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배당, 소홀하면 안 되는 이유
서울에 사는 임모씨(52세)는 최근 낙찰받은 경매물건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소한 부분을 놓쳐 입찰보증금으로 낸 거금 3000만원을 떼일 위기에 놓인 것.
임 씨가 낙찰받은 물건은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물건. 임 씨는 권리분석을 진행하며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입찰에 참가했다.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액은 당연히 낙찰대금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물건을 낙찰받은 임 씨는 잠까지 설쳐가며 생돈을 날리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임씨가 낙찰받은 물건은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권(1억8000만원)이 2008년 12월 30일 자로 설정돼 있었고 이보다 먼저 전입신고를 마친 임차인이 있는 상황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말소기준권리의 설정일보다 빠른 날짜에 전입한 임차인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낙찰대금에서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는다.
임 씨 물건의 임차인은 보증금으로 7500만원을 지불했고 이후 2002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점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정일자는 2008년 3월 6일자, 배당신청은 2009년 5월 20일 자로 진행됐다.
이쯤 되면 권리분석을 시도하는 예비입찰자들은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요구가 있기 때문에 낙찰 후 인수해야 할 권리관계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임 씨가 이 물건을 보면서 놓친 부분은 바로 배당종기일이었다.
이 물건의 배당 종기일은 2009년 3월 19일.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한 날짜보다 2달이나 앞선다. 즉 임차인의 배당요구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선순위 임차인이기 때문에 보증금은 전액 보전받는다. 그리고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보증금을 보전해줘야 할 최종 책임자가 바로 낙찰자인 임 씨인 것이다.
이 같은 케이스보다 더 고약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선순위임차인이 배당요구종기일 이내에 배당요구를 하고서도 배당요구를 철회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불의의 낭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찰 당사자 스스로가 배당요구에 대한 규정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민사집행법 제88조 제2항에 따르면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해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 즉 선순위임차인의 배당요구 철회는 배당요구종기일 이내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찰예정자들은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요구 항목이 발견되면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입찰일 하루 전까지 배당요구가 유지되고 있는지, 신청일과 종기일은 언제고 선후관계는 어떤지를 체크해야 쓸데없는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