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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석기 본지한방의학자문위원 명제한의원 원장 |
ⓒ 양산시민신문 |
| 몇 년 전 한동안 사상체질의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상의학에 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었고, 각종 잡지에도 사상의학을 다루는 기사가 유행처럼 실리곤 했다. TV에서 체질 감별하는 오링테스트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태양인 이제마’ 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에는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들 중에 자기 체질이 뭐냐고 묻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그냥 체질 감별을 해달라고 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 분들 중엔 그냥 자기 체질이 궁금해서 그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자기 체질을 알고 나서 그에 따라서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가려먹는 체질별 식이요법을 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함을 느낀다. 체질을 정확하게 감별을 한다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의과대학 교과과정에 사상의학이 정규과목으로 있어서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체질을 정확하게 감별하기는 어렵다.
사상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체질감별인데 그게 정확하지 않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수도 있기에 필자는 “당신의 체질은 이런 체질일 확률이 몇% 정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주곤 했는데 환자들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대처법을 생각해내게 되었다. 그런 환자가 오게 되면 일단 “당신의 체질은 이런 체질로 보입니다” 라고 말해주고 나서는 혹시 체질에 따라 음식을 가려먹으려고 그러시냐고 물은 뒤 그렇다고 하면 “음식은 머리로 가려 먹으면 안 된다” 고 말해준다.
음식은 몸이 알아서 가려먹게 해야 한다. 머리에 달린 이목구비가 좋아하는 것이 몸에 반드시 좋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목구비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면 안된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말 그대로 몸이 알아서 가려 먹게 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임신했을 때 갑자기 평소에는 시어서 먹지도 못할 설익은 과일을 엄청 먹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많은데 그런 경우는 그 때가 태아의 간의 형성되는 시기여서 간의 미(味)인 신 것이 많이 필요해서 그게 땡기게 된 것이다.
먹을 때는 맛있게 먹었는데 다음 날 몸이 무겁다든지 하는 경우는 그 음식이 자기 몸에 안 맞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음식과 물, 그리고 호흡하는 공기만 가지고 필요한 피와 살 등 모든 것을 다 만들어 낸다.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도 정교한 화학공장인 셈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몸이 만들어 내는 것을 만들 수는 없다. 컴퓨터로 치면 슈퍼 컴퓨터 수백개를 합쳐놓은 것과 같다. 그에 비하면 우리 머리는 386컴퓨터에도 못 미친다. 우리가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은 386컴퓨터가 슈퍼 컴퓨터를 조종하려는 것과 같다. 또한 우리 몸은 몸에 좋은 것만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때론 해로운 것도 한 번씩 먹어줘야 몸에서 저항력도 생기고 한다. 그것을 이겨내려는 몸의 움직임이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닐 하우스 같은 좋은 조건만 갖춘 곳에서 키운 채소보다는 노지에서 비바람을 맞고 큰 채소가 더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