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는 이주민의 거실 음악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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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년대 미국의 이민자 가족이 거실에서 음악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 ‘거실 음악’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
우리 교회는 매년 ‘이민의 날’을 기념한다. 우리 성가에도 이민자들과 관계된 성가가 있을까?
「가톨릭 성가」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가 이민자들의 고달픈 삶에서 비롯된 성가다. 이 성가는 특히 사순 시기 중 성모님 성가를 부를 때 많이 사용되는 곡이며, 성모님과 아들이신 예수님의 관계에 대해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가톨릭 성가」 책에는 ‘전통 성가’라고 나와 있어서 대단히 유서 깊은 가톨릭 성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드버리(Isaac B. Woodbury, 1819~1858)가 작곡한 약 160년밖에 안 된 성가다. 본래 성가 제목은 ‘사랑하는 어머니, 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Mother Dear, O Pray for Me)였다.
우드버리는 1819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개신교 작곡가이며, 보스턴과 파리, 런던에서 음악 공부를 한 후 보스턴으로 돌아와 음악 교사, 오르간 연주자 및 합창 지휘자 등으로 활동했다. 음악 교사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하기도 했고, 음악 잡지 편집자로도 일했다. 그는 당대 가장 유명했던 「뉴욕 성음악 모음집」(The New York Collection of Sacred Music)과 같은 찬송가집을 비롯해서 약 700여 곡의 작품과 15권의 찬송가집, 그리고 14권의 세속 음악 작품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우드버리가 만들었던 이 노래는 본래 ‘거실 음악’(parlor music)의 하나였다. 미국에서 오늘날과 같이 유흥 문화가 발달돼 있지 못하던 시절, 청교도 문화에 충실했던 중산층들은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과 함께 거실에 모여 함께 노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갖곤 했는데, 이때 부르던 노래들이나 즐겨 연주하던 곡들을 ‘거실 음악’이라고 칭했다. 대표적인 노래로 ‘켄터키 옛집’이 있으며, 이런 부류의 노래들을 작곡하며 생계를 꾸려 갔던 포스터(Stephen Foster, 1826~1864)가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당시 ‘거실 음악’을 즐기던 이들은 사실 유럽에서 미국 대륙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었다. 그들이 낯선 땅에서 적응하며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지내야 했던 그 고단했던 시간 속에서 유럽 땅에 두고 온 가족과 친척들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노래가 초창기 ‘거실 음악’의 주된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머니로 상징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는 노래들을 부르곤 했는데, 248번 성가의 기원이 된 노래도 사실은 성가가 아니라 이런 내용을 지니고 있었던 ‘거실 음악’의 하나였다.
1850년에 처음 출판된 이 곡은 본래 이 작곡자 우드버리가 ‘자신이 유혹에 빠지거나 차가운 세상에서 냉대받을 때, 자신과 항상 함께해 주시고 열심히 기도해 주실 것’을 어머니께 청하는 내용으로 만들었다. 이 곡은 당시 이주 미국인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유명해졌다. 이 노래에서 어머니는 성모님이 아니라 당시 특별히 사랑받았던 주제였던 인간적인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어머니를 성모님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하면서 성가가 되었는데, 1861년 오늘날 본당마다 존재하는 ‘성모회’를 위한 교본이 필라델피아에서 발간되면서 이 책에 처음으로 성가로 수록되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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