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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의 주변인과 경계인 그리고 이방인
『가리봉 양꼬치』<2006 조선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을 읽고 나서 삶에 대한 모르스부호를 툭 던져 놓은 듯하다. 전반적으로 중국교포와 한국인 이라는 이분법적 주체성과 이질감, 동질감 등을 논거하고 있다. 즉, 닝안시에서 조선어 교사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최대의 호수인 징보호 그 부근의 발해유적지 상격용천부로 갔을 때, 폭포촌瀑布村에 발해풍의 정원이라는 간판이 세워진 조선민속촌, 그곳에서 화자는 조선족 춤과 씨름경기, 그네뛰기, 널뛰기 등을 보여주기도 하며 새납이며 장구와 꽹과리, 해금 등을 연주하면서 관광객을 맞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것은 중국교포와 한국인의 동질성과 민족성을 드러내는 세시풍속이다. 한 민족성을 갖고 있음에도 그들은 이방인 취급을 받고 불법체류자가 되며, 무연고 사망자, 무연고 행려자로 분류돼 화장당하는 이질감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교포들은 이 나라 명부에 기록이 없으니 주민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서글픈 것이다. 임파지의 족보를 들춰보면, 일제시대 때 목수 일자리를 찾아 만주로 ?던 할아버지, 헤이룽장성 닝안시에서 태어난 아버지, 그리고 그의 형과 화자이다. 그래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흔히들 ‘경계인’이라고 작자는 화자를 통해 말한다. 또한 그의 아버지와 더불어 ‘이방인’이기도 한 것이다. 대학교 학비를 벌어 보내주겠다던 어머니의 소식이 끊어졌다. 행방불명이다. 닝안시에서 조선어 교사를 하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찾아 한국으로 건너온다. 임파지의 형도 한국으로 건너온다. 그러나 그의 형은 출입국사무소의 직원들에 이끌려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 추방당한다. 그러한 처지에 놓인 임파지도 마찬가지이다. 삼년이 지난 뒤에 임파지는 불법체류자에다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채 공사장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가리봉동의 양꼬치 집에 취직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분희와 그 친구들을 기다리며 회상적으로 소설은 전개가 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의 캐릭터를 통하여 중국교포들의 애환과 이질감 등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역사의식이 뚜렷한 작자는 후일담 식으로 발해를 툭 던져 놓았다. 그리고 닝안에서 보았던 기억을 떠올려 발해풍의 정원인 조선족 민족성을 유리창 위 벽면에다가 검은 색 싸인펜으로 발해풍정원이란 글자를 가리봉 양꼬치 집에 한자로 써놓는다. 그것은 임파지가 한국 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데, 위에서 말했듯이 경계인과 이방인과 한데 섞여 어울리는 이방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류다 뭐다 떠드는 판국에 그들의 존재 부여와 가치성은 외면당하고 있다. 중국교포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조차 이방인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유목민처럼 떠돌 수밖에 없는 불확실 한 존재에서 기인하는 현실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주변인으로 밖에 머물 수밖에 없고, 아버지의 죽음조차 무연고 행려자로 분류돼 화장되는 사회적 폭력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말하고 있다. 분희를 기다리다 뱀파나 호박파인지 건장한 사내들에게 죽음을 당하는 임파지처럼, 한국은 중국교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고, 그러한 폭력성에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의 기만함과 나태함, 외면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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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나인 소설가 원문보기 글쓴이: 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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