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며
강금이
어눌한 언어로
긴 문장을 만들어냈던 하루가
고개를 떨구고
수면 아래로 잠겼다
퇴근길에 들고 온 검정 비닐봉투가
부스럭거리며
소주와 과자 한 봉지를 내민다
가난해진 뱃속은 쭈글쭈글 아우성치고
비우면 채우고, 채우면 비워야 하는
반복되는 변화의 이치를 알려주고 있다
알콜을 주입하고
탱탱해진 타이어가 된 채
벌러덩 누웠다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속이 보이지 않는
검정비닐 같은 내일에는 무엇을 담을까
생각 위에 생각이 각성제가 되어가고 있는 순간
창틈 사이로 끼어들어 오는 달빛을 마시며
혼란스럽게 채색되어가는 생각들을
무채색으로 정돈하는 시간
소리 없는 고요함이 정으로 촉촉이 젖어 들어가고 있다
카페 게시글
강금이 작가방
[시] 하루를 보내며
민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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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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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남여류문학] 2022년 연간집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