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티’에 초대합니다.
추수를 끝낸 들녘에 햇빛이 쏟아집니다. 앞 냇가와 뒷산 사이에서 처와 개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살면서 벌써 다섯 번째 가을을 맞이합니다.
올해도 겨우 두어 달을 남기고 있습니다. “세월의 대양(大洋) 위에 단 하루라도 닻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냐?”고 탄식한 옛 시인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도저히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몰래 훔쳐내어 우리 기억 안쪽에 잠시나마 묶어 놓고 싶어집니다. 이 노릇이 가능할까요.
두 가지 일을 구실로 두 개의 닻을 삼아, 몇 분들을 초대하려 합니다. 하나는 제 집 당호(堂號) 현판을 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제 졸저(拙著) 출간을 기념하는 일입니다. 당호는 하석(何石) 박원규(朴元圭)선생께서 써주신 『산정수류지거(山靜水流之居)』인데, 저는 거북합니다. 제 이름도 겨우 외자 이름을 달고 살면서, 사는 집 이름까지 거느린다는 것도, 너무 과분한 글씨를 받는 것도, 그 당호에 집이 걸맞지 않은 것도, 모두 부끄러운 탓입니다. 책 이름은 『아르토와 잔혹연극』입니다. 아르토는 현대연극의 예언자로, 그가 쓴 책은 성경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아직도 국내에서 전문서 한 권이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서른 해 마음 안에 품고 있었던 글들인데 새삼스럽게 풀어놓는 이유는 앞으로도 이 사람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아섭니다. 첩첩산중(疊疊山中)에서 앞선 사람이 던진 작은 돌무더기가 뒤 사람에게 길을 찾게 하듯, 그런 잡석 하나쯤이라도 표시를 해놓으려는 뜻입니다. 아르토는 기이한 사람이긴 하지만 제 질풍노도 같은 젊은 날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를 “하늘 끝 나무에 절대의 그네를 걸고, 명석과 광기의 두 발을 굴려 닿을 수 없는 별을 따려는 기이한 환상가”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땅에 인간의 천국을 세우려고 한, 분노하고 이지러진 신비주의자입니다. 책은 고전선집 등을 내는《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출판해 주었습니다.
오시는 길이 멉니다. 안성 시내에서도 12km 떨어진 산자락이고, 일요일이어서 교통체증도 있고, 차려놓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가든파티’라고 하지만 손바닥만 한 정원이기도 합니다. 두루 흉보시지 않으신다면, 서로 담소도 하시고, 물소리, 새소리가 벌리는 주변 풍광도 보셨으면 합니다. 혹 하룻밤 머무르실 수 있다면 쉬고 가셔도 됩니다. 제 집에서 위로 조금 떨어져 있긴 하나, 멍석을 깔고 장작불로 바닥을 덥히는 그림 같은 황토집이 있습니다. 시(詩)와 각(刻)을 즐기는 내 친한 이웃이 지은 집으로 하루 비워두기로 했습니다.
2011. 10. 한무. 박소현(순자) 拜上.
※일시 : 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시간 : 낮12시부터∼
※장소 :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삼흥리 90
031-673-0258(집). 011-9000-4744(한). 010-7304-0309(박)
▵버스 이용-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이용
15번 탑승구 이용, 15분~20분 간격으로 버스 운영, 안성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약 1시간 10~20분 소요, 안성 고속 버스 터미널→안성시 금광면 삼흥리 90번지(택시 이용, 요금 약 1만 2천원 내외)
▵약도 : 안성 베네스트 골프장 약 1.5km 후방(골프장을 향해 직진, 우측으로 ‘청수골’ 식당을 지나면서 바로 왼쪽으로 하얀 다리 있는 하얀 집)
▵자가용 이용 시
경부고속도로(하행)
서울→안성분기점(경부) → 평택 음성간 고속도로 진입 → 남안성IC → 가현교차로 → 금광호수→청수골 식당 지나 왼쪽 하얀 집
중부고속도로(하행) 이용
일죽IC → 안성방향 우회전 → 동아방송대학 → 안성종합운동장 삼거리(좌회전) → 금광호수→청수골 식당 지나 왼쪽 하얀 집
45번 국도 이용
분당·수지·동백 → 용인행정타운(용인시청) → 용인대학교 → 장서교차로(안성방면) → 비봉터널 → 안성종합운동장 삼거리(좌회전) → 금광호수→청수골 식당 지나 왼쪽 하얀 집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이용
사당/과천/의왕 → 봉담요금소 → 동탄분기점 → 경부고속도로(부산방향) 진입 → 평택분기점 → 평택음성간고속도로(음성방향) 진입 → 남안성IC → 이하 위와 같음
용인-서울 고속도로 이용
헌릉·판교·분당·서수지 → 청명IC → 오산시청 → 경부고속도로 오산IC → 이하 경부선 이용법과 같음
대전-중부고속도로(상행) 이용: 대전→진천터널→대소분기점(서평택 방면)→남안성IC→이하 위와 같음
첫댓글 김포공항-동부 고속버스터미널(여기서 어디 가는 버스를 타야 돼?)
아.. 그림같은 山靜水流之居 그디 가보고 싶다.
올 마음을 아예 하지 말게. 내가 노자돈 보낼 틈이 없으니...오는 마음은 언제든 반갑게 맞겠네. 동부고속버스터미널은 안성 오는 버스가 없어. 강남고속버스(경부선) 터미널 15번 출구에서 15분~20분 간격으로 안성고속버스터미널까지 오는 버스가 운행되는데... 초행 길은 힘들어. 다른 날, 언제 혼자 온다면 내가 차를 가지고 모시러 나가지. 마음 써주니 고맙네.
山靜水流之居 堂號 현판 달기와 『아르토와 잔혹연극』출판을 축하하네.
무엇보다 병마를 이기고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데 감탄을 금치 못하겠네.
정말 잘 했네. 잘했어. 가 볼 수는 없지만 멀리서나마 박수를 보낸다.
칭찬 받을 일은 못되네. 일종의 살아가는 습관이라고 할건가. 여러 친구들에게 '초청장'을 띄우지 못하네. 주소도 모르고..게시판 글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니 자네가 잘 전해주게. 김병수, 강봉언, 김은치, 오관수, 김익두, 그 외 산행 친구들 말고도...
초청장 잘 받았네. 배산임수로 자리잡은 보금자리 숲속의 하얀 집, 눈에 선하게 밟힌다. 山靜水流之居 堂號 현판달기에, 출판 기념회宴에 함께해야 하는데, 멀리서 축하 박수만을 보낼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다. 9988 건승을 비네.
병마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아 훌륭한 일을 해낸데 대하여 무한한 영광과 찬사를 보내며, 더욱더 발전을 기원한다.
영광과 찬사, 훌륭한 일... 너무 과분하네. 그런 소리, 아예 말게. 부끄러워. 그저 삶의 파도를 타고, 그 물결을 나름대로 타본 것에 불과하네. 책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은데, 너무 전문서여서... 그곳 탐라서적(?)에 한 열흘 정도 지나면 있을지 모르네. 지나는 길이라면 한 번 흟터보게. 무슨 꼴을 하느라 몇 년을 보냈는지. 청산 볼 시간도 없이...
김립!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그대의 따뜻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