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범죄심리학)는 “장애인들은 장애인들끼리 협소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정상인이 호의를 보여주거나 친절하게 대해주면 그 사람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과민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이 거부당하거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것에 대해 심한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이 일반인과 다르게 원망과 분노로 표현된다”고 전했다.
곽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허씨가 문씨를 살해하고 옷을 벗긴 후 불가마에 넣어 태웠다는 것은 증거를 인멸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처벌의 의미가 강하다”며 “허씨가 문씨를 살해하고도 분에 차지 않아 사체까지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7일 춘천경찰서에 실종신고가 한 건 접수됐다. 실종자는 K대학 미대대학원 1년생인 문아무개씨(34)였다. 실종신고를 낸 사람은 문씨의 부친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수색에 나섰고 이튿날 허아무개씨(29)를 용의자로 붙잡았다. 허씨는 춘천 시내에서 도예방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경찰이 허씨를 용의자로 붙잡은 것은 문씨의 가족들이 “실종 당일 허씨의 도예방에 갔다”는 증언 때문이었다.
경찰은 허씨를 추궁한 끝에 실종된 문씨의 소재를 밝혀냈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일주일 뒤였다.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던 허씨로부터 문씨를 살해했다는 자백과 죽은 문씨의 사체를 유기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문씨의 사체가 유기된 곳은 춘천시에서 떨어진 의암호였다. 허씨의 진술에 따라 문씨의 사체를 찾아낸 경찰은 충격을 받았다. 발견 당시 문씨의 사체는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봉지에 담긴 사체는 머리, 팔, 다리가 없는 상태였다. 몸통도 불에 심하게 그을린 잔혹한 모습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허씨는 문씨를 목졸라 죽인 뒤 자신이 운영하는 도예방에 설치된 불가마에서 태워 유골을 봉지에 담아 의암호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엽기적인 살인사건들과 더불어 또하나의 쇼킹한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전도유망하던 한 미대 대학원생과 도예방 주인. 그들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이토록 잔인한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허씨와 문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6월. 당시 문씨는 친구의 소개로 허씨의 도예방에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했다. 문씨가 이 도예방에 나간 것은 공예를 전공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문씨가 대학원에 입학한 지난 연말까지 문씨와 허씨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진 것은 밀린 수강료 때문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 허씨는 “수강료 8만원이 밀려 문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연 수강료 8만원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을까.
이 부분에 대해 허씨는 “수강료 문제로 말다툼하던 중 문씨가 나의 신체적 결함(청각장애)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욱하는 감정이 북받쳐올라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씨의 아버지는 “딸이 처음에는 도예방에 수강료를 내고 수업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허씨로부터 돈을 받고 도예방의 일을 도와줬다. 수강료가 밀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부친 문씨는 특히 “지난 2월17일에도 허씨가 딸에게 수고비 90만여원을 입금했다. 내가 통장까지 가지고 있다”며 “허씨의 말대로 밀린 수강료가 문제였다면 2월에 수고비 입금할 때 수강료 부분을 제하고 보내면 될 일”이라며 항변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재로서는 살해동기를 밝혀내는 데 다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허씨의 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허씨가 일관되게 수강료 문제라고 주장해 계속 수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문씨 가족들은 문씨가 허씨를 장애인이라고 무시했다는 허씨의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씨 가족들에 따르면 문씨는 평소 허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많이 걱정하고 도와줬다고 한다. 문씨의 어머니는 “한 번은 딸이 내가 만든 생활한복 한 벌을 가져가 허씨에게 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허씨의 아내가 기저귀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한 번은 딸이 기저귀를 가득 들고 와 허씨의 아내 대신 팔아줄 정도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가족들은 문씨 실종 직후 허씨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문씨가 선물한 생활한복을 입고 나타나 ‘누나(문씨)가 평소 우리 부부에게 잘 대해 줬다. 누나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씨 가족들은 문씨의 사체가 발가벗겨진 채 불에 태워졌다는 점을 들어 허씨가 성폭행을 저지른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살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허씨는 “불가마는 도자기에 직접 불이 닿아 굽는 것이 아니라 보일러를 가동시켜 거기서 나오는 열로 도자기를 굽는 방식이라 사체에 옷을 입히고 태우면 옷은 타지 않고 남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예가 최아무개씨(26)는 “도자기를 구울 때 불가마 내부온도는 최소한 7백℃가 넘는다. 그 정도 온도에 사체를 세 시간 동안 태웠다면 옷은 물론이고 사람의 뼈까지 가루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도예를 한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즉 도예기능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허씨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옷을 입힌 채로 사체를 태워도 옷은 흔적도 없이 소각되는 것을 잘 아는 허씨가 왜 그런 진술을 했을까.
또한 의암호 등지에서 발견된 문씨의 사체도 팔, 다리는 모두 타 뼈 조각으로 발견됐고 몸체는 불에 그을린 모습으로 발견됐다. 게다가 문씨의 유류품으로 스웨터, 코트 등 상의류는 발견됐으나 입고 있었던 청바지 등 하의는 발견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허씨는 상의만 벗기고 하의는 남겨둔 채 문씨를 불가마에 집어넣은 것일까. 문씨의 아버지는 “허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뻔한 것 아니겠는가.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성폭행 혐의는 찾기 힘들다”며 문씨 가족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 수사관은 “범행 당시 당황한 허씨가 유류품을 버리는 과정에서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댓글 우와..너무 잔혹합니다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