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가 싼 똥 기저귀를 바위틈에 몰래
그랬어요... 엄청 추워서 바람결에 촘촘하게 짜인 겨울옷 사이로 파고드는 얼얼함이 나의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게 했지요. 요 며칠 그런대로 푸근하고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져 겨울답지 않음을 투정 부려 보기도 했는데 유난히 불어대는 세찬 바람이 미워서 죽겠더라고요.
저희 서산지역 민간단체 5개 모임에서 연합으로 펼쳐진 이번 간월호 A지구 환경정화 활동은 그야말로 순수민간단체로써 스스로 우러나는 사회봉사정신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었는데요. 여름철 내내 행락객들이 다녀간 후 각종 오물 및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간월호 방조제는 그동안 수시로 환경정화 운동을 펼침으로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쓰레기를 거둬 갔지만,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환경오염물질은 우리들의 영원한 천덕꾸러기죠.
11월 24일 주말을 이용한 이번 정화 활동에는 자꾸만 오염되어가고 있는 청정해안을 보존하고자 뜻을 같이한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 산하 각 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는데요. 이날 오전에는 청소년적십자(RCY) 서산협의회 회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학생 100여 명이 간월도 A지구 왼쪽편을 깨끗이 청소한 상태였어요.
서산지역 RCY는 초. 중. 고교 학생 16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고북에 있는 샤론의 집과 복지원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지요.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어 눈을 크게 뜰 수 없을 정도였는데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게와 마대자루를 펼쳐 들고 바위틈에 끼어있는 밧줄과 나무 파편들을 수거하느라 모두 열심이셨어요.
"아니, 어째 올해는 아기들이 많이 댕겨갔나벼유~~ 참나 일회용 기저귀가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말여~~ 애기가 똥 싸면 말여... 그거 가지구 가려면 차 안에서 냄새 나니께 그냥 돌 틈에다 끼워놓고 가는겨~~그 애들이 나중에 커서 자기꺼 보믄 뭐라고 할껴잉..."
혼자 중얼거리듯 이내 어이가 없어 하는 표정으로 걱정이 태산인 모양이에요. 마대자루 100개를 준비했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말씀들. 그중에는 주부로서 할 일도 많을 텐데 몸소 참가하셔서 목장갑을 낀 채 널브러져 있는 오염물질들을 빼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특히, 이번 정화 활동에는 서산시 아마추어무선봉사회 회원들이 대거 참여했거든요. 인지에서 풍차주유소를 운영하는 박운석 회장님께서는 타 회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 일은 스스로 봉사의 정신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며 싱긋 웃어 보입니다.
"산속 깊은 곳이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통신이 마비되어 휴대폰이 기능을 다 하지 못할 때도 이 '무선통신'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가능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도로교통 상황전달, 풍수 재해, 천재지변 등이 발생할 경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시네요.
가까운 예로 작년에 당진에서 물난리가 나서 모든 통신이 끊겼을 때 서산아마추어봉사회가 상당한 도움을 주어 인명을 구조하고 현재 상황을 자세히 전달해 줄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서 많은 인명을 구조하고 상황대처계획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활약은 엄청 많았는데 지난 6월 5일에는 환경의 날을 맞아 지역사회발전과 환경운동에 앞장선 공로가 인정되어 환경부장관상을 받은 바 있더라고요.
한국조류보호협회와 씨텍(SeeTech-현대정유)봉사회, 인명구조대 등이 함께 어우러져 지역사회 사랑 운동의 목적으로 펼쳐진 이번 간월호 A지구 방조제 환경정화 활동은 일부 회원들만 수고할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여러 차례 간월호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 드린 바와 같이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써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가 가장 직접 닿는 곳이기에 늘 관심과 실천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져보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부 민간단체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다 소화해 내기란 이미 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운동들이 많이 보급되고 알려지어 다 함께 참여하는 서산사랑 운동으로 펼쳐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1시부터 3시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거둬들인 쓰레기를 보니깐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왔어요. 트럭으로 10대분이나 된다고 하니 정말 저 스스로부터 절대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철새들의 도래지인 간월호의 가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땅히 보존되어야 할 생태계의 원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곳 철새들이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 주는 일. 바로 우리들이 꾸준히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겨울 철새들의 낙원인 간월호. 그곳에서 우리는 모두 안개꽃이 되고, 그 안개 속에서 바다의 향기를 피우고 싶은 거예요.
작성일: 200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