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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13 03:30
장마와 관련된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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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어요. /뉴스1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우리 선조들은 가뭄보다 장마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는 뜻이에요. 가뭄 때도 힘들긴 하지만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데 반해, 홍수 때는 인명 피해는 물론 집이나 논밭·가축 등 재산이 물에 잠기거나 휩쓸려 가버리니까요. 그러다 보니 장마가 가뭄보다 무섭다는 건데요. 이 속담은 지방에 따라 '이레 장마보다 삼 년 가뭄이 낫다'나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등으로 다르게 전해지지만, 의미하는 바는 같답니다.
'자라가 육지로 올라오면 홍수가 날 징조다'라는 속담도 있어요. 자라는 평소에 강이나 호수 등 물속이나 늪의 모래 진흙에 숨어 지내지요. 자라는 건조한 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땅 위로 잘 올라오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장마 때는 간혹 땅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는 대개 큰 홍수가 난다는 속담이 충청도 지방에 전해져요. 또 자라가 알을 낳는 장소를 보면 그해 여름 날씨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자라는 알을 낳을 때 날씨를 예측해 부화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찾아 적당한 깊이에 알을 낳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영월 지방에는 '동강(東江)이 서강(西江)에 지면 홍수가 난다'라는 장마 속담이 전해 내려와요. 영월을 감싸고 흐르는 두 강이 동강과 서강인데요. 평소에 동강은 물살이 급하고 세며, 서강은 물길이 순한 편이라고 해요. 그런데 순한 서강의 물이 더 세게 흐르면 홍수가 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기상학적으로도 일리가 있어요. 평상시에는 훨씬 높은 산맥에 둘러싸여 흐르는 동강 쪽이 비가 더 많이 내릴 확률이 높아서 동강 쪽 물살이 세게 흐릅니다. 하지만 평소 강수 패턴이 아닌 장마철의 게릴라식 집중호우 때는 국지적인 폭우가 내리므로 서강 쪽 물이 더 세게 흐를 수 있지요. 따라서 동강이 서강에 진다는 것은 천재(天災)에 가까운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아침 뇌우는 큰비가 내릴 징조다'라는 속담도 있어요. 뇌우의 종류에는 기단성 뇌우와 전선성 뇌우가 있어요. 기단성 뇌우는 오후에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여름철 장마전선과 연관된 전선성 뇌우는 새벽에 가장 강하게 발달하는 특성이 있으며, 또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집중호우를 뿌리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집중호우는 대부분 뇌우와 함께 시작됐고, 시간대도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거나 막 일어나기 시작하는 새벽 무렵이 대부분이었어요. 날씨 속담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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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