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12월초 일본을 처음 찾았을 때 규슈의 하카다역과 오사카의 신오사카역, 그리고 도쿄역에서 잇달아 보았던 일본의 노숙자(일본 정부는 ‘홈리스’라고 부릅니다.)들은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역구내마다 을씨년스럽게 자리 잡은 종이상자 움막, 그 앞에서 플라스틱 도시락을 먹던 노숙자의 모습들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선진국 일본의 그늘진 자화상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일본 홈리스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꽤 늘었다고 합니다. 2004년 특파원으로 부임한 뒤에는 홈리스의 실상을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됐습니다. 홈리스들은 기차역 구내만이 아니고 강가, 공원, 다리 밑에도 진출해 텐트를 치거나 움막을 짓고 살았습니다.
지역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도쿄도청의 코앞인 신주쿠중앙공원은 아예 집과 유사한 움막을 짓고 생활하는 홈리스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의 거리 하라주쿠에도, 동물원이 유명한 우에노공원에도, 화려한 신주쿠역에도 홈리스들이 집중적으로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쿄도의 통계로는 2006년 현재 홈리스들이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쿄의 중심지역인 23구 지역에는 올 8월 시점으로 홈리스가 3670명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3명이 줄어 9년 만에 4000명을 밑돌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통계일 뿐 실제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숫자의 변화가 심하고, 숨어 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번 조사는 공원, 도로, 기차나 지하철역, 국가 관리의 하천을 제외한 하천 부지 등에 대해서 실시된 것입니다. 따라서 조사가 실시된 이외의 지역까지 합하고, 파악되지 않은 숫자를 포함하면 5000명이 훨씬 넘는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보도입니다.
구별로는 23개 구 지역 가운데 전년 동기에 비해 줄어든 곳은 시부야, 신주쿠 등 16개 구였습니다. 반대로 증가한 곳은 스미다, 시나가와 등 6개 구였습니다. 홈리스가 가장 많은 곳은 다이토구로 649명 이었고, 그 뒤를 스미다구(638인)와 신주쿠구(372인)가 이었습니다.
도쿄도측은 이처럼 홈리스가 줄어든 것은 도측이 홈리스 자립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 도영 아파트로 홈리스들의 숙소를 옮기고 직업을 알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2004년8월부터 지난3월까지 모두 1190명이 홈리스생활을 청산, 도영아파트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쿄도내의 홈리스가 줄었다는 징후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1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왕궁과 중앙부처, 국회와 총리관저 등 권력기관과 가까운 시내핵심부의 히비야공원에는 오후3~4시께면 다른 곳에서 활동하던 홈리스들이 몰려듭니다.
신주쿠중앙공원은 홈리스들이 장악
고정된 잠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홈리스들이 각자 잠자리용 종이상자와 살림살이(?)를 꾸려 자리 확보전을 시작합니다. 홈리스 대책을 총괄하는 후생노동성 코앞에도 이들 홈리스들의 움막이나 텐트 10여개가 자리 잡고 있어 일본 홈리스의 현주소를 잘 보여줍니다.
▲ 겨울이 다가왔지만,조금이라도 아늑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오후3시쯤 홈리스가 공원 한 곳에 갖다 놓은 잠자리와 살림살이.
이런 냉혹한 현실은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금방 나타납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의 어려운 경제정세 아래서는 홈리스의 수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홈리스 문제는 한층 심각해질 것입니다.”라고 솔직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생성은 홈리스의 자립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02년8월 ‘홈리스 자립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듭니다. 이 법에 근거, 2003년 1~2월 전국의 홈리스 실태조사를 한 결과 홈리스 숫자는 약 2만5000명에 달했습니다. 실제는 훨씬 많답니다.
당시 조사에서는 또 ‘노숙자의 약 반수가 취직을 희망한다.’는 등의 의식상태도 조사됐습니다.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2003년7월 ‘홈리스 자립의 지원 등에 관한 기본방침’을 책정해 홈리스의 고용, 보건의료, 복지 등의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이런 시책에 따라 책정된 홈리스 예산은 2006년도(2007년3월말까지)에만 33억400만엔 이었습니다. 내역별로 보면 취업대책비가 11억9100만엔으로, 3000명 가까운 홈리스에게 일용노동자 강습 등을 실시했습니다. 50여명의 자립지원 상담원 비용도 책정됐습니다.
홈리스의 취업을 알선하기 위한 요원 18명분 4000여만엔의 예산도 책정됐고, 홈리스를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장려금도 주고 있습니다. 후생성을 축으로 전국 18곳에서 정부, 민간,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홈리스종합상담추진협의회도 운영, 상담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홈리스들의 임시 숙소 제공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도시의 공원 등에서 텐트나 움막생활을 하다 건강상태가 악화된 홈리스나, 일반 홈리스의 건강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겨울철 위주로 전국 10곳에서 3100명분의 숙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수치는 매년 변합니다.
아울러 홈리스들의 위생상태를 개선해주기 위해 목욕이나 이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을 10곳에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보건소 등의 창구나 순회시설 18개소에 홈리스 전용 보건시설을 설치, 혈압측정이나 혈액, 오줌검사 및 건강상담과 정보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후생성, 자립지원 위해 각종대책 추진
이처럼 일본 정부가 홈리스들의 건강이나 자립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홈리스들의 현실은 냉혹합니다. 수년전부터 청소년들이 홈리스들을 ‘인간쓰레기’ ‘지상에서 없어져야 할 자들’ 등이라며 때리거나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도 중부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강 다리 밑에서 홈리스 생활을 하던 69세 여성이 4인조 청소년에게 맞아 내장출혈로 숨지는 등 인근에서만 7명의 노숙자들이 청소년들에게 잇달라 습격당한 사건이 일어나 일본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남성홈리스에게 화염병을 던져 숨지게 한 15∼18세 4인조 청소년이 체포됐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소년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홈리스가 싫다며 공격을 계속해 다리가 부자연스런 남성이 공격받아 끝내 숨진 것입니다.
2003년에는 도쿄도 고토구에서 16세 청소년 2명이 “당신은 인간쓰레기이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면서 노숙남성을 강물에 던져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도쿄 인근 지바현에서도 청소년들이 노숙자가 싫다며 집단폭행해 숨진 사건이 있는 등 홈리스에 대한 이지메(집단괴롭힘)식의 집단 공격행위가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들 청소년들이 홈리스를 공격하는 것은 ‘선진국 일본의 체면을 구긴다.’는 이유가 주라고 합니다. 실제로 홈리스들은 도심부에 텐트나 움막을 지어 도시미관을 해치고, 대낮부터 무리를 지어 술판을 벌이거나 벌렁 누워 잡니다. 남루한 옷차림, 널린 술병과 쓰레기….
연령층은 50대전후지만 30대도 적지 않습니다. 거품경기가 붕괴되면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 가정불화 등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지하철역이나 공원의 한구석을 택한 것입니다. 다만 재기를 노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홈리스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홈리스는 편의점에서 내다버린 시일지난 음식이나 자선단체의 배급음식을 먹고 술에 취해 무위도식합니다. 전철 내에 읽고 버려진 잡지나 빈병 등을 주워 고물상에 넘겨 술값-담뱃값을 버는 사람도 있습니다. 빅이슈라는 홈리스인권 잡지는 이들을 지원합니다.
이들은 구걸행위를 하지는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라고 하네요. 다만 홈리스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생계형‘이 아닌 ’자발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책이 겉도는 경우도 있다고도 합니다. 의식의 문제도 크다는 얘기입니다. 정신상담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민간단체들의 지원활동도 활발합니다. 급식지원과 야간순찰, 홈리스 인권보호, 알코올중독 방지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합니다. 일본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열도의 그늘’, 홈리스 문제는 후생노동성의 고백대로 큰 개선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첫댓글일본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도 노숙자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들었어요..그들이 다시 일을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이 필요하겠지요..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본답니다..터미널 주변이나 공지천 주변 그리고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아주 많다는 얘길 들었어요..그들에게도 주님의 말씀이 전파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첫댓글 일본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도 노숙자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들었어요..그들이 다시 일을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이 필요하겠지요..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본답니다..터미널 주변이나 공지천 주변 그리고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아주 많다는 얘길 들었어요..그들에게도 주님의 말씀이 전파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잘산다는 일본도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