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河의 北韓 이야기 1탄/北에서 위력 떨치는 벤자민 프랭클린

[곡하선생]

대충 어지간한 식자들치고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피뢰침을 발명한 과학자이며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정치가였으며 현재 백달러짜리 미국 돈의 초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그 위대한 지도자의 위력이 지금 북한을 떨치고 있으니 2백 5십여년전의 亡者도 하늘에서 그것을 알고 있을까?

 이미 80년대말부터 거꾸러지기 시작한 피폐한 북한의 경제적 참상은 눈으로 보기전에 말로만 들어선 전혀 알길이 없을 것이다. 세월의 시계가 일제식민 치하였던 30년대 정도에 멈처 선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 이야기는 저들의 위대한 혁명의 수도 '평양'을 빼놓고 하는 말이다.

 거의 모든 지방 도시나 마을의 그래도 좀 반반한 건물은 몽땅 60~70년전 일본 사람들이 건축한 것들을 제대로 보수도 못한채 사용하고, 주민들의 주택도 시원찮은 건자재를 사용해 지은 결과 '무너져가는 오막살이 집'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주민들의 편의는 애당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용 장소' 정도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아닐 것이다.

 도로나 철도는 진짜로 우리의 30~40년전 '비포장 신작로' 수준이며, 철도는 언제 침목과 레일을 교체했는지 알 길 없는 고철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불과 360여Km 거리밖에 안되는 지방에서 평양을 가려고 하면 최소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한을 잡아야 한다. 철로 노후로 열차의 최고 속도가 기껏 시속 20km이기 때문이다.

 만일 속도를 좀 올렸다가는 산악이 많아 곡선 투성이인 철로에서 백발백중 탈선내지는 전복된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알려진 '용천 폭발사고' 말고 인명이 사상되는 열차사고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거의 기어가는 듯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확실친 않지만 6.15의 업적(?)에 취해 있는 남쪽의 위대한 K선생이 허세 떨며 개성에서 '평양까지 열차로 云云'하다가 쑥들어 간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잘못하단 북쪽 얘들 쪽팔리기 땜에) 사정이 이러하니 유통이니 물류니 하는 개념조차 없는게 지금 북한의 형편이다.

일단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한 얘기는 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프랭클린 아저씨 얘기로 들어가 봅시다.

 97년 大 기아 사건으로 아사자가 수백만이 발생한 이후 주민 먹여살리기가 힘들어지자 궁여책으로 내놓은 것이 소위 '자유경제 조치'다. 오죽했으면 공산체제가 주민들의 명줄의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대의 수단인 '배급제'를 포기하고 인플레이션으로 별 가치도 없는 봉급을 열배로 올려줘 마음대로 사서 먹고 팔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이때 이를 놓고 이곳의 친북 망둥이들과 일부 얼빠진 언론 종사자들(특히 X겨레 신문)은 마치 '김정일이 결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신호탄'인냥 호들갑을 떨었었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 조치 이전 주민들의 평균 임금이 월 100원(북한돈)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천원으로 올려줄테니 마음껏 사먹으라는 것. 하지만 어디 맘놓고 사다 먹을게 있나? 앞에서 언급한 유통과정도 그렇고, 또 그런 개념이 없다보니 그저 중국과 밀무역해서 들어 온 식량이나 물건 등이 장마당에 나와 있을뿐이다. 또 남쪽과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 비료 등을 뒷구멍으로 몰래 빼돌려 팔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엄청난 물가다. 쌀값만 놓고 보자. 그 조치이후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쌀값은 지역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옛부터 전통적으로 곡창지대인 황해도나 평안도 지역에서는 1kg당 북한돈 3백~5백원 정도지만 그렇지 못한 함경도쪽에선 심할 때는 1kg에 1천원~2천원도 부른다.

우리처럼 20kg와 다양한 소포장으로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봉급 천원타서 쌀 1kg 사서 누구 코에 붙일까? 그리고 봉급 천원 받아 식량만 사면 딴짓은 절대할 수 없다. 허니 식량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강냉이' 더 사는게 이득이지. 우리처럼 맘먹으면 기호에 따라 호의호식할 형편이 아니어서 나머지 부식 등은 겨우 소금 등 기초적 부식만 구입하고 야채 등은 빈땅 짜투리에 심어 먹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상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돈을 더 벌 궁리를 안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다. 1세들은 이미 많이 돌아가셨거나 대부분 연로하다. 따라서 생의 끝에 서 있는 그 분들은 죽기전에 고향의 혈육들 소식을 듣고자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어렵다. 헌데 북한의 그 조치 이후 무지하게 미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늘 이쪽에서 저쪽 가족을 찾는게 보편적이었으나 요 몇년사이 중국 대리인을 통해 저쪽 가족이 월남한 남쪽 가족을 찾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월남자 가족이라고 하여 주민 성분상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돼 온갖 학대와 감시 속에 살던 그 사람들이 죽기살기로 월남한 가족을 찾는 것이다. 지금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남쪽이 자기네들에 비해 비교하지 못할 정도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라도 연결이 되면 도움을 받고자 함이다.

 여기서 '벤자민 프랭크린' 아저씨의 위력이 북한 전 지역을 휩쓸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백달러의 위력. 이는 가히 구세주의 구원과도 맞먹을 힘이 있다. 4인 가족이 단돈 백달러만 있으면 '하루 세끼씩 1년을 지낼 정도니까. 허니 남쪽 가족에게서 1천~2천, 3천, 아니 한 5천 달러 이상만 얻을 수 있으면 그야말로 '팔자가 늘어지는 것'이다. 그래봐야 우리한테는 5백만원 미만인데...

울어야 할지 피식 헛웃음을 쳐야할지 가슴쓰린 참상이랄 수밖에 할말이 없다.

첫 얘기부터 이렇지만 앞으로 전할 얘기도 대부분 이런 것이니, 눈 똑바로 잘 읽어보기 바라며, 설마 어쩌구하며 고개를 외로 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그 분의 몫이니 책임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저 북녘 동포들이 자유롭게 지낼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끝-

[병옥]

눈팅 잘 하고 가네 근디 이젠 노안이 와서 그런가 활자체가 작고 빽빽하면 눈이 침침해 지네나그려 나만 그런가 헐!!!

[나그네 영수]

곡하의 북한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이재황]

잘 보았네,,우리네 실정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 나같이 어리숙한 사람들은 진짜로 알거든,,ㅎㅎㅎ 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