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 해설에서는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네 가지를 요약하면
① 수학의 실용성
② 수학의 도야성
③ 수학의 심미성
④ 수학의 문화적 가치
(1) 수학의 실용성
수학의 유용성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 정보화 사회의 필수품인 컴퓨터, 첨단 의료 기기인 CT촬영기 등의 제작에 고등 수학이 사용되고 있지만, 수학은 너무 깊은 곳에 잠복해 있기 때문에 수학을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러나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수학은 필요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geometry(기하학)라는 단어가 “땅의 측정”을 의미하듯이 고대 문명 사회의 측량술로부터, 그리고 직각을 얻기 위해 사용된 3-4-5 직각 삼각형으로부터 추상적인 기하학이 싹트기 시작했다.
산술은 공학, 농업, 상업, 종교 의식 등을 보조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개발되었고, 인도-아라비아 수 체계는 그 이전의 수 체계에서는 대단히 번거롭던 계산 문제를 간단한 계산 알고리즘을 통해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삼각법은 천문학과 관련해서 연구되었고, 로그의 발명(네이피어)은 천문학 등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계산문제를 쉬운 문제로 전환시켰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단순히 지적 만족을 위해 연구한 원뿔곡선은 1800년 뒤 케플러의 행성의 운동 법칙에 놀랍게도 응용되었다. 수리 논리학은 컴퓨터의 설계, 제작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현대 수학의 예로 선형 계획법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수학 외적인 필요에 의해 수학이 개발되고 연구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학 내적인 요구에 의해서도 수학은 발전했다.
데카르트의 해석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마주치는 당혹스러운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분법은 그 이전의 기하학적 접근 방법의 어려움을 극적으로 줄였으며 자연 현상에 대한 연구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2) 수학의 도야성
인간의 정신 능력을 훈련하는 중요한 방법으로서 수학 학습의 필요성은 고대 그리스부터 제기되었으며, 플라톤이 강력하게 주장한 바이다. 플라톤은 아테네에 세운 학교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이 곳에 들어오지 말라’고 써 붙였다고 한다.
수학의 도야성은 다음 네가지 수학의 성격으로 요약될 수 있다.
① 추상화
② 기호화
③ 단순화
④ 논리적 사고
이 네가지 성격의 각각의 예를 다음의 예에서 각자 찾아보도록 하자.
기하학적인 도형만이 아니라 수 자체도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류의 추상적 사고력을 대변한다. 이런 수학의 추상화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부딪치는 수치적인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제조와 건축물의 건설에 활용한다.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와 전철 노선도에서 알 수 있듯이, 추상화는 복잡한 현실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수학의 강점이다.
또, 인류가 수세기 동안 개발한 기호를 통해 고대 수학의 많은 대수적 문제를 중학교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 화이트헤드의 지적대로 “훌륭한 표기법은 두뇌의 불필요한 모든 작업을 경감시킴으로써 자유롭게 좀 더 높은 수준의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고, 실질적으로 인간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수학 학습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다. 두들리의 설명대로 “학교의 임무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최선을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적에 수학보다 더 적합한 과목은 없다. 다른 과목에서는 논리적 사고를 통해 정확한, 실증 가능하며 정확한 결과를 얻기가 확실하지 않다. 방정식
를 풀어
을 얻었을 때
을 계산해서 정확함을 확인할 수 있다. 초등 수준에서 수학 이외의 어떠한 과목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수학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논리의 힘을 보여준다.”
수학을 통해 배우는 이런 추상화와 기호화 능력과 논리적 사고는 수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진출하는 사람에게도 요구되는 정신 능력으로서, 수학을 배워야 하는 강력한 이유이다.
(3) 수학의 심미성
피타고라스 학파는 정오각형에 대각선을 그려 별 모양의 도형을 만들었다. 이 도형의 아름다움에 반한 그들은 이것을 그 학파의 배지로 사용했다. 유태인이 사용하는 다윗의 별은 두 개의 삼각형을 겹쳐 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런 도형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기하학적 도형과 황금 분할 등을 통해 수학적 대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수학의 공식, 방법, 기호 등이 절묘하고 아름답게 적용되는 경우를 많이 들 수 있다. 영국의 뛰어난 수학자 하디는 책 <어떤 수학자의 변명(Mathematician's Apology)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화가 또는 시인과 같이 수학자의 양식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며 색 또는 말과 같이 생각들은 반드시 조화로운 방법으로 서로 어울려야 한다. 아름다움은 제1의 시금석이다. 이 세계에 추한 수학이 차지할 수 있는 영구적인 장소는 없다. ... 수학적인 아름다움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은 어떠한 종류의 아름다움을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시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시를 읽을 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길롄은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방정식(Five Equations that Changed the World)>에서 수학에서의 방정식을 아름다운 시에 비유했다.
그리고 영국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러셀은 책 <신비주의와 논리학(Mysticism and Logic)>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정확히 보면, 수학은 진실뿐만 아니라 최상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이것은 조각품의 아름다움과 같이 우리의 나약한 감정의 어떠한 부분에도 호소하지 않고 그림이나 음악과 같이 화려한 장식도 없지만, 최고로 순수하고 단지 최고의 예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완벽성을 갖고 있는 냉정하고 준엄한 아름다움이다.”
또한 이브스라는 수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감성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지적인 경험이다.”
역사를 통해 위대한 수학자들은 수학의 아름다움을 인식했고, 바로 이런 아름다움이 그들의 수학 연구에 큰 원동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4) 수학의 문화적 가치
수학을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수학의 ‘문화적 가치’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의 노력의 결과로 누적된 수학은 현대 문명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거대한 분야로 발전되었다. 1988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제6차 수학 교육 국제 회의(ICME)에서 헤이스(R. L. Haye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학을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 없이 가르치려는 시도는 대단한 실수이고 전략적인 오류라고 나는 믿는다.”
수학이라는 문화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행선 공준이 틀림없는 공준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인류는 2000년 동안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오차 방정식을 거듭제곱근으로 일반적으로 풀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약 300년이 걸렸다. 그리고 해석학의 기초를 확립하는 데 약 150년이 걸렸으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에도 300년 이상이 걸렸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시기와 문명 사회에서 똑같은 수학적 사실이 발견되고 이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모든 사회에서 가치있게 사용됐었다. 이런 사실은 수학 개념의 보편성을 제시하는 것이며, 이러한 누적된 보편적 지식은 인류의 문화적 발전과 더불어 현대문명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