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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유서깊은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사우살리토를 가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만, 이 만을 가로질러 남북으로 육지를 잇는 다리가 바로 금문교 ‘Golden Gate Bridge’이다. 골든게이트란 이름은 John Fremont란 지형학 엔지니어가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을 잇는 해협에 붙인 이름이다.
샌프란시스코만은 남으로 Fremont까지 35마일, 북으로는 San Pablo만이 30여 마일 육지안으로 뻗어 있고 주변에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샌파블로, 산호세 같은 대도시가 많아 만에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다리들이 많다.
만 북쪽에 Richmond-San Rafael Bridge,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Bay Bridge, 남쪽으로 San Mateo-Hayward Bridge, Dumbarton Bridge,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을 잇는 'golden gate 해협' 위로 금문교가 그림 처럼 걸려 있다.
2009,11,27일 11시 30분경 요세미티로부터 오클랜드에 도착한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고 다시 금문교를 넘어 사우살리토로 건너갔다.
금문교 북쪽 캘리포니아 Martin County의 조그만 도시 사우살리토에 하룻밤을 묵은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나오는 길에 금문교 관광을 하기 위해서 였다. 사우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만이 눈 앞에 바라보이는 자그마한 도시로 해안선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고 나트륨 등에 비친 밤바다가 겨울바다 같지 않게 따뜻한 느낌을 줬다.
샌프란시스코는 로스엔젤레스로부터 북쪽으로 350여 마일 떨어져 있고 위도는 한국의 서울과 비슷하지만 LA와 마찬가지로 겨울 기후가 온화했다. 같은 위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주변은 단풍이 들고 활엽수의 나뭇잎들이 지고 있었지만 사우살리토 주변의 식생은 싱그러운 초록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기온도 밤에는 10도 가까이 떨어졌지만 낮에는 20도 넘게 올라가는 전형적인 한국의 봄 가을 날씨,
늦은 밤 마틴시 부근 해변의 트레블 로지(travel lodge)로 찾아 들어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Mill Valley란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 물도 빵도 동이나 버렸기 때문이다. 여행중 언제든 부근 마트를 방문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 또한 자동차여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쇼핑을 하다 보면 그 지역의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고 그러는 사이 굳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아~하 이쪽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미국은 월마트가 소매상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다녀보니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다. 어딜 가도 월마트가 없는 곳이 없지만 가령 서부 해안지역에는 Albertson이란 마트가 많았고 서북부 해안지방에는 K-마트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띠었다. 반면, 플로리다는 적어도 여정에 포함된 지역엔 월마트가 가장 많았다.
쇼핑을 위해 들렀던 밀 벨리의 K-마트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게 앞에 전시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 나무들이었다. 생나무 수십 그루를 가져다 놓고 판매하고 있었는데 생나무는 워낙 많은 나무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미국에서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그곳은 여전히 생나무가 인기인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이른 오전부터 미국인 몇몇이 나무를 고르고 있다. 물론 일찌감치 트리를 장식하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준석이 뒤로 나무가 진열돼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사람사는 모습이다. 그래서 명절이 가까이 다가오면 고향에서 엄마, 누나, 동생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오른다. 맛난 음식 장만하고 가래떡도 뽑고 명절치레하는 쇼핑 이 모든 준비기간은 정작 명절보다 더 즐겁고 재밌다. 오히려 명절 당일은 바쁜 와중에 허망하게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이 크나큰 기쁨과 기대를 안겨주는 것 처럼,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명절이다. 그래서, 그들도 땡스기빙데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일찌감치 명절준비에 들어간다. 땡스기빙 준비는 냉동 터키(칠면조)를 구입해 냉장실에서 녹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고 크리스마스는 트리나 오색 전구로 집 안팎을 장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요세미티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도중 Buck Meadows란 자그마한 시골마을을 지나치는데 도로가(옆) 모든 기둥은 어김없이 붉은 색 끈과 양말 같은 것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돼 있다. 아마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상의해서 준비한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을 전체에 걸쳐 장식이 잘 돼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도 크리스마스 꾸미기는 완료된 상태였다.
크리스마스가 미국인들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준비에 얼마나 큰 정성을 쏟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살리토 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밀 밸리는 북쪽과 서쪽을 한 백여 미터 높이의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고 그 안쪽으로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아늑하고 잘 균형잡힌 소도시로 도롯가 곳곳엔 꽃밭이 장식돼 있고 나무들은 11월말에도 녹색빛을 잃지 않을 정도로 기후가 온화하다. 비록 쇼핑을 위해 잠시 들른 곳이지만 아름다운 곳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로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이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내려다 보며 금문교로 향했다. 해수면에서 꼭대기까지 200미터가 넘는 2개의 주 기둥에 철선을 늘어뜨려 다리 상판을 매단 금문교는 전형적인 현수교. 다리 총 길이는 1.7마일 다리위로 왕복 6차선 도로가 닦여 있다. 건립 당시 세계 최장의 현수교란 기록을 갖고 있고 디자인이 아름답다는 평이 있지만 그냥 하나의 현수교일 뿐이다.
금문교과 비슷한 현수교들이 워낙 많고 디자인도 여느 현수교와 다를바 없어 사실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다리가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만,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시닉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다리만 보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금문교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좌우로 샌프란시스코와 마틴 카운티에 가려 시야가 좁을 뿐아니라 일렁이는 파도위로 내리쬔 태양빛이 수천개의 조그만 빛으로 반사돼 고요한 호수같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 틈에 끼여 금문교 위를 산책해 보는 것도 좋고 다리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만도 좋다. 다리위와 주변엔 4~5군데의 뷰 포인트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만의 알카트라즈 섬은 과거 교도소였지만 지금은 관광용으로 개방되고 있다. 이 섬은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1932년부터 1937년까지 수감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뺨에 있는 흉터 때문에 스카페이스(scarface)란 별칭으로 불렸던 카포네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에서 자랐고 20대때 시카고로 이주해 밀주와 밀수 도박 등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며 시카고에서 밤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알 카포네로 분(粉)한 영화 '언터처블'도 알 카포네 이야기다. 금문교 아래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피셔맨스 워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금문교는 짧은 예산으로 모금까지 해가면서 지은 다리여서 아직까지도 통행료를 받고 있다. 승용차는 한 번 지나가는데 6달러를 내야 한다. 우리는 다리 남단에 있는 톨게이트를 지나 다리 근처 공공주차장에 차를 세운뒤 샌프란시스코쪽 다리 보도를 산책하고 금문교를 세운 스트라우스씨의 동상이 서 있는 남쪽 공원을 둘러봤다. 이 곳이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만을 잇는 해협위여서 인지 바람이 매우 세찼다.
사진 뒤로 샌프란시스코만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까마득할 정도로 높았고 수심도 깊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금문교를 자살장소로 선택하는 지 알만했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캐나다 토론토의 아치교 Bloor Street Viaduct 등과 함께 세계에서 자살시도 빈도가 가장 높은 랜드마크 중 한 곳이다. 지난 2003년 한 해 동안 이 곳에서 자살한 사람수는 25명, 지난 1937년 다리가 지어진 뒤 지금까지 모두 1300명에 이른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 투신했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의 자살이 잇따르자 자살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지만 왜 세금으로 그런 시설을 지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 때문에 추진이 미뤄지다 지난 2008년 10월 금문교 이사회가 14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자살방지 그물망 설치를 가결했다. 이로 말미암아 금문교 아래에는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그물망이 설치됐다. 다리위 보도 진입시간도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됐다.
금문교 건립추진은 1916년 샌프란시스코시 엔지니어 Michael M. O'Saughnessy가 다리 건조 가능성과 비용을 파악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Joseph Baermann Strauss가 1921년 설계도를 완성하면서 건립공사가 본격화된다. 당시 예산부족으로 반대도 없지 않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마틴 카운티를 잇는 페리부두의 교통체증이 워낙 심했고 이에 대한 시민불만이 다리건립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트라우스가 다리 건조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에 금문교 남단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이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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