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평촌마을이 보고 싶다 [전남일보 3.29일]

[붕어]

명품 평촌마을'이 보고 싶다

입력시간 : 2013. 03.29. 00:00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 달 23일 찾아간 광주 북구 석곡동 평촌마을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한해의 풍년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대보름 세시풍속 행사가 이 마을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운 날씨였지만 동네 꼬마 녀석들은 연을 날리느라 연신 언손에 입김을 불어댔고 일부는 쥐불놀이를 하며 풍년농사를 빌었다. 어른들도 마을 어귀에 모여 한 해의 소망을 담은 시문과 글귀를 적어 달집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바로 옆에서는 아낙네들이 파전을 부치고 두부김치와 찰밥으로 외지인을 대접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여기에 둥근 달이 떠오른 시각, 마을을 찾은 500여 명의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는 한마디로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을 보며 각자의 소원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도시의 각박함은 사라지고 행복이 넘쳤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평촌마을 얘기를 꺼낸 것은 이 마을이 사라져가는 전통의 맥을 잇고 행복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명품마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의 산간오지나 도서지역 등에 위치한 마을을 국립공원의 우수한 자연생태와 고유한 문화적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조성함으로써 탐방객을 유치하고 주민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가 명품마을 조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난해 12월31일, 전국에서 21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된 무등산을 내실있게 가꾸고 지역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의 향상을 위한 대안이 여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진도 관매도에 명품마을을 처음으로 만든 이후 2011년 한려해상 내도, 전북 덕유산 구산, 다도해해상 상서, 월악산 골뫼골 마을을 명품마을로 조성해 운영한 결과 지난해 탐방객이 연간 3만1017명에서 4만853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 소득 또한 같은 기간 2억7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금까지 몰랐던 그 마을의 자연환경과 숨겨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평촌마을도 다른 어느 명품마을에 비해 성공가능성이 높다. 북쪽으로는 광일목장과 무등산수박 재배지, 충장사와 산장이 병풍처럼 감싸고 마을 앞으로는 다슬기 방사와 반딧불이 생태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자연휴양지 증암천과 광주호 생태공원이 펼쳐져 있다. 광주호 주변의 가사문화권과 충효마을 당산제, 대보름행사, 장승과 솟대, 분청사기 전시관, 소쇄원, 무돌길과 역사길, 정자문화, 천연기념물 왕버들 같은 수많은 문화관광자원도 풍부하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도심과 가까운 유리한 지리적 여건에 전통문화까지 어느곳에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관광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마을 전체가 공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묶여 규제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는 한 주민의 말에는 힘들었던 지금까지 그들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10년, 20년 살다보니 몸에 배었지만 다른 마을에 비해 너무 불편하다."는 체념은 오히려 인간적이다.

무등산 국립공원과 명품마을은 광주시와 북구에 주어진 새로운 어젠다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평촌마을이 명품마을로 지정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당장 새롭게 달라질 것은 없다. 55가구 100여 명 조금 넘는 인구와 그 나마 60대 이상이 80%에 육박하는 인구구성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 명품마을 지정을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한사람 한사람의 관심이다. 광주시와 북구청의 역할도 크다. 이들이 우리들의 바람인 문화와 전통, 생태와 환경이라는 명품의 가치를 우리와 후손에 물려 줄 수 있는가 없는가는 결국 우리들이 몫일 것이다. 특별히 북구청이 역량을 집중해 주면 좋겠다. 국립공원 무등산과 광주호, 가사문화와 환경이 잘 보존되고, 명품 도요자기와 호남을 지켜냈던 의병정신이 살아 있는 마을, 항상 찾고 싶고 찾아가면 머물고 싶은 광주의 얼굴, '명품 평촌마을'이 보고 싶다.


반재신 광주북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