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lie Nothomb
이제는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되어버린 그녀의 소설. 시각의 뒤틀기, 잔인한, 유머등을 고루고루 써먹을 줄 아는 그 작가에 대해, 그녀의 소설에 대해 이제부터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그녀 소설만큼이나 특이한 그녀의 인생부터 훑어보자.
< Q 1 ~ 2 >
그녀는 특이하다. 어려서부터 어려 국가를 다니면서 그녀는 낯선 곳에서의 이질감, 그리고 문화가 다른 것에서 부터 오는 당혹감을 많이 느꼈고 반면 많은 지식을 쌓기도 했다.
1967년 일본에서 출생
1972년 다섯 살 때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
계속해서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지로 전전
1985년 벨기에로 돌아옴. 브뤼셀 자유대학(ULB)에서 라틴 철학전공
1989년 일본에서의 불운했던 직장생활 시작. 훗날 <두려움과 떨림>의 소재가 됨
1992년 자신의 열한번 째 원고이자 첫 출간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문단 데뷔
-- 작중인물의 입을 빌어, 썩은 과일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고백 --
1993년 <사랑의 파괴> 출간
1994년 <불쏘시개> 출간
1995년 <반박> 출간
1996년 <의상> 출간
1997년 <침범> 출간
1998년 <수성> 출간
1999년 <두려움과 떨림>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 수상(40만부 돌파)
-- 같은 해 <살인자의 건강법>이 영화화됨 --
2000년 <튜브의 형이상학> 출간(30만부 이상)
2001년 <적의 화장법>출간
그녀는 벨기에 출신 프랑스 작가이다. '아멜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아멜리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프랑스인을 나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작가다. 요즘은 아멜리 신드롬이 생기기까지 했다고 한다. 25세의 나이로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소설을 들고 프랑스 문단에 데뷔했을 때 평자들은 재능과 박학과 풍자를 겸비한 그녀의 출현을 "하나의 현상"이라 평했다.
노통브는 24살 되던 해 원고를 갈리마르 출판사에 보냈지만 "가짜 원고를 출판할 수는 없다"는 메모와 함께 반송조치 되었다. 편집자 필립 솔레르스는 누군가 그 원고를 대신 써준 것으로 생각했던 것. 낙심한 노통브는 1년을 기다려 알뱅 미셀(프랑스 출판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는 확실한 기계란 평을 받는다)에 원고를 보냈고 출간과 더불어 10만 부가 넘는 대중적 성공과 함께 차세대 프랑스 문학을 이끌어 갈 작가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녀의 풍부한 글쓰기 소재의 바탕은 그녀의 유년시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외교관 아버지를 둔 아멜리 노통브는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나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다섯 살 때부터 술을 입에 댄 전력이 있고, 비트겐슈타인, 보들레르, 호치민, 레닌 등 방대한 도서에 몰두했다. 검은 바탕에 하얀 물방울 무늬 옷을 즐겨 입는 탓에 '미스터 10만 볼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별했던 어린 시절은 그녀의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사랑의 파괴>는 중국 외교관 거주지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간의 사랑과 전쟁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노통브는 그녀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힘껏 발산한다. 어디에도 주눅듦 없이 당당하고 도도한 표정과 거침없는 행동, 되바라진 듯 하지만 자존감으로 충만한 말투 등이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두려움과 떨림>은 일본 사회에서 경험한 일본다움을 철저하게 고발한다. 예의 바르고, 깍듯한 태도로 가장한 비합리적이고, 수직적인 일본인 상사. 그리고 상사의 오판을 합리화시키는 일본회사는 노통의 익살스러운 말투를 거치며 시원스럽게 까발려진다. 실제 일본인 회사에서 일했던 노통브는 이 소설에서 자신이 당한 만큼 호되게 되갚아 준 셈이다. 어쨌거나 그녀의 재기발랄함은 노통브 신드롬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켰다.
<적의 화장법>은 권투 선수처럼 빠른 잽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은 세 살배기에게 '신은 무엇이고,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고민을 안김으로써 형이상학적 주제를 농락하는 오만함으로 독자들을 찾는다. 보면 볼수록 발칙하고, 신통한 작가 라는 평을 받는 아멜리 노통브.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어떨까?
"글쓰기야말로 내가 매일같이 복용하는 일정량의 마약."
대답 한 번 깔끔하다. 소설을 홧김에 써버린다(<적의 화장법>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화가 치밀어 쓰기 시작했다고)는 데에는 더 할 말이 없다.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글쓰기광'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녀의 소설의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의 소설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은 숨넘어갈 듯한,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빠른 대화와 시선의 비틀기이다.
본격적인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 Q 3 >
[ 공격 Attentat ]
<공격>은 아멜리 노통브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해석한 현대판 <노트르담의 꼽추>이다. 샤페이처럼 축축 늘어진 살갗에 등에는 끔직한 여드름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에피판 오토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미의 화신이라 할 아름다운 여배우 에텔을 만나고 그녀의 도움으로 세계적인 '못난이 모델'이 된다. 그러나 미인 대회 심사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하며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일격을 가하던 에피판은 에텔이 겉모습만 그럴듯한 속물 화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다시금 자신의 외모가 만들어 놓은 장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작품에서 노통브는 그녀 특유의 다정함과 잔인함이 뒤섞인 문체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내고 있다. 추한 겉모습을 죄로 인정하고 절대미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묻는 것으로 사랑을 승화시키려는 고전 소설의 주인공과는 달리, 이 노통브식 <카지모도>는 당당하게 자신을 외면하는 사회를, 그리고 사랑을 <공격>하기로 결심한다.
비록 보답 받지는 못했지만 그 숭고한 사랑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운> 카지모도, 야수의 겉모습 속에 숨어 있는 순수한 영혼과 진실한 사랑을 알아보고 그를 구원하는, 이름마저 아름다운 벨 아가씨. 수 세기를 거쳐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이야기들에서 야수의 겉모습은 그가 마음에 품은 고귀한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죽음으로 끝을 맺지 않았다면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사랑이 가능했을까? 저주에서 풀려난 야수가 왕자가 아니라 70세를 훌쩍 넘긴 노인네라면 어떨까?
『공격』의 도입부에 이루어지는 잔인할 정도로 자세한, 에피판의 흉한 겉모습에 대한 묘사, 그리고 하젤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자각하고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 외딴섬에 거울 없는 감옥을 만든 『머큐리』의 야수, 오메르의 집요함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 된 영혼과 절대미의 결합이라는 문학계의 공리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람들은 이야기 속의 미녀에게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라고, 그 안에 깃든 사랑과 고귀한 영혼을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왜 추남들이 미녀의 외적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나무라지 않는가?
현실 속 미녀와 야수의 관계는 동화 속의 해피 엔딩과는 다르다.이들 사이에는 보다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다.공격』의 야수 에피판은 자기 사랑의 정당성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사랑 이야기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녀 에텔은 그의 논리의 뻔뻔함에 분노한다. 에피판은 자신을 끝까지 거부하는 에텔에 대해, 그를 거부한 세상에게 그러했듯이 <공격>을 가하기로 결심한다.
< Q 4 >
난 아멜리 노통브를 좋아한다. 그녀는 다른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창조성이 있다. 난 그녀의 작품을 모두 좋아한다. 하지만 이 것을 뽑은 이유는 그녀가 너무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대판 카지모도를 통하여. 항상 그렇지만 그녀의 책을 읽으려면 그녀만의 공격적인 문답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녀는 자신이 말로 풀어내길 보다는 책 속의 주인공의 대화로 혹은 말싸움으로 소설을 전개시켜 나가기를 좋아한다. 이 책에서는 외모지상주의를 흔하게 뚱뚱한 여자의 관점이라던가,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를 배신하고 외모가 이쁘거나 혹은 돈이 많은 여자에게로 갔지만 나중에 크게 망하여 결국 맘착하고 뚱뚱한 여자의 가치를 알게되어 돌아온다 등의 진부한 내용이 아니다. 소설속의 묘사만으로도 거북스러운 지독한 추남이 주인공이다. 자신 또한 외모때문에 차별받으면서도 자신은 예쁜 여자만을 좋아한다. 아멜리 노통브가 말하는 것이 이 것이다. 왜 예쁜 여자나 멋진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비판 받으면서 추남이 미녀를 좋아하는 것은 비판하지 않는가? 과연 아멜리가 만들어낸 카지모도는 예쁜 여인만을 좋아한다. 이 카지모도가 외모가 흉측한 대신에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고? 천만에. 그렇다면 부지런히 일을 해 돈을 모아 불쌍한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고? 천만에. 추남에다 몰인정하고 잔인하기까지한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이 자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대리만족은 컸다. 이 자가 모델이 되어 모델계를 평정했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통쾌했다. 이렇게 비틀어서 오히려 지금의 현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카지모도가 사랑한 미녀 에텔은 외모가 출중한 화가에게 마음을 뺏겨 에피판을 비참하게 만든다. 나중에 에피판은 느낀다. 이 외모로는 그녀를 소유할 수 없음을. 친구로든 연인이로든 안된다는 걸. 그래서 에피판은 에텔을 죽인다. 그리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노통의 결말은 항상 파격적이다. 누가 이런 주제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소설을 짧다. 책이 가볍다. 요즘 나와 새것이다. 그리고 통쾌하다. 그녀의 거침없는 화술이 거침없을 수 없는 나의 마음을 달래 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많이 고민했다. 공격이란 책도 좋지만 이와 더불어 아멜리의 외모지상주의 비판 2탄으로도 통용되는 "머큐리"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아멜리의 개성이 더 확연히 들어난다. 특히 결말이 두개로 되어있는 부분은 우리의 상상을 깬다. 하나의 결말이 끝나고 그녀만의 변명(?)이 나온다. 두개의 결말중에 갈등하였으나 도저히 하나를 택할 수 없기에 결말을 하나 더 쓴다. 웃음이 나왔다. 이 작가는 정말 자유롭구나. 펜하나로 하얀 종이 위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앞으로도 아멜리 노통의 책을 챙겨보겠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신드롬을 일으키는 작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