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수십 번도 더 다짐했다. 그렇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고민해서 미리 준비했다. 없는 셈 치고 매달 저축했다. 퇴직하는 마지막 급여에서도 납부한 나만의 비자금은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알뜰하게 모은 비자금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만 쓸 요량이다. 대략 5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소비를 마음먹었다. 해약의 꼬드김을 끝끝내 뿌리친 내 결정이 옳았다.
내 꿈은 여행이다.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행을 꿈꾸었다. 겸하여 서원이나 정자를 찾아다니고 고택의 사랑채 누마루에 걸터앉아 볕을 쬐는 소박한 멋을 누리기를 갈망한다. 사찰과 암자를 찾아 석탑과 석등을 만나는 하루도 행복하다. 남명 조식의 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의 친구들과 제자들의 흔적을 공부하는 재미도 꿈꾸고 있다.
집을 떠나서 살고 싶었다. 왕복 네댓 시간을 운전해 겨우 한두 곳 답사하는 짓은 운전의 위험뿐만 아니라 가성비를 따지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1박이나 2박이 대안인데 매번 지출되는 숙박비는 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해서 베이스캠프를 정해 한달살이, 석달살이, 일년살이를 계획했다. 그리고 실천했다. 이런 결단에 아내가 동참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구례 한해살기를 했었다. 지리산은 큰 산이다. 화엄사라는 대찰의 암자 순례만으로도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산사의 매화와 동백꽃은 내 집 마당에 심은 정원수인 양 실컷 쳐다보며 사랑했다. 천은사, 연곡사, 쌍계사, 실상사를 옆집 드나들 듯이 다녔으며 사성암 운해에 푹 빠져 살았다. 구례 산동 산수유꽃길이나 구례 삼백 리 벚꽃길은 아침저녁 산책길이었고 전통 오일장터에서 부대끼며 사는 인간 세상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삶이 절대 아니다.
나는 비자금을 가진 사내다. 구례에 이어 해남살이가 시작되었다. 신안, 목포, 진도, 완도, 해남, 영암, 강진, 장흥까지 두루두루 답사할 예정이다. 봄기운이 완연할 때면 남도의 맛과 흥을 찾아 떠나야겠다. 내 꿈이자 소원을 위하여.
첫댓글 치 잘난체 하기는
운이지. 잘난 게 아니라 순전히 운이지 재하씨를 만날 수 있었던 아니 재하씨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던 행운.
미까리 시럽네
미까리시러움을 남들이 알까? 미화 빼고...
ㅎㅎㅎ 용기를 얻어 매진하기 위한 다짐이지
맞네 재하씨을 통해 다짐하고 배웟겠네
정~~~~~~~~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