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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은 악천후가 장애지만 때론 비오는 날도 나름대로 묘미가 있습니다.
11월 둘째주 번개모임으로 선택한 백제전통문화탐방에 나선길이 그렇습니다.
출발하려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걱정됐는데 1시간만에 부여에 도착해 부소산성에
오르자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화창한 가을날 따가운 햇볕보다는 낫더군요.
빗속에 젖은 낙옆이 성길에 쌓여있는 것을 보면 만추의 서정을 더 짙게 느낄수도 있고요.
<부소산성 올라가진 진입로. 빗속에 젖은단풍이 떨어져 있어 깊은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부소산은 백마강을 끼고있는 산입니다.
유난히 소나무가 많던데 산의 이름에 그 이유가 있더군요.
'부소(扶蘇)'라는 뜻은 백제시대 언어로 소나무 라는 뜻이랍니다.
성내 오솔길을 걸으면 피톤치드가 코를 찌릅니다.
부소산에 쌓은 부소산성은 평상시에는 왕족과 귀족들의 위락시설로,
전시(戰時)에는 피난처였던것 같습니다.
산성둘레가 2.495m로 청주상당산성(4.400m)에 비해 작습니다.
<부소산성내에 이런 오솔길이 수km 조성돼 있다>
그러나 산성외에는 별다른 문화재가 없는 상당산성에 비해 부소산성은 백제시대의 문화재는
물론 의자왕의 전설을 간직한 곳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코스가 여러갈래로 뻗어있어 마음먹고 돌을려면 3시간은 걸릴것 같습니다.
이곳 문화재중 전설과 실제가 다르다고 느낀곳이 낙화암입니다.
신라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3천궁녀가 절벽아래로 뛰어내린 곳으로 유명하죠.
헌데 막상 가보니 3천궁녀는 커녕 30명이 떨어지기에도 정자는 작고 벼랑도 비좁은 곳이더군요.
하지만 전설의 힘은 대단해서 낙화암과 절개를 지킨 백제여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사찰 고란사에 흐린날씨에도 관광객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2시간의 도보여행을 마치고 부소산성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부여에 사는 지인이 추천해준 식당은 발디딜틈이 없을 만큼 손님이 많더군요.
일본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인지 일본 최고권위紙인 '아사히신문'맛집 기행에도 실렸다네요.
우리가 먹은 음식은 객단가가 1만1천원인 '불고기쌈밥'인데 맛깔스런 반찬이 푸짐했습니다.
식사를 마친뒤 시내탐방에 나섰습니다. <트레킹 중간에 평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즐기는 회원들 모습>
정림사지 5층탑, 궁남지, 능산리고분도 돌아보았습니다.
궁남지에는 매년 6월쯤 연꽃축제가 열린다는데 연못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축제때는
장관(莊觀)일듯 싶습니다. 내년 6월 부소산성과 궁남지는 정기트레킹 코스로 고려할까 합니다.
<부소산성안에 있는 연못풍경>
백제는 일본 아스카문화의 뿌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여읍 풍경이 일본의 오래된 도시에 온듯 합니다.
5층석탑과 대웅전만 남아있는 '정림사'는 조선시대의 사찰과는 전혀 다르고 국립부여박물관과
정림사박물관은 간결하고 단정한 일본 건축양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일본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도시라 그런지 일본관광객들도 간간이 눈에 띠었습니다.
하지만 부여시내엔 천년 풍상을 간직한 백제시대 건축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역사와 전설의 흔적이 남아있는 부소산성과 부여를 걸으니
마치 시간여행을 다녀온듯 합니다.
<정림사지박물관 내부 / 일본에 온듯한 분위기다>
<부여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구드레돌솥쌈밥집 / 일본 아시히신문에도 소개됐을만큼 유명하다>
<불고기쌈밥의 상차림 / 객단가 1만1천원 >
<'우리들의 이야기'에는 하얀구름님이 찍은 더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