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환타지아 2000’이 곧 개봉된다고 한다.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영상은 많은 사람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마다 디즈니 극장이 TV에서 방영되었다. 환상의 성 위로 불꽃이 팡팡 터지면서 시작되는 그 시간은 많은 어린이들을 TV앞에서 가슴 설레며 기다리게 만들었다. ‘백설공주’ ‘미운 오리 새끼’ ‘정글 북’ ‘피터 팬’ ‘피노키오’......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이 방영되었다. 그때 본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무나 환상적인 ‘환타지아’이기도 했다.
이런 애니메이션들은 그림책으로도 만들어져 책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기도 했다. 변변한 어린이책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디즈니 명작 그림책들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다양한 좋은 그림을 볼 수 없었던 우리들은 그 그림 속에서 나름대로 상상의 세계를 찾아냈다. 그러나, 과연 아직까지도 디즈니 그림책은 그런 명성을 유지할 만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은 확실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빛이다. 애니메이션은 빛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빛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그 그림이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만든다면 문제가 된다. 빛이 빠진 색, 죽은 색으로 가득 찬 책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편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마음대로 잘라 적당히 이어 붙이게 되면 온전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엉성한 이야기만 남게 된다. 이래서야 아이들에게 줄 것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애니메이션 명작 동화라면 어릴 때 꼭 읽어야 하는 필수적인 책인 것처럼 선전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별로 유용하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그림책들도 그림은 조잡하고 이야기 자체를 마구 줄이거나 변형시킨 것들도 많다. 디즈니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 내용을 깊이 따져 들어가면 원작이 지니고 있는 깊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원작의 향기를 가장 잘 살려낸 작품은 ‘위니 더 푸우’ 한 편이라고 하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진짜 ‘위니 더 푸우’를 읽고 그 삽화를 본다면 그 향기가 무척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그림책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분야가 다른 창조물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디즈니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이 말해주듯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할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와 영상, 구석구석에 박힌 재미,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 늘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는 이야기. 그러나, 이런 것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볼 때의 얘기다. 디즈니 그림책은 이런 애니메이션의 성공에 편승한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책을 사주는 것은 현명한 부모가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서점에는 디즈니 그림책보다 좋은 책들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말이다.
첫댓글 요즘엔 좋은 책들이 워낙 많아서.. 디즈니 그림책은 좀 별로일 것 같아요.
저두 공감한다는. 그래두 저두 어렸을때부터 디즈니를 봤는걸요. 아직까지 추억속에 남아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