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2011.11.12(토) ~ 13(일) 흐림, 안개
장소 : 연실봉 (전남 영암 월출산)
목적 : 즐겁게 등반하기
참석 : 박종길, 정도균, 박연미 (1팀)
문형수, 소민수, 김수영 (2팀)
일정 :
12(토)
18:10 문수동 출발
20:20 월출산 관리소 야영장
24:00 석식후 취침
13(일)
06:00 기상
08:00 조식후 출발
08:10 천황사 (식수)
08:25 샛길 바위
08:40 시작점 도착
09:00 출발
11:20 2P 오아시스 도착 후 중식
12:30 오아시스 출발
13:25 3P 레이백 구간 완료
14:20 4P 등반 완료후 간식
15:20 하산 완료
16:00 장비 정리후 출발
18:00 여수 도착
금요일에 미리 등반 신청서를 Fax로 주고 받았다.
11인승 차량 1대로 출발하여 약 1년 만에 월출산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애용하던 식당 건너편의 민박집이 헐리고 주변 초지와 함께 토지 정리 공사가 한창이다.
주차장에 마땅한 자리가 없다.
그나마 차가 들어 갈 만한 빈 자리엔 큰 돌 몇개가 놓였다.
민수 아우가 전혀 고민하지 않고 묵묵히 돌을 들어 옮기는데, 내가 거들어 주고 싶다하여, 거들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야영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비박이나 소형 산악 텐트 보다는 오토캠핑용 텐트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분위기가 다소 생소하다.
옆집 모습이 탁자 옆으로 화로에 모닥불이 타고, 퍼런 연기가 시골집 굴뚝에서 처럼 피어 오르는 가운데, 편안한 의자에 둘러앉자 두런두런 얘기 꽃을 피우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먼저 민수 아우가 3인용 텐트를 치고 나는 2인용 텐트를 치고, 다른 분들은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한명은 밥을 하고, 한명은 생선을 손질하여 찌게를 끓인다.
또 한명은 굴비를 굽고, 그리고 또 한명은 쭈꾸미를 한 솥단지 삶는다.
데크를 차지한 품새는 초라하지만 음식만은 한정식 집이네~
그러면 그렇지, 가스가 떨어졌다!
가스를 실어놓은 차량을 바꿔타고 오는 바람에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매점을 찾아 내려갔다.
"까스 있어요?"
"네~"
부탄 가스를 내어 놓는다.
"똥그란건 없나요?"
"네~ 있어요, 몇개요?"
"두개요!"
대화는 이게 다이다.
근데, 묻는다.
"여수에서 오셨어요?"
"(허걱!), 근데 어찌 아세요?"
"말투가 그래서요~"
"네~"
드디어 내 말투가 여수스럽게 되었나 보다.
왕복 15분 결렸다.
돌아와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가스 주이다 했소?" 한다.
식사도 마치고, 한 순배가 돌고 나니 디저트를 준비 한단다.
한쪽에선 고구마 야채를 튀기고, 어디서 났는지 한쪽에선 커다란 거위알을 삶는다.
배불러 죽겄다 하니, 남으면 낼 행동식이란다.
자정이 되었는데도 주변의 화로불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성 두분은 2인용 텐트로, 민수 아우는 3인용 텐트에서 홀로 자는데 외로웠단다.
동계 침낭으론 새벽을 제외하곤 대체로 더웠고, 걷고 자니 모기에 물렸다.
옆 캠핑족은 한곳은 03시에, 한곳은 05시가 되어서야 조용해 졌다.
그리고 05시 30분에 첫번째 관광차가 도착하여 산객이 줄을 잇는다.
아마도 힘든 하루가 될 듯 싶다.
'떡국파'의 전통인가?
어제 남은 음식은 모두 체쳐두고 새로이 떡국을 끓인다.
세척장도 가깝고, 화장실은 깨끗하고 화장지도 잘 비치되어 있으며, 여성의 경우 전화만 하면 어느 때라도 생리대를 무료 제공 한단다.
다만, 화장실 전원 콘센트는 오캠족들에 의해 포화 상태다.
짐을 차 안에 수납하고, 등반용 배낭으로 바꿔 매고 출발한다.
천왕사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샛길 바위 좌측으로 등산로를 벗어나니 이제야 다소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다.
풀이 우거질 때에 비해서 헤치고 가기가 수월하였다.
시작점에 도착하여 장비를 착용하고 스윽 올려다 보는데 만만해 보이지만, 이제는 바라 볼때와 붙었을때의 차이를 아는지라 긴장감을 늦추지는 않았다.
1팀 종길 아우가 먼저 좌측 작은 나무에 슬링으로 한번 중간 확보하고 1피치를 끊는다.
나는 1피치 앵커의 정체를 우려하여 1피치를 지나 2피치까지 전진하는데, 중도에 하나의 볼트가 새로이 박힌것 같고, 우측 디에드르 크랙에 박힌 하켄에 중간 확보를 한 후 레이백으로 올라, 작은 나무에 슬링으로 확보를 한 번 더 하고, 좌측으로 2m정도 트레버스 하여 앵커에 도착 하였다. 2피치를 하나의 피치로 끊으니 자일의 무게 때문에 다소 불편 하였다.
2팀 소민수 2피치 도착,
1팀 정도균 1피치 앵커에서 출발하여 같은 이유로 2피치를 지나쳐 오아시스 까지 한번에 끊는다.
2피치에서 오아시스까지는 볼트가 없다.
2팀 김수영 2피치 도착,
2팀 문형수, 김수영, 1팀 박연미, 박종길, 2팀 소민수 순으로 오아시스 도착.
하단 노랑 배낭이 출발점이고, 가운데 두명 1P볼트, 좌측 등반중인 곳이 하켄, 그 위로 레이백 구간이다.
저 밑에서 뭐하고 있나 봤더니,
연미 아우가 맘이 안타까운지 자일을 잡아주고 있네요~
2P에서 확보중, 사진을 찍겠다니 부끄러워 죽을라 허네요~
정도균 2P 지나쳐 바로 오아시스로 선등
김수영 2P 도착 직전
먼저 도착한 사람은 행동식도 먹었고, 아직 이른 시간 이지만, 시간이 넉넉하니 차분히 중식을 하기로 하고 떡라면을 끓인다.
다섯개를 끓이는데, 종길 아우는 반그릇, 이미 커다란 거위알을 뱃속에 감춘 도균.민수 아우는 두그릇, 연미 아우 두그릇, 나와 친구는 세그릇 씩을 비우고서야 코펠이 바닥을 보였다.
배가 이래갖고 과연 선등이 될랑가 모르것다.
관리 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차 빼 주~" : "쫌만 기다리셈~"
2009년 12월 6일
나와 친구 둘이서 연실봉을 찾았었다.
레이백 구간을 지나고 마지막 2피치를 남겨 두었는데, 그 구간에 얼음이 꽤 두껍게 얼었다.
결국 탈출을 하게 되었는데, 오아시스로 하강하여, 능선을 치고 나가 밴드를 따라 우측으로 계속가니 끝엔 낭떠러지가 나왔다.
다시 돌아와 적당한 곳에서 3m정도 되는 벽을 두번 올라 연실봉 상단을 넘어 탈출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데, 의외의 경우가 발생하니 약간 당황되기도 하여 당시엔 꽤 긴장이 되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니 종길 아우가 소슬랩으로 하강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준다.
지금 같아선 대슬랩으로 하강한다 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듯 보인다.
나는 벨트를 풀지도 않고 있었는데, 언제 착용 했는지 부지런한 종길 아우가 3피치 레이백 구간을 선등한다.
바위가 젖은 곳이 많아서, 젖지 않은곳만 골라 디딜려니 밸런스 문제로 힘이 든다.
하지만, 신발이 젖으면 슬랩 특성상 슬립을 먹는다.
레이백 직전의 까리한 크럭스!
직등을 하면 쉬울듯 보이지만 바위가 좌측으로 기울어서 미끄러지면 큰일나게 생겼다.
인간의 심리상 우측으로 붙게 되는데, 그러자면 벙어리 홀드에서 발 바꿀때 약간 짜릿함을 느끼던 곳이다.
이곳에 새로운 볼트가 박혔다.
잡지 않고 짜릿함을 즐겨보려 하지만, 눈 앞에서 살랑살랑 어른 거리는데는 그 유혹이 만만치 않다.
30Cm쯤 되는 슬링을 잡고 커다란 벙어리 홀드로 이동하여 손을 바꿔가며 통과 해야 하는데, 이곳을 통과하는 것 부터가 쉬운일이 아니었는데, 기 설치된 슬링이 얼마나 긴지 바로 레이백 구간까지 닿는다.
언더로 잡고 가면 되는데, 자꾸 레이백이 생각나서 손등을 하늘로 하고 가려니 자세가 이상하고 힘이 많이 든다.
위에서 종길 아우가 내려다 보며 쉬운 코스를 일부러 어렵게 해가며 오른다며 부럽다고 핀찬이다.
이걸로 걸어 올려부까?
나! 왔지롱~
4피치는 아직까지 한번도 선등을 해 본 적이 없는 곳이다.
따라서 이번 등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부지런한 종길 아우가 재빨리 올라간다.
우측에 폭이 30Cm쯤 되는 반달 계곡을 오르는것만 보았는데, 크랙을 따라 오른다.
(나중에 따라 올라보니 이곳이 더 재밌다.)
10m쯤 위의 볼트를 통과하여 언덕을 넘어 보이지 않는다.
자일은 계속 풀리는데 도데체 어디까지 가려는 것인지...
45m쯤 풀리고서야 종료 메아리가 울린다.
남은 자일이 짧으니 중간자 출발을 못한다.
두 자일을 묶어서 올리고 내리고 하면 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것이다.
첫볼트 까정은 프리로~, 감시중!
마지막!
상단에 픽스하고 첫볼트까지는 프리로, 나머지는 션트를 이용해 올랐다.
이어서 연미 아우가 주마로, 도균 아우가 그리그리로, 민수 아우가 주마로 오르고, 마지막으로 그리그리로 불편하게 오르는 친구를 멈춰 세우고 연미 아우와 함께 시스템을 구축한 후 홀링을 한다.
민수 아우의 완력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약 30초 정도에 등반이 종료 되었다.
거의 벽을 달려서 올라오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올린 이나, 올라오는 이나 구경하는 이 모두가 박장대소를 한다.
홀링 준비 완료!
홀링 직후! 오른쪽에 날깨짓이 보이는지...
모두 웃고 자뿌라졌다~~
종강 등반때 얻어 마셨던 한 모금의 맥주 맛을 잊지 못하여 캔 맥주 하나를 준비하였다.
한모금씩 나눠 마셔 봤는데, 맛이 일품인데도 예전의 그 맛은 아니다.
비박지에서 약간의 간식 시간과 장비를 정리하고 하산을 하는데, 좁은 통로를 내려오는 기분이 마냥 즐겁다.
기존 등산로로 접어들어 등산객과 합류하는데, 번잡하여 줄지어 내려가야 한다.
이제야 올라오는 팀들도 꽤 있는것으로 보아 구름다리 구경 팀이지 않을까 싶다.
함께 내려가는 내내 들리는 등산객들의 세상사는 이야기가 정겹다.
시루봉에 잠시 들러, 남주 아우의 건강을 기원하고 야영장으로 돌아와 장비 정리를 한다.
남겨둔 음식은 많으나 아무도 먹자는 사람이 없다.
나만 거위알 하나를 맛보고 나머지는 싸왔는데, 오늘 저녁 식사까지 해야 그릇을 비울 수 있을것이다.
민수 아우의 운전으로, 도로가 밀리면 샛길로 접어 들기도 하여, 시간도 단축되고 가막만의 풍경을 구경하는 좋은 기회도 얻었다.
파전에 곡차와 더불어 등반을 마무리 하는데, 역시나 아무도 식사는 하지 않는다.
만두 두 쟁반을 주문하여 또 나와 친구만 먹었다.
잘 먹지도 않는 사람들은 음식을 잔뜩 싸오고, 잔뜩 먹는 사람들은 별 준비가 없으니 어찌된 일 일까?
평소에 뭘 못 먹고 사는 나와 친구로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
이번 산행은 박연미 아우의 초보딱지 종강 등반이다.
처음 접해 보는 슬랩 등반이라 다른때 보다 생소하고 어려웠다고 한다.
마지막 피치에선 그립감을 위해서 장갑을 벗어 제치고 주마링을 하여 손바닥에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붕대를 감고 하산 하면서도 마냥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날 저녁 수고했다고 문자를 했는데 전화가 왔다.
"이번주엔 어디로 가실랍니까?"
(Quo Vadis Domine)
주)'쿼바디스'라는 말은 고난을 이겨낸 후 재도약한다는 의미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제가 산에 오른듯한 느낌입니다~~~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