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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5 03:30
▲ 영국 내셔널 시어터 ‘엔티 라이브(NT Live)’ 중계를 위해 공연을 촬영하는 모습. /NT Live
코로나가 사실상 엔데믹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3년 넘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공연 산업이 당한 피해는 매우 클 수밖에 없었어요. 공연은 극장이라는 장소에 다 같이 모여 배우와 관객이 마주하는 '현장성'이 중요한 예술이기 때문이지요. 많은 공연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해야 했고, 좌석 띄어 앉기로 공연장 밀집도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시기 현장 공연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온라인으로 보는 '공연 영상'입니다. 극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모니터로 공연을 보는 새로운 문화가 지난 3년간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까요.
실황·녹화 중계, 후원 라이브 공연도
코로나 이전만 해도, 공연은 현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현장성이 주는 감동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가야 하고, 비싼 티켓 값을 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를 극복하고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한 공연 영상화 사업은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공연 영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는 방법이에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기대감으로 웅성대는 객석 분위기와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다시 무대로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시간인 커튼콜 때 쏟아지는 뜨거운 박수 소리까지 공연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보통 3주 이상 걸리는 녹화 영상 편집 시간도 아낄 수 있지요.
공연 실황을 녹화해서 편집한 뒤 송출하는 것은 녹화 중계라고 해요. 사전에 카메라 위치와 음향 연출 등을 치밀하게 계획합니다. 객석 위치에 따라 놓칠 수 있는 배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뮤지컬이나 콘서트에서 부르는 노래는 마스터링(음악을 녹음한 뒤 편집하는 등 손질하는 과정)하고, 클래식 공연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여러 악기 소리를 서로 맞추는 작업까지 하기 때문에 더욱 완성도 높은 영상을 즐길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후원 라이브가 있어요. 코로나 시기 공연을 중단했던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나 극장들은 코로나라는 재앙에 지쳐 있던 사람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 무료로 공연 영상을 공개했어요. 베를린 필하모닉,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 등이 동참해 세계적인 클래식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었지요. 하지만 공연 영상을 제작하는 데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후원금을 내고 영상을 관람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어요.
실황 생중계 시작은 2006년 '더 메트'
공연 실황 생중계의 역사는 2006년 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더 메트(The Met: Live in HD)'에서 시작해요. 첫 작품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였지요. 수준 높은 오페라를 가까운 영화관에서 20달러라는 가격에 경제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매력이 더해져 큰 성공을 거둡니다. 국내 영화관에서도 '더 메트' 오페라를 녹화 중계로 즐길 수 있어요. 또 매년 1월 1일 전 세계 클래식 팬이 기다리는 대표적인 생중계가 있는데, 바로 '빈 필 신년음악회'입니다. 1939년 시작해 80여 년 역사를 지닌 신년 음악회는 세계 100여 나라에서 TV로 녹화 중계합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영화관에서 생중계하고 있어요.
영국 내셔널 시어터도 이를 벤치마킹해 2009년 '엔티 라이브(NT Live)'를 시작했어요.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인공을 맡은 '햄릿'과 '프랑켄슈타인' 등 세계적인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런던에 가지 않고도 전 세계 3000여 극장에서 볼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남산 국립극장에서 매년 '엔티 라이브' 새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국내에는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서비스
그렇다면 국내 공연 영상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2013년 첫선을 보인 예술의전당 'SAC ON SCREEN(싹온스크린)'은 우수 공연을 더 많은 관객에게 전한다는 공익적 의미에서 시작했어요. 국내 전국 문예회관과 극장, 학교, 도서관, 영화관, 군부대, 공공기관 등에서 상영하고 있지요. 세계 각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도 상영을 지원해 해외에 한국 공연 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어요. 국립극장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과 손잡고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의 영상 서비스를 했어요. 국립극단은 2020년 국내 연극 단체 최초로 전용 플랫폼을 열었답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활용한 온라인 공연장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기도 해요.
국·공립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외에도 '네이버 공연 라이브'에서는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어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경복궁 근정전 특별 무대에서 공연한 뮤지컬 '세종 1446'도 온라인으로 녹화 중계됐어요.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인 충녕대군 시절부터 시작해 왕이 된 이후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시련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지요. 짧은 공연 일정을 놓쳐 아쉬워하는 관객을 위해 지난달 14~15일 공연을 녹화 중계했는데, 이틀 동안 4000여 명이 시청했어요. '세종 1446' 제작사인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코로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공연 영상은 수도권에 집중됐던 화제의 공연을 어디에서나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 다양성 확대에 기여했다"며 "앞으로 공연 영상은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오늘 저녁,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연 한 편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요?
▲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연극 ‘세인트 조앤’ 한 장면. /국립극단
▲ 국립극장이 유튜브에 공개한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 실황 장면. /국립극단
▲ 뮤지컬 ‘세종 1446’ 리허설. /고운호 기자
▲ 뮤지컬 ‘세종 1446’ 온라인 녹화 중계 장면. /네이버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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