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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과 현대차의 1차전, 그 후는?
[시민정치시평] 현대차 불법파견 최종판결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기사입력 2012-03-02 오전 10:28:42
고용불안과 차별대우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정말 반갑고도 기다렸던 희소식이 날아왔다. 2월 23일 오후 2시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 노동자에 해당하고,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그는 정규직으로 간주된다고 최종 판결하였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한 것에 대해 합법적인 도급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지난 8년 동안 지루하게 진행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경총이 주장하듯이 원고 최병승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제기한 약 3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물론, 최소 5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고용관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최종판결은 사내하청 노동자문제를 해결하기에 미흡한 점이 많다. 대법원은 최병승이 제기한 현대차와의 묵시적 근로관계 확인 요청을 이번에도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사내하청업체가 사업주로서 독자성을 일정하게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고 소위 '바지사장'에 불과한 현대차 퇴직간부가 대리운영하고 있는 사내하청업체가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근거로 정규직과의 동일한 업무 수행 및 혼재작업, 원청 작업지시서에 의한 단순반복작업, 작업배치와 근무조건에 대한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결정권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은 위에서 언급한 근거가 부족한 경우 상당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합법적 도급노동자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규직과 함께 혼재작업을 하지 않거나, 한 부서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만 일하는 경우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남게 된다. 또한 현행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2005년 7월 이후 입사자의 경우 과태료만 물면 정규직 전환의무가 원청업체에게 부가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다. 2007년 7월 파견법의 개정으로 인해 불법파견의 경우에 적용되던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편 부실한 법체계를 악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는 사내하청의 현실을 고려하면, 현대차 사내하청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미 수많은 사업장에서 몇 개월짜리 한시하청은 물론, 단기계약직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무분별하게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 메시지 하나로 해고를 통보받는 것이 일상이다. 또한 사내하청 비율이 무려 50%를 넘어서는 조선 및 철강업체의 경우 대부분 합법도급을 위장하여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으로 제대로 된 제제를 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위 자본에게 '꿈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기아차 모닝공장을 그대로 모방하여 '100% 비정규직 공장'이 자동차 및 조선사업장에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 공장 8곳, 현대위아 공장 3곳,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STX중공업의 경우 관리자만 정규직이고 모든 생산직 노동자들이 사내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계속 오리발만 내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불법파견 노동자 최병승 개인에 대한 판결에 불과하고 사내하청 대부분이 합법도급이라고 억지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의 근본취지인 '노동자보호'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그 근거로 불법파견으로 판결을 받은 노동자는 일부 정규직화를 통해 1차 노동시장에 진입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머지 미 해당 사내하청 노동자는 고임금에 따른 노동수요축소로 인해 해고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동비용의 상승에 따른 노동수요의 위축, 임금격차 축소로 인한 고용대체효과 등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유발시키는 긍정적인 효과, 즉 고용안정의 생산성향상효과, 갈등 및 관리비용의 축소효과, 임금소득상승에 의한 구매력증대효과 등에 따른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기존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향상과 임금상승이 궁극적으로 전체 경제의 내수증대로 이어져 소비 진작과 부가가치증가로 나타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편 재계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기업이 값싼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비용을 '추가비용'으로 규정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돈은 '추가비용'이 아니라, 원래 정규직으로 일해야 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지불했어야 정상임금을 이제 비로소 돌려주는 것이다. 사실상 체불임금, 혹은 '지연된' 임금지불이다. 그리고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자. 재계는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이 엄청나게 더 증가한다고 야단이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비용증대액은 역으로 지금까지 재계가 불법적인 사내하청을 사용해서 얻은 초과이익을 의미한다. 사상최대의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지불능력 또한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허구적 기업논리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의 확산을 막고 정규직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용불안과 차별대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개혁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행 노동부의 지침 수준에 머물러 있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파견법, 혹은 직업안정법에 법령으로 규정해야 한다. 실제노동시장에서 불법파견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의 사업경영 및 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이 없는 경우 도급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의 경우 직접고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균등처우 및 차별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사내하청이나 파견노동과 같은 간접고용의 경우 고용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 난무하고 용역과 위탁노동이 기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고용과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의 확립은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부딪히고 있는 고용관계에 따른 차별대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셋째, 불법파견 뿐만 아니라, 합법적 파견에도 엄격한 규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비스부문의 경우 합법적 파견 대상업무를 악용하여 상시적인 핵심 업무까지 파견노동자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포지티브리스트에 따른 파견대상 업무를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노동조합과의 협의의무를 부여하고 1년 파견기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부활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파견노동 외 간접고용을 규제하기 위해 사용자성에 대한 규정을 확장시켜야 한다. 사용사업주가 용역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등 노동조건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계약 당사자로 제한된 사용자성을 확장하고 원청업체가 용역노동자에 대한 연대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우린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배신'을 기억합니다"
[현장편지] 현대차의 노노분열 공작…우려스런 정규직노조
박점규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기사입력 2012-03-02 오후 2:18:58
2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 일제히 공장장 명의의 담화문이 붙었습니다. 2월 23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후 회사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담화문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 없이 왜곡, 확대해석한 데서 비롯된 각종 무리한 주장들은 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뿐만 아니라 막연한 기대 심리만 높여 결국 또 다른 갈등만 초래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금번 23일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과 관련한 개인의 판결이며, 전체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아님을 직시해야 합니다."
불법 8년, 한 마디 사과도 없는 현대차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이자 세계 5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차가 지난 8년 동안 현행법을 위반하며 불법파견을 일삼아왔고, 그 최종 대법원 판결이 두 번이나 내려졌는데도, 회사는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현대차의 담화문은 거짓과 권모술수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다음날 언론사를 통해 대법원 판결문을 받았는데, 현대차는 6일이 지났는데도 판결문을 받지 못했다며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판결문 내용은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에 따른 2011년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이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차의 상고를 기각한 4쪽 짜리입니다. 여기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덧붙였을 뿐입니다. 면밀히 검토할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과 관련한 개인의 판결이며, 전체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고요? 대법원에서 성매매가 불법이라고 판결하면 소송을 제기한 업소만의 문제인가요? 뇌물과 정치자금 성격이 결합된 돈은 전부 뇌물이라는 대법원 판결은 전 거제시장 한 명에게만 적용되나요?
이미 2004년 9~12월 노동부는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 120개 업체 1만 명에 대해 이번 대법원의 판결문과 같은 내용으로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습니다. 불법파견이냐 합법 도급이냐라는 하급심의 논란을 정리한 판결이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파기환송심이고, 지난 2월 23일 최종 판결까지 난 것입니다.
현대차는 "노사 간 신중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8년 간의 불법행위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이 나왔는데도, 노사 간에 대화와 협의를 하면서 불법을 계속 저지르겠다는 것입니까?
대법원 판결 따르면 정규직 생존권 위협받는다고?
정말 소름끼치는 것은 정규직의 고용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내하청 문제는 회사와 사내하청 직원간의 문제를 넘어 생산 라인운영 및 인력운영에 미칠 크나큰 파급효과와 함께 우리 직원들의 고용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노사 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사내하청 직원'이 아니라 '현대차 직원'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사내하청 문제를 "우리 직원들의 고용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 직원'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시키면 '우리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협박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났다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동조하면 정규직 일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협입니다.
회사는 담화문 마지막에 "우리 직원의 생존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는 신의성실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현명한 결정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다시 정규직의 생존문제까지 언급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를 자극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압한다)', 현대차의 교활하고 야비한 심리전이었습니다.
2010년 11월 15일부터 시작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25일 점거파업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회사는 11월 17일 "이번 하청노조의 불법행동으로 잔업 등 생산차질이 발생하여 '우리 직원'의 임금손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홍보물을 발행했습니다.
회사는 점거파업 기간 동안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했고, 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자극했으며, 현대차지부를 통해 '외부세력론'을 유포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을 지지하던 조합원들을 흔들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공장 점거투쟁을 담은 <25일>에 기록된 회사의 교활한 심리전과 '정규직 민심 쟁탈전'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사내하청 노동자 8천명은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 선언해야
지난 2월 28일 경북 문경의 한 수련원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70여 명이 모였습니다. 2월 23일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움츠려있던 현장이 들썩이기 시작했으며, 간부들의 눈동자도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이날 하부영 민주노총 전 울산본부장은 현대차노조에 "대법원이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것은 곧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지부의 정규직 조합원이라는 판결"이라며 '정규직 조합원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규직의 고용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내하청 직원'과 '우리 직원'을 분열시키는 전략에 맞서 현대차노조가 직접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 조합원이라고 선언하자는 의미였습니다. 대법원 판결 정신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8000명은 정규직이고, 현대차지부 조합원임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제안이었습니다.
현대차지부는 이날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계획서'를 제출했고, 이 내용으로 29일 투쟁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대차지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3월 22일 발표하고, 원하청노조 연대회의를 구성하며, 4월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요구하고, 올해 임금협상과 결합해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정규직노조의 대리교섭에 대한 우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의아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고, 사회적 관심도 집중되고 있으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세력들도 앞 다투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싸우지 않고 총선이 지난 후 교섭을 요구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대국민 사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체불임금 지급 등 8대 요구안을 마련해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2010년 12월 9일 점거파업 중단 이후 노사합의로 징계최소화와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등을 논의하는 특별교섭이 진행되다 중단되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노조가 함께 특별교섭 재개를 요구하고,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 투쟁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한 간부는 "무엇보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요구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정규직노조가 일방적으로 투쟁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규직노조와 연대해 함께 싸워야 하지만, 비정규직 주체가 빠진 채 대리교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조설립 9년 만의 최대 기회
"만약 모든 하청이 원청에 정규직화가 된다면, 정말로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재고 해봐야 할 듯. 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규직화만 부르짖는다면 모든 하청 및 정규직까지도 실업자가 될 것이다."
3월 2일 금속노조 홈페이지에 "하청 정규직화는 무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입니다. 지금 금속노조와 정규직 현장조직 홈페이지에는 "하청 정규직화는 무리", "대안 없는 투쟁은 쫌", "이번 대법원 판결,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뭐가 우선인가?" 등 회사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들이 도배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회사가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규직화에 대한 현장의 열망이 대단히 높다는 뜻입니다. 어느 때보다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한다면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3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월차를 쓰겠다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하청업체 사용자가 식칼로 아킬레스건을 다치게 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 9년 만에 최대의 기회가 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0년 겨울 정규직노조의 배신을 뼛속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배신과 패배의 기억이 연대와 승리의 추억으로 바뀔 수 있는 2012년 봄이 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촉구
"현대차 담화문 유감...불법파견 8대 요구안 특별교섭 응하라"
울산노동뉴스편집국 2012.03.03 21:09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 울산, 아산, 전주 3지회는 2일 현대차 회사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담화문에 대한 입장을 내고 현대차 회사의 사죄와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현대차 회사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발표,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의 선고와 관련해 회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충분히 인지했으며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사내하청 문제는 회사와 사내하청 직원간의 문제를 넘어 향후 생산라인 운영 및 인력 운영에 미칠 크나큰 파급효과와 함께 결국 우리 직원들의 고용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노사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금번 23일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과 관련한 개인의 판결이며 전체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확대 해석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이번 대법원 판결이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적정 하도급과 불법파견을 구분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3지회는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도 없고 불법 시정 계획도 없는 담화문 내용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직원들의 고용과도 직결되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원.하청노동자들을 고용 위협으로 협박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라고 사쪽을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은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가 불법파견 노동자'임을 확인한 것으로 '최병승 조합원' 개인 문제로 축소하는 회사 주장이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회사 주장을 반박했다.
3지회는 "회사는 그동안 불법적 방법으로 고통을 가해온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대법원의 불법파견 최종심 판결을 수용, 최병승 조합원을 포함해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전환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또 "비정규지 3지회가 2010년 7월 22일부터 요구하고 있는 불법파견 8대 요구안을 중심으로 즉각 불법파견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10년 7월 22일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단협 요구안으로 불법파견 8대 요구안을 확정, 현대차 원청에 특별교섭을 요구해왔다.
지회의 8대 요구안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대국민 공개 사과 △모든 사내하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과정에서 부당해고된 조합원 전원 정규직으로 원직복직 △사내하청노동자 입사일 기준 미지급 임금 정규직 전환과 동시 지급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무급휴직, 계약해지) 즉각 중단 △불법파견 투쟁 과정에서 해고, 정직, 감봉 등 부당징계 및 구속수배된 조합원에 대한 별도의 피해보상 △고 류기혁 열사에 대한 명예회복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 금지 노사합의 등이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3월 10일,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희망광장을 만들자
[기고] 희망뚜벅이가 해단식을 하지 않는 이유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012.03.05 10:41
해단식을 하지 않은 희망뚜벅이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 재능교육 혜화동본사에서 정리해고의 상징 쌍용자동차 평택공장까지, 13일간의 희망뚜벅이 행진이 끝났다. 연인원 2,000명 가까운 이들이 단 한 시간이라도 함께 걸었고, 따뜻한 음료와 밥, 공연과 연대의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비정규직이거나 정리해고를 당해 자신의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이 선두에 서 있었다. 경찰의 감금과 위협, 혹한과 눈보라를 견디며 뚜벅뚜벅 걸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에 도착한 희망뚜벅이는 해단식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길의 끝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망뚜벅이의 공간적 목적지는 쌍용자동차였다. 그러나 희망뚜벅이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출발한 것이었고 쌍용자동차는 그 종점을 향해 가는 작은 정류장이었을 뿐이다.
희망뚜벅이,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드는 첫걸음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는 어디로 가는가 물었다. 무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희망버스에 함께했던 이들이 희망버스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많은 토론을 해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한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을 만드는 길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해 공간을 열고, 그 공간에 자신이 비정규직이거나 혹은 정리해고자인 노동자들이 와서 이야기하고 규탄도 하고, 즐거워도 하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면서, 이제 노동하는 자들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흐름을 만드는 싸움을 시작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공간을 열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 희망뚜벅이였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먼저 뚜벅뚜벅 걸으면서 길을 만들었지만 이 노동자들은 자기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걸은 것이 아니었다. 이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모아보자는 호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8년에서 40일까지 각각 투쟁한 날짜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에서는 그 아픔이 투쟁하는 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모두의 아픔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 그런 세상을 없애보자고 시작한 길이었다. 이 길에는 지금 비록 투쟁하고 있지 않지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가진 많은 이들의 응원과 후원도 아로새겨져 있다.
비정규직, 정리해고제도는 자본의 이윤 추구의 산물
기업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콜트-콜텍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공장을 짓고 기타를 잘도 만든다. 그들의 정리해고는 해외이전을 위한 술수였을 뿐이다. KEC와 코오롱 모두 공장은 잘도 돌아간다. 이들의 정리해고는 노조탄압을 위한 것이었다. 쌍용자동차는 회사를 비싼 값에 팔아먹으려고 회계를 조작해서 정리해고를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가 경영상 어쩔 수 없어서 사내하청을 쓰는 것은 아니다. 정부기관들이 돈이 없어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자본의 이윤, 더 많은 착취를 보장하고자 하는 기업과 정부의 욕망이 결국 비정규직제도와 정리해고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한들 자본의 힘이 막강하고 법원이 그 요건을 제멋대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쫓겨나고 비정규직이 된다.
그러니 이제는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소리 높여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 제도가 없어진다고 해서 해고가 없어지고 비정규직이 없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는 자본의 권력, 자본의 전횡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 규제의 핵심은 바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서 노동권을 강화하고, 자본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자는 것을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흐름으로 만들어야 한다.
3월 10일,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희망광장을 만들자
그래서 희망뚜벅이는 해단식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희망뚜벅이들은 해단식 대신 광장을 열고자 한다. 3월 10일, 먼저 투쟁했던 이들이 앞장서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희망광장’을 시작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공간에서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자고 외치고, 선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소금꽃들의 직접행동으로 사회를 변화시켜보자고 이야기하고, 한 사업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고통받는 이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이들이 모여 그 광장을 풍성하게 만들기를 바란다.
이제 봄이다. 투쟁의 계절이 왔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투쟁과 권리의 씨앗을 뿌린 희망뚜벅이들이 3월 10일에 시청광장에 모인다. 저녁 6시부터 11일 새벽 2시까지 시청광장에서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열고, 이야기마당을 연다. 희망버스에 함께했던 이들, 희망뚜벅이에 함께했던 이들, 희망텐트에 함께했던 모든 이들이 3월 10일 시청 앞 열린 광장에서 만나, 투쟁의 봄을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