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빵 먹어 봤어? 요즘 유행이야.”
친구가 말을 꺼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를 실감했다. 자주 들르는 동네 빵집에 소금빵이
등장한 것이다. 문에서 가까운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소금빵. 들어가자마자 관심 있던 빵과
마주쳐서 쑥스럽지만, 가볍게 인사하기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신입이 들어왔으니
인사를 나누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배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평소라면 카스텔라나 올리브치즈빵을 담았을 텐데 통통한 몸짓 위에 톡톡 뿌려진 소금이
귀여워 자꾸만 흘끗거렸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끌리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는 것처럼
고개가 돌아갔다.
‘눈인사했는데 같이 가 볼까?’ 나는 소금빵을 집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손바닥만한 나무 접시에 올려
바라보았다. 이 수수한 모양새의 빵이 유행이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한순간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 간다. 파도가 치면 생기는 거품도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수면을 가득 메우다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 모습처럼 유행도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오고 나가는 것 같다.
자극이 많은 시대인데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허나 처음이라는 이름의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근사한 경험을 다시 반복하더라도 처음만큼 새롭게 다가올 수는 없다. 그래서 새로운
유행은 계속해서 등장하는 게 아닐까.
잠시 떠오른 생각을 뒤로 하고 궁금하던 빵의 첫입을 베어 물었다. 생김새와 다르게 식감이 쫀득하고 빵의 바닥은
바스락거렸다. 버터가 살짝 느끼하게 생각될 때쯤 소금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늘 먹던 빵을 내려두고 새로운 빵을 골라온
스스로를 칭찬했다.
소금빵은 시오빵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팡 메종 이란 베이커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더운 여름, 빵에 소금을 올려 흘린
땀을 염분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더위를 이겨 낼 힘을 주는 빵.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카페나 빵집에서
소금빵을 만나면 자연스레 집게를 들었다.
단맛과 짠맛, 멀어 보이는 두 맛은 사실 서로의 맛을 보완해 준다. 아무리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더라도 계속해서 먹게 되면
그 맛이 버거워진다. 적당한 순간에 짠맛을 더한다면 밸런스 좋은 맛으로 변한다.
문득 내 인생도 소금빵을 닮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짠단짠한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뻤던 순간을 잘
모아 괴로운 마음을 만날 때 뿌려 준다면 그 힘으로 고통을 넘길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지쳤을 때 먹는 소금이 힘을
주는 것처럼 ‘좋은 기억’ 이라는 조미료를 톡톡 뿌리는 거다. 유행이 변해서 소금빵이 바구니에 담기지 않을 날이 오더라도
소금빵의 맛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