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참 좋은 책을 읽었다. 깔끔하고, 호탕하고, 명쾌하고, 겸손한 책이라 평하고 싶다.
저자 김진애는 건축가이자 도시계획를 하는 사람이다. 여성들이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삶의 크기를 스스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김진애는 그것을 넘어선 사람으로 보인다. 가정과 직업을 병행하면서 체험한 여성으로서의 고민이 묻어나는 글이라서 더 신뢰할만하다.
암튼 이 여자는 공부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다니는게 꿈인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공부'라는 것의 시야를 넓히면 좋겠다. 더불어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나갔는지를 알려준다.
'공부비상구론' : 1남 6녀의 셋째딸로서 앞으로 스스로 벌어먹고 살리라는 비장한 각오로 열심히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부생태계론' : M.I.T 공대에 유학하면서 공부라는게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더불어 하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나온다. 여기서 저자는 학벌을 따는 목적의 공부가 아니라 팀을 이뤄서 함께 하는 공부를 하게 되고, 경쟁을 넘어선 협력학습 속에서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공부실천론' : 유학에서 돌아온 저자는 안정된 교수자리 보다는 창업을 하게 되는데,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현장의 프로로 거듭나는 과정이 나온다.
'놀이공부론' : 즐겁게, 놀이처럼 공부하며 시야를 넓히는 문화향유과정이 드러난다. 만화, 영화, 라디오, 독서, 여행 등에 관한 내용이다.
' 훈련공부론 ' : 혼자서 잘 나가려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를 잘 하는게 진짜 리더라는 덕목이 나온다.
'공부진화론' : 그래서 저자의 공부 목표는 착한 동기를 가지고 바른 방식으로 이기는 습관을 익히는게 공부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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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이나 대입 원서를 쓰다보면 '자기소개서'라는게 있다. 여기서 자기주도학습과정을 쓰는 란이 있는데, 여러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많이 비슷한게 사실이다. 공부라는게 뭔지 감을 잡고 싶은 사람, 진짜 공부의 맛을 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이런 책을 읽고 공부 시야를 넓힌다면 남다른 자기주도학습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다른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여러 부분이 공감되었지만, 특히 인용하고 싶은 부분은 168쪽이다.
일생에는 분명 단계가 있다.
첫째 단계 :(학교) 공부를 통해 '준비된 나'를 써먹는 단계
둘째 단계 : 나를 써먹으면서 생긴 노하우로 자신의 '업'을 세우는 단계
셋째 단계 : 남을 위한 기회를 만드는 '업'을 세우는 단계
넷째 단계 : 자신만을 위해서 새로운 업을 만드는 단계
일하는 인간으로서 성장에도 분명 단계가 있다.
첫째 단계 : 생업으로서 일하는 인간
둘째 단계 : 직업으로서 일하는 인간
셋째 단계 : 작업으로서 일하는 인간
넷째 단계 : 소명으로서 일하는 인간
----> 보통 사람들은 둘째 단계정도에서 공부를 멈추고 둘째 단계 수준의 프로가 되어 살아간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안정되게 살고 싶어하는 꿈이 바로 두번째 단계 정도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멈추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고, 자신을 키워준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게 공부의 목표이자 일의 목표였던 것이다.
문체가 어렵지 않아서 청소년이 읽어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건축학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건축가이다보니 그 분야의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 분야를 전공하고 싶은 청소년이 읽으면 더욱 배울 점이 많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