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어느 때 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난 언제인가 치악산에 올라본 기억이 있다. 그때의 추억을 돌이켜 보니, 그때 치악산에서 만났던 여인들(이름은 모름, 단지 영주에 살고 있는 아가씨라는 것외에..)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지...
아무튼 설레는 가슴을 안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은 시간이 20일(금요일) 16시45분. 함께 산행 할 장선배님이 어제 분리수거하다 허리를 삐걱하셨다는말에 이번산행으로 인한 걱정이 앞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느덧 버스는 원주에 도착하고, 성남리까지 데려다 줄 후배가 우리를 맞이 한다.
차를 새로 바꾸었다는데 검정색 스테이치맨이다(대우 호주공장에서 만든 수입 차). 우린 그 후배의 안내로 성남리 매표소를 그냥 통과하고, 어느 조용한 까페(소롯길 19시:00)에 도착하여 장선배님이 좋아하는 난로가에서 식사겸 소주 한잔을 하고,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 후배를 돌려보내고, 바로 옆 민박집(채락산장 20,000원)에 투숙했다.
성남리-상원사-남대봉(산행시간 2시간20분) 06;00-08;20
다음날(21일) 새벽 4시45분에 기상하여, 장선배님이 준비해온 떡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민박집을 나선 시간이 06:00, 우리가 막 출발하려 하자 민박집 아저씨가 나와서 우리를 배웅한다.(다음에도 치악산에 올 기회가 있으면 들려 달란다/매표소 윗쪽으로 마지막 주차장까지 대형 카페와 민박집이 4-5군데 신축되어서 분위기가 야릇하다)
아직 희미하게만 남아 있는 달빛을 랜턴 삼아 출발은 했는데 처음부터 길이 장난이 아니다. 온통 빙판이다. 반들반들 거울처럼 달빛에 반사되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도저히 미끄러워 올라 갈 수가 없다. 우리는 귀찮아서 꺼내지 않았던 스틱을 꺼내야만 했다.
07시40분 우리는 샘터에 도착하여 간단한 물증 확보하고, 우리나라의 사찰중에 최고봉에 있다는 상원사에 도착하니 07;50분, 여기서부터는 식수가 없으니 식수를 채우고 약 30분정도 더오르니 남대봉에 도착한다.08:20분
남대봉에서 향로봉(산행거리 2시간) 08:20-10:15
한마디로 90%이상이 빙판길이다. 우리는 남대봉의 표지석을 뒤로 하고 남대봉을 출발하니 온통 빙판이다. 주위에는 눈이 별로 없었지만 등산로는 말 그대로 빙판의 연속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며칠 전 비가 와서 빙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지 사람들이 다져놓은 눈길에 비가 내려 그것이 얼었으니... 남대봉을 출발한지 약 40분 정도 지나, 양갱과 약밥으로 간단한 간식을 하고 조금 걸으니 헬기장이 보인다. 헬기장 도착 10:00. 헬기장을 출발하여 힘들게 올라서니 향로봉이다. 향로봉 도착 10시15분. 언급했듯이 이번 종주산행은 빙판의 연속이다. 스틱과 아이젠은 필수인데 우린 스틱으로만 산행을 하려 한다. 그래도 수락산등산학교(??) 교장과 수석졸업생의 산행인데 남들처럼 다 갖추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언가 달라야지?? 수락산에서 만난 어느 도인의 말이 생각 난다. 프로만 하는 것이니 그대들은 따라 하지 말라고... 그는 진정한 프로였나 묻고 싶다. 그리고 우린 알고 있다. 그는 완전 왕초보였다는 것을 ...요즈음도 수락산에서 그를 만나면, 장선배님과 나는 그 이야기를 한다. ‘지난 번 기차바위 그 프로 아니예요?’라고.ㅎㅎㅎ
향로봉에서 비로봉까지 (산행거리 3시간30분 ) 10;15-13:45
[장기활 선배님과 함께 ]
향로봉에서 우리가 지나 왔던 종주길을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 비로봉을 향하여 출발 한다. 여기도 빙판길인 것은 그 동안 우리가 지나왔던 길과 다름이 없다. 여기서 잠시 내가 챙겨온 스틱 이야기를 하면, 나에게는 집사람이 결혼하기전 사용하던 (약15년전) 스틱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스틱이 말썽이다. 스틱이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 줄어드는 것이다. 펼쳐서 조금 사용하면 줄어 들고, 또 펼치고 ... 이번 산행처럼 빙판길에서는 나를 정말 짜증나게 한다. 순간 마누라 얼굴이 스쳐 간다. 스틱 하나 사달라니 그리도 사주지 않더니.... 남편을 이리도 고생시키다니...ㅠ ㅠ 이번에 돌아가면 스틱 먼저 사야겠다. 그것도 최고급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꼭-꼭...
향로봉을 출발 한지 약 40분이 지나서, 향로봉에서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 준 아주머니를 만난다. 우리가 식사를 하려고 자리를 찾자 아주머니 曰 여기가 가장 따뜻하고 바람이 적으니 여기서 하란다. (여기가 곧은치) 그러면서 자신이 가져온 과일(야콘)을 먹어보라 건넨다. 그러면서 우리가 라면 끓이면 조금 달라고 하더니 그냥 가겠다고 길을 나선다. 우리는 떡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입석대를 거쳐 (13시:00) 비로봉에 오른 시간이 13시45분이다.
비로봉 바로 아래에서 비로봉 정상까지는 가파른 나무 계단길이다. 계단과 계단이 연결되는 중간중간이 얼어 붙어, 여기도 아이젠 없이는 엄청 고생하는 길이다.
우리는 여기도 스틱만을 고집하며 비로봉을 오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우릴 반긴다. 성남리를 출발한지 7시간 45분만에 그 험한 빙판길을 숨가쁘게 달려온 비로봉이다. 간단한 물증확보(사진촬영)하고 우리가 오늘 걸어온 능선을 바라다보니 아득하다. 내가 저먼곳에서부터 걸어왔다는 것이 나 자신으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스며들게 한다. 장선배님의 말씀대로 치악산 종주는 상원사쪽에서 비로봉을 향하는 종주가 제 맛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목표(비로봉)를 향하여 하는 종주가 역시 좋은 코스인 것 같다.
비로봉에서 구룡사(산행시간 2시간 25분) 14:00-16:25
정상 도착후 약 15분간 비로봉에서 머물다 14:00 에 우리는 구룡사를 향하여 하산을 시작 한다. 사다리 병창코스가 얼음이 많을 것 같아 계곡코스를 선택하였지만 그길도 빙판인것은 마찬가지다. 스틱이 또 다시 말썽을 부리고, 그때마다 마누라 얼굴이 스치는것은 ... 나도 인간이니 감정이 없을수야 없지???. 아이고 이놈의 스틱... 내려오는 중간에 마지막 남은 담배 한 대 피우고 세렴통제소를 거쳐 구룡사에 도착하니 16:25분이다. 주차장 앞 식당에서 더덕구이와 더덕동동주, 그리고 버스를 타야하니 동동주는 그만하고 소주 한 병을 하니 18:30분 버스가 우릴 기다린다.
♠산행후기 요즈음 난 거의 매주 산에오른다. 치악산도 약 15년전에 올랐던 산이지만, 이번 겨울 종주산행은 참으로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산행에 함께하여주신 장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싶다. 선배님 허리는 좀 어떠신가요?? ㅎㅎㅎ 저와 함께한 이번 종주산행은 재미가 있으셨는지???ㅋㅋㅋ.淸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