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생태계의 미래를 엿보다
2016 벤처창업대전
‘이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다’. 인간, 디지털 기기, 물리적 환경이 융합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이자 세계경제포럼설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속도를 꼽으며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강소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코엑스 C홀에서는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의 오늘과 앞으로 펼쳐질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2016 벤처창업대전이 열렸다.
2016년, 벤처생태계를 돌아보다
2016 벤처창업대전은 지난 199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국내 벤처·창업 관련 최대 행사이며 정부 3.0 취지로 미래부 ‘창조경제박람회’와 통합 개최된 지 3회째이다. 올해는 ‘내일의 변화, 오늘에 담다’라는 슬로건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인 벤처·창업 육성의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제2 벤처붐’ 확산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우수제품 전시 및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다.
오전 10시, 코엑스 3층 C홀은 거대한 전시관이 되었다.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시관과 공모를 통해 선정된 벤처·창업기업의 일반전시관 등이 마련됐다. 특히 특별전시관은 주제에 따라 창조, 혁신, 글로벌, 도전 등 네 개의 테마로 나눠 집중도를 높였다. 창조 테마인 창업선도대학관, 청소년 비즈쿨관, 청년창업사관학교관에서는 휴대용 화재경보기, 실시간 원격 레이싱 디바이스 등 창업 동아리 학생과 일반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다. 혁신 테마인 창업나래관, 스마트벤처창업학교관, 스마트창작터관, 벤처창업 멘토링관은 창업 기업의 아이템·경영·마케팅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우수 제품과 앱, 웹·소프트웨어 등 지식서비스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글로벌 테마인 글로벌 전시관, 창업경진대회수상작 전시관에서는 팁스(TIPS) 기업과 본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활성화 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인 아이디오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끝으로 도전 테마인 창조기업협업관과 재도전 성공관은 재도전 성공기업과 1인 창조기업의 우수제품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중 드론, 가상현실(VR), 3D 프린터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첨단벤처산업체험관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 2년간 고품질 VR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온 (주)엠라인 스튜디오 이원주 PD는 “VR 안전교육 콘텐츠인 세이프라인을 통해 사고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어 교육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번 벤처창업대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VR 콘텐츠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벤처·창업기업의 경영상 애로를 상담할 수 있는 상담관 등 올해 벤처창업대전에는 500여 개 기업에서 550여 개의 부스가 전시됐다.
오후 2시에는 2016 벤처창업대전 시상식이 열렸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강시우 창업진흥원장,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관계부처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축사에서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현재 전 세계 경제는 저성장으로 대표되는 뉴노멀(New Normal)과 다양성과 속도가 강조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며 “빠르고 유연한 중소·벤처기업에게는 물 만난 고기처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벤처산업 발전과 건전한 창업문화 조성에 기여한 벤처·창업 기업인과 투자자,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은탑산업훈장에 캐스텍 코리아 윤상원 대표를 비롯해 총 169점의 정부 포상이 수여됐다.
실패는 성공의 씨앗
벤처창업대전 시상식이 끝난 후 같은 장소에서 올해 3회째인 ‘재도전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12월 1일부터 2일 양일간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었다. 1부는 재창업 활성화 유공포상과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시상식, 실패·재도전 스토리 공유를 위한 재도전
성공 릴레이 발표, 토크콘서트 등이 열렸으며 2부는 재도전 성공패키지 재창업기업을 대상으로 모의투자유치 설명회(IR)와 VC·엔젤투자자와의 1대1 투자 상담이 진행됐다. 1부 사회를 맡은 재도전 인식개선 홍보대사 개그맨 윤정수 씨는 “그동안 사업 실패와 연대보증으
로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재도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재도전 기업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사업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ICT 기술이 접목된 미디어와 마술의 융합 퍼포먼스로 1부 행사가 시작됐다. 환영사에서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창업과 재도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라며 “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튼튼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재도전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 김용수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버(Uber)와 페이팔(PayPal)의 성공에는 4번의 실패와 재도전이 있었다”며 “실패의 경험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성공의 과정이자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다음 순서로 사업 실패 후 재도전에 성공한 기업인과 관련 유공자,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신용도가 낮은 재창업자를 위해 특별보증을 제공하는 등 재창업자의 재기를 위한 기반 조성에 공로한 기여로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이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재기성공기업으로는 (주)아이알티코리아, (주)매직내니가 각각 미래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어진 ‘제4회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한국통합민원센터(주)의 이영우 대표가 창업부문 대상에 선정되었으며 최우수상, 우수상 등 15개 기업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재도전, 성공을 향한 위대한 항해
여러 기업인들의 실패 속에 담긴 성장과 재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재도전 성공 릴레이 발표가 진행됐다. 포스브 코리아 선정 2030 파워리더 IT부문에 선정된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는 “불가능이라는 뜻을 가진 ‘impossible’이라는 단어는 ‘나는 가능하다(i’m possible)’는 뜻도 되며 앞에 ‘im’을 빼면 ‘가능(possible)하다’는 말이 된다”며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창업자임을 잊지 말고 실패해도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P2P 금융플랫폼 지원서비스를 만든 펀다 박성준 대표는 “실패를 통해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시장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 지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며 “큰 시장과 좁은 타깃,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수평 구조의 팀, 마지막으로 투자받은 자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동통신 중계기 필터 개발 및 유통업체인 아이엠기술 유승균 대표는 “2번의 실패를 딛고 3번째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사업도 이와 같아 옆에서 함께 해주는 좋은 협력업체들이 있어야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2016년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창업부문 대상 수상자인 한국통합민원센터(주) 이영우 대표는 “실패를 통해 지도와 나침반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가야할 길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제대로 알고 있기에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1부 마지막 행사인 토크콘서트는 개그맨 윤정수 씨와 문소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앞서 발표했던 4명의 대표는 창업 실패의 원인과 재도전을 통해 얻은 것 등 소중한 경험을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도전의 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재도전 성공관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모아졌다. 미술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든 (주)아트앤에셋 하현주 대표는 “그동안 오프라인 활동을 하다가 최근 웹과 앱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많은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유명 미술 작가와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등과의 아트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해당 기업의 인지도와 매출 상승은 물론 향후 미술 산업화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 한국통합민원센터(주) 이영우 대표
두 번째 벤처붐을 꿈꾸다
많은 전문가는 깊은 침체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으로 벤처기업 활성화를 첫째로 꼽는다. 높은 실업률과 부족한 미래 성장동력 등 기존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들을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벤처펀드 투자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벤처펀드 조성 규모는 민간 출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6,181억원)에 비해 169.9% 증가한 1조 6,6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실적으로 가장 많은 규모로,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등 정책성 출자를 제외한 민간출자(1조 792억 원)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00억 원 가량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펀드 조합수도 지난해 32개에서 57개로 78.1% 증가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 라는 전망이 높다. 이를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창업과 재도전이 원활히 이뤄지는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청년들이 취업이 아닌 창업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청년 고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가 건강한 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이유다. 오늘 우리가 만드는 벤처생태계는 내일 만들어질 새로운 스타트업의 미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 Winter 2016 _ 중소기업청과 함께 가는 징검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