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마라톤대회 참가
얼떨결에 2007 하이 서울 마라톤 대회인 청계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고대 MBA 산우회에서 10Km 청계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자며 참가비2만원을 서울시에 납부해야하니 먼저 내라고 하여 납부하였다. 주관은 산우회가 아니라 마라톤회인데 MBA에서 총체적으로 밀어주어 마라톤에 참석하지 않아도 청계천 걷기대회를 겸하니 회원 가족도 모두 참석을 권유하고 있다.
서울시 청계광장에서 2007년 10월 7일 아침 8시에 출발하니 MBA는 7시 반 까지 삼성본관 뒤 소공원으로 모이라고 한다. 마침 결혼한 혁진이가 카나다에서 귀국하여 집사람보고 같이 청계천구경 시켜주라고 하며 아침에 같이 가기를 권유했다. 같이 가기로 동의하고 혁범이도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나는 먼저 6시 반인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여 전철로 집결장소로 가니 여러 명이 와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시에서 나누어준 번호표 6282번과 상의를 받았는데 MBA에서 별도로 상의를 또 마련하여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MBA옷으로 갈아입었다. 번호표 뒤에는 칩이 붙어 있는데 완주 후에 시에 반납하는 것이란다.
마라톤은 국민 학교 때 뜀박질 잘한다고 뽑혀서 한번, 대학 축제 때에 한번, 그리고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60대 중반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것이다. 이 나이에 연습도 하지 않고 완주를 할지는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만 무리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신발도 없어서 어제 백화점에 가서 런닝화를 하나사서 오늘 처음 신어보고, 옷을 입는데 초년병이라 어색하여 팬티를 입느냐고 물어보니 팬티는 안 입고 겉옷만 입는단다. 혁범이 수영복을 겉에다 입고 그런대로 모양을 갖추고 준비 운동에 들어갔다.
준비 운동을 하는데 집사람이 두 아들을 끌고 나타났다. 잽싸게 쫓아가 식구들에게 MBA옷을 입혀주어 같이 사진을 찍었다. 대회 후에 모일 식당인 삼우정에서 우물우물하다가 시간이 지체 되여 출발시간을 놓쳤다. 시청광장으로 빨리 쫓아가니 벌써 출발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덕수궁 앞에서부터 뛰어 청계광장을 지나 출발점에 가니 출발시설물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출발점을 통과하니 벌써 허덕거리기 시작하였다. 공짜로 500메타는 더 뛴 셈이었다. 마라톤을 뛸 때 손은 어떻게 하고 머리는 어떻게 하고 보폭은 어떻게 하고 숨고르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의 사전 지식도 없이 촌놈 등지게지고 달리듯 내 맘대로 내식대로 뛰기 시작하였다.
나름대로 달리다 보니 세운상가가 보인다. 숨고르기와 보폭을 나에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뛰니 2Km 지점이 지나고 내 고등학교 자리인 두산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늦게 출발하였지만 먼저 출발한 사람들이 뛰다가 지쳐 벌써부터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사쁜사쁜 해야 하는데 터벅터벅 무겁게 느껴진다.
청계광장에서 무학교 까지 왕복거리인데 동평화 앞에 오니, 신경통으로 왼쪽 무릎이 아파 파스를 붙이고 왔는데 근심했던 왼쪽 무릎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허리 왼쪽부분이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반도 못 온 지금 와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죽을힘을 다하여 참고 완주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내 옆에서 나를 흉내 내고 쫓아오던 젊은이도 사라졌고 나는 똑같은 스타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인후에 문제가 있어 잘 때도 자리끼를 놓고 자는데, 인후가 마르기 시작하여 물은 없고 사탕이라도 주머니에 넣고 왔으면 해결할 문제를 지금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데도 자꾸만 사탕 생각이 난다.
시에서 준 옷은 반소매 인데 MBA옷은 긴팔이라 무척 후덥지근하다가, 지금은 그 상태가 지나 긴팔인지 짧은 팔인지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구별할 필요 없이 몸은 열기로 가득 찼다. 4Km지점을 지나 무학교 까지 한참을 가야겠구나하고 뛰는데 무학교가 바로 앞에 나타난다. 집사람이 다니던 무학여고 근처다. 무학교에서 반환점을 회전하니 몸은 힘들어도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는 행사요원이 길거리에 물도 비치하여 목도 추길수가 있어서 좋았다.
청계천 양옆은 교통순경이 차 없는 거리로 교통을 차단하여 청계로를 우리만 뛰는데 차가 없으니 한적하고 조용하다. 마라톤은 젊은이가 많고 장애인도 눈에 뛰는데, 산에 가면 그 많던 노인네가 별로 눈에 안 띈다.
반환점을 돌아오니 이제 요령도 생기고 심페 기능에 자신도 생겨 보폭을 약간 넓게 하여 뛰니 속도가 내가 느끼기에도 많이 빨라지는 것을 알겠다. 우리 집 식구들은 심페기능이 좋아 물속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오래 참을 수가 있어 숨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는데 그 효과가 여기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2Km전방에 오니 힘은 들지만 뛰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머리에다 손수건을 말아 질끈 동여매고 대단한 선수처럼 뛰기 시작했다. 종착역인 시청의 광장 입구에 오니 종착지의 선이 보이지 않아 안쪽으로 뒤여 들어갔다. 완주 후에 걸음을 걸으니 오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걷는데 중심이 잡히지 않는 것 같다.
완주 후에 칩을 반납하니 한 시간 후에 ‘2007 하이서울 10Km마라톤 6282번 참가자 권오찬 기록 1;15;41’ 이라고 문자 메시지가 핸드폰으로 날아왔다.
이런 정도라면 아직 힘이 남아 있으니 10Km가 아니라 하프 마라톤도 이를 악물고 뛰면 완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마라톤의 자랑이라면 한번도 걷지 않고 계속 뛰었다는 것이다. 완주 했다고 음료 봉투 하나와 완주메달을 받아든 후에 MBA 뒤처리 장소인 삼우정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에서 집사람과 두 아들을 만나 회식장소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사회자이영목이 나를 지목하며 하는 말이, 어제 산우회에도 오고 오늘 마라톤을 완주한 6학년6반 대선배를 소개한다며 치켜세운다. 지금 졸업한 후배와는 30년 이상 차이가 나며 해병대 장교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아들들이 일어나니 우람한 두 아들을 보고 후배들이 와 ~ 하는 함성이 나온다. 식구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받으며 네 식구 참석한 기념으로 기억 베게를 선물로 받았다.
사전 준비도 없던 마라톤을 완주하여 기분도 좋고 네 식구가 모두 모여 청계천도 구경하니 흐뭇하기도 하고 MBA에서 후대하니 뿌듯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