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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914월]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입 어찌 메우나
올해 상반기 세수가 1년 전보다 15%나 줄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수렁을 건너는 과정에서 예견된 결과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릇된 정책 선택으로 사정을 악화시킨 책임도 크다. 그 첫째는 감세 정책이다. 소득 재분배 기능의 왜곡은 외면한 채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줄여주면 장기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고 전체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는 논리의 허술함이 입증된 셈이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세는 작년보다 10조원넘게 덜 걷혔다. 대부분 법인세와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계층의 부담감소 에 따른 것이다. 이 액수는 재정건전화를 앞세운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을 통해 여기 찔금, 저기 찔금 식으로 긁어 모은 규모와 버금 간다. 선심 쓰듯 감세를 하고선 곳간이 비자 '넓은 세원, 낮은 세율'운운하며 허둥댄 결과는 적자다.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율이 45%에 이른다는 국세청 자료는 시사하는 게 많다. 불성실 신고의혹이 있는 482명을 조사했더니 전체 소득 1조3,637억 원의 44.6%인 6,079억 원, 1인당 평균 12억 원 이상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고질적 세금탈루 관행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지만, 이런 도덕 수준을 가진 계층의 세금을 줄여줘 투자를 유도하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순진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지적처럼, 관료사회의 머리가 '화석화'한 증거로 볼 만하다.
정부는 내년에 돈 쓸 곳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빠듯하다고 보고 국유지와 보유주식 등 돈 될만한 것은 죄다 팔겠다고 한다. 내년에도 40조원 가까운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360조원을 넘은 국가 채무를 400조원 아래로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국가 경영을 한두 해만 할 것이 아니라면 이런 임기응변식 살림살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자산계층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서민층과 약자 보호 예산도 늘리겠다는 것은 과욕이거나 헛된 다짐이 되기 십상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914월] 북-미 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 전기 돼야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 기류가 빨라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래 북한의 유화 공세가 다층적으로 진행되더니 드디어 미국이 북한과 양자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주말 정례 브리핑에서 회담 개최에 대한 관련국들의 양해를 얻었음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2주일 내에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의 성격을 6자회담에 북한을 복귀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미 간 본격 대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대화에 의한 국제분쟁 해결을 주창해온 오바마 정권이 등장하면서 북-미 관계 급진전에 대한 기대가 고조됐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 등 강경 대결 정책을 들고 나오는 통에 9개월여를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탐색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이점이다.
20세기식 냉전이 지속되는 유일한 지역인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 핵 문제와 체제 불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깐다는 심정으로 이번 회담에 임해, 이들 문제 해결과 관련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던 6자회담을 복원시켜야 한다. 북한 핵 문제가 논의된 지 20년이 돼 가는데 계속 쳇바퀴만 돌 수는 없다.
북-미 양자회담이 성과를 내려면 주변국, 특히 일본과 우리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두 나라의 대북 강경론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16일 출범하는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의 변화 기류를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전환기이자 격동기”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정책 기조 유지를 고집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대로 한반도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시작됐으나 부시 정권 등장으로 중단됐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본격화하는 격동기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핵심 당사자가 돼야 할 우리 정부가 낡은 생각에 사로잡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간 우리 문제에 스스로 방관자가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이제라도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090914월] 미국發금융위기 1년, 선진화 계기로 삼자
1년 전인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각국은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올 1분기 중 전 세계 교역량이 27.3%나 감소할 정도로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각국은 실업 사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주가폭락 환율급등의 혼란 속에서 충격을 비켜가지는 못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신속하게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주요국의 주식가격이 리먼 사태 이전에 비해 약 80% 수준으로 회복된 데 비해 한국은 1년 전보다 더 높게 상승했고 환율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올 2분기 성장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금융 부실의 처리가 미흡하고 실물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은 탓에 기업의 설비투자와 고용은 여전히 부진하다. 그동안 경기 회복의 원동력이 된 각국의 적극적 정책 공조에 금이 갈 경우 세계 경제는 다시 난관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가 경기회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 결과 국가 재정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국가 채무비율이 2008년 30.1%에서 올해 35.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 사전에 버블 형성을 차단하고 해외발(發) 금융충격에 취약한 금융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로벌 위기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작년 말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같은 국가로 세계권력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선진 경제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데 비해 신흥 세력들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상태다. 세계 경제의 판도가 재구성되는 지금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미래 경제성장을 주도할 신(新)성장 동력 산업의 발굴과 육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해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주요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기업 노조 등 각 경제 주체와 이해 세력들이 과거의 그릇된 관념과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제 완화를 가로막고 이미 체결된 FTA의 비준을 훼방 놓는 일부 정치권과 전교조, 민노총 같은 세력들은 민생을 위협하는 경제 위기를 보며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090914월] '탈북주민 56명 사살하는 북(北) 사정' 정부는 알고 있나
미국의 '노스코리아 이코노미 워치'는 13일 지난 2003년 10월 중국 경찰이 압록강에서 총격을 당한 56명의 탈북자 시신이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했다는 중국 지린(吉林)성 공안 당국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56명 전원이 총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 국경수비대가 중국 국경을 넘어가려는 이들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56명 가운데 남자가 36명, 여자 20명이었으며 이 중에는 어린이 7명도 포함돼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도 2006년 10월 같은 내용을 다뤘으나, 중국 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하진 않았었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자국 국민에게 총구를 겨눠 이 같은 학살을 자행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인종학살이 되풀이되는 아프리카에서나 보는 일이다. 이런 일이 어디 2003년 10월 한 번뿐이었겠는가. 이번 일도 김정일 위원장의 호화 저택 등 북한의 비공개 시설을 추적해 온 미국 경제학자가 이끄는 이 인터넷 사이트와 미국 언론 등의 취재가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묻혀 버렸을 것이다.
북한은 정말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그래도 그런 북한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숙명이기도 하다. 북한은 작년부터 올 6월까지 금강산 관광객에게 총을 쏘고 개성의 문을 닫을 듯 어이없는 요구를 내놓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벌이다가 7월 이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대화하자"고 나섰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임진강 상류 댐을 무단 방류해 우리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런 북한을 상대하려면 북한 내부 정보와 그에 따른 정세 판단이 정확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에 "북한이 김정일의 3남(男)인 김정운의 후계자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 전문을 해외공관에 전달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후계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정일의 3남의 이름도 '김정운'이 아니라 '김정은'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정부관계자는 "김정운이 본명인 것은 맞지만 김정은이란 표기도 있다"고 일면(一面) 시인했다.
미·소(美·蘇) 냉전이 한창이던 1960~80년대 미국은 정보기관이 소련 권력 내부의 크고 작은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드러나면 "국가 정보력의 치명적 결함을 발견했다"며 대책을 세우곤 했다. 북한 정보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에 매년 1조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금은 남북관계의 중대한 전환기이자 격동기"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상황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대통령이 말하는 전환기의 남북관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우리 정보기관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보완책은 무엇인지를 따져볼 때다.
[서울신문 사설-20090914월] 지자체 살림 따라 공교육 수준 달라진다면
‘교육발전 없이는 지역발전도 없다.’ 서울 중랑구는 올 초부터 이 같은 구정 목표를 정하고 지역학교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기준을 구세 수입의 5%에서 8%로 높여 67억여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서울시 교육지원사업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등 공교육 활성화 노력이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교육 살리기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의 공교육 부축 노력에 맞춰 지자체들이 저마다 공교육 지원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 간 재정 격차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공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지원 경쟁이 또 다른 형태의 교육 양극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올해 교육부문 예산은 250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단연 최고다. 서울에서 재정이 열악한 축에 드는 은평구 교육예산(30억원)의 8배가 넘는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우수 강사와 방과후 프로그램을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을 정도로 ‘공교육 명품화’의 재정 여건을 갖춰 주고 있어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공교육 환경의 격차가 날로 벌어진다면 이는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서울시의 교육지원사업 평가만이라도 좀더 각 자치구의 형편을 면밀히 살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는 등 공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914월] 주목되는 北美 양자대화 움직임
지난해 말 6자회담 중단 이후 사실상 단절돼 온 미국과 북한 간 공식대화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주말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시간과 장소는 앞으로 2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 앞으로 이뤄질 어떠한 대화도 6자회담 프로세스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며,북한을 다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가 '양자회담은 6자회담에 선행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에서 벗어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양자대화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나선 셈이다.
북 · 미 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진전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주변의 국제 정세에도 적지않은 파장(波長)을 몰고 올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 정부는 이미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전제로 북 · 미 관계의 정상화를 비롯한 경제 ·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 의지를 천명한 상태다. 우리로서도 여전히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 임진강 황강댐 방류 사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남북간 긴장해소의 계기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북 · 미 간 대화 움직임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대목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양자회담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논의하기 위한 접촉이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 문제를 놓고 깊숙한 대화가 이뤄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얼마전 뉴욕타임스도 오바마 정부가 북핵의 완전한 폐기(廢棄)와 비핵화보다는 오로지 북한이 핵물질을 해외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는 '핵 봉쇄'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화만을 추구하다 결국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든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얘기다.
북 · 미 간 대화 재개는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 기존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추진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근래 들어 두터워지고 있는 한 · 미동맹이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핵 변수로 인해 훼손되는 사태가 빚어져선 결코 안될 것임은 물론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송원섭(JES 콘텐트본부장)-20090914월월] 스타의 한마디
1987년 6월 10일,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장에 당대 최고 인기 코미디언 김병조가 등장했다. 그가 “민정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 통민당(당시 통합 야당이던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말하자 박수와 웃음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사실이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되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김병조는 하루아침에 방송·광고계에서 퇴출돼 ‘자숙’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받은 대본대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도 소용없었다.
일본의 총선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달 26일, 대표적인 우익 언론인 산케이 신문에 희한한 광고가 실렸다. 신문을 완전히 싼 4페이지짜리 래핑 광고. 겉보기엔 일본 최고의 인기 그룹인 남성 5인조 스마프(SMAP)의 새 음반 광고였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안쪽 두 페이지 내용.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란 제목의 글이 SMAP 멤버들의 명의로 실려 있었다. 내용은 ‘경기가 좋으면 총리도 인기가 있고, 경기가 나빠지면 인기도 떨어진다’ ‘행복한 미래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남 탓하기는 쉽지만 막상 자기가 직접 하려 하면 뭐든 힘든 법이다’ 등등.
긴 글 어디를 봐도 ‘자민당’이나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누가 봐도 의미는 불 보듯 선명했다. 위기에 몰린 집권 자민당을 응원하는 노골적인 메시지였던 것이다.
서구 언론들은 이런 기이한 현상을 크게 보도했다. 일본 주오 대학의 스티븐 리드 교수는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프가 정치 캠페인에 동원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자민당이 얼마나 절박했는가를 보여준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해외에서의 이야기다. 정작 일본 내에서는 이 사건을 거론한 언론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광고가 실린 신문은 품귀현상 속에 인터넷 경매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지만, 그 내용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고 인기 코미디언이 강요된 말 한마디로 방송에서 퇴출되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만약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글 한 줄이라도 미니홈피에 쓴다면 그 다음 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한해협 양쪽에서 ‘연예인의 발언’에 실리는 무게가 이토록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090914월] 세종대왕 동상
이솝 우화다. 배고픈 개가 잔칫집에 들러 고기 한 덩이를 얻었다. 입에 고기를 문 개는 신이 나서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다리 중간쯤에서 문득 밑을 내려다보니 거기에도 웬 개 한마리가 입에 고기를 물고 있는 것 아닌가. 물 속의 개가 가진 고기는 제것보다 더 커 보였다. ‘옳지, 저것을 빼앗아야지.’ 개는 물 속의 개를 향해 큰소리로 짖었다. “멍멍!” 순간 물고 있던 고기가 “첨벙”하고 물에 떨어져버렸다.
짧은 우화지만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남의 것이 좋아보여 무작정 쫓다가는 제것마저 잃어버린다는 경계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화의 제목은 ‘욕심쟁이 개’지만 ‘어리석은 개’라고 해도 괜찮겠다. 어리석은 개는 고대 그리스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어떤 우화다. 감옥에 갇힌 이가 스스로의 손에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런데 철창 밖에 있는 빵이 눈에 들어오자 그걸 붙잡으려다 열쇠를 놓쳐 버렸다.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제목이 붙을 만하다. 감옥의 열쇠가 무엇인지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말해 준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언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이 설혹 노예의 처지에 빠지더라도 국어만 잘 지키고 있으면 스스로의 손에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선생님이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쓰기 직전에 한 말이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우리에게 각별한 공감으로 다가왔던 구절이다. 국어는 민족의 손에 쥐어진 미래의 열쇠다. 그런데 일제시대에도 놓지 않았던 열쇠를 오늘 우리는 스스로 팽개쳐 버리고 있다. ‘영어가 경쟁력’이라며 한글도 못 깨친 아이들이 알파벳 노래를 부르고, 귤보다 ‘아륀지’를 먼저 왼다. 이솝 우화는 지금 이 땅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쉼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글날인 다음달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선다는 소식이다. 높이는 이순신 장군 동상보다 6.6m 낮다고 한다. 높이가 문제는 아니다. 수도의 상징인 세종로에는 세종대왕상이 없었다. 돌아보면 어색한 지난 시대의 우화였다. 동상을 세우는 게 능사도 아니다. 방송 자막에서도 “아야”를 “웁스(oops)”로 버젓이 표기하는 한 세종대왕 동상은 또 다른 우화로 회자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나경환(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20090914월] 찬란한 유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는 평생 일군 기업을 지키고 싶어 하는 할머니와 철부지 손자가 등장한다. 할머니가 물려주고 싶은 것은 30년 전통 설렁탕의 맛이지만, 손자의 관심은 할머니가 쌓은 30년 동안의 재산뿐이다. 제 몫일 줄 알았던 회사를 남에게 빼앗길 처지에 놓이고서야 자기 역할을 깨닫는 손자의 성장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가업 승계가 일반화된 일본에서는 100년, 200년 된 음식점이 드물지 않고 500년 넘은 명가도 있다. 대대로 물려 내려온 점포, 즉 `노포(老鋪)`의 생명력은 규모의 확장보다 맛의 전승을 더 중시했던 데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돈보다는 전통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곧 장인정신이며 일본의 저력도 세대에 세대를 이어오며 축적된 바로 그 기술력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술, 떡, 각종 장류 등 전통 음식 맛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늘고 있어 반갑다. 나아가 이제는 가업 승계 정신이 제조업 분야에도 확산돼야 할 때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상속ㆍ증여세를 완화한 것도 최고 50%까지 부과해야 하는 상속세가 중소기업 가업 승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최고경영자(CEO) 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후계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폐업하는 예가 많아 기술의 맥이 끊기는 것이 예사다.
첨단 기술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기술이 축적된 결과이고, 장수기업이 많아야 고용의 질과 안정도 보장된다. 200년 이상 된 전 세계 장수기업 5586개 중 3146개는 일본 기업이고, 이 중 74.3%가 가업 승계 기업이란 사실은 기술의 전승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방증하고도 남는다.
우리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0년 정도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엔 지나치게 수명이 짧다. 독일은 상속세의 20%를 내면 10년간 유예해 주는 방식으로 가업 승계를 유도하고 있고, 미국과 호주는 2010년께 상속세를 전격 폐지할 방침이다. 기업은 경영활동 전 과정에서 사회적 부를 창출하며 공공의 이익에 복무한다.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 완화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술의 전승이라는 찬란한 유산을 대물림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임세원(정치부 기자)-20090914월] 세종시 처리 떠넘긴다고 해결되나
우리는 원안 통과라고만 말하면 돼요. 정부부처 이전 고시는 행정부가 하는 일 아닙니까."(한나라당 지도부 인사 A씨)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치권이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 내놓은 여권 고위 인사의 해법이다. 부처 이전은 국회의 법 개정 사안이 아닌 행정부의 고시 변경 사항이므로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A씨는 세종시 효과에 의문을 표한 정운찬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인다. "그런 얘기를 왜 벌써부터 합니까. 내년 지방선거가 있는데. 그러니까 학자 출신은 정무적 능력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정 내정자의 지적이 옳고 그름을 떠나 '타이밍'이 빨랐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안상수 원내대표나 공성진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이(親李)계 여권 지도부는 세종시 해법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정기국회에서 원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모범 답안으로 일관한다.
반면 차명진 의원 등은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에 강하게 반대했다. 당내 의원들은 여기에 공감하면서도 충청 표심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부처 이전에 반대하지만 자기 지역구의 충청출신 유권자를 의식해 가만히 있을 뿐"(한 친이계 서울 지역 의원)이라는 말 그대로다. 요컨대 '행정부처 이전은 문제가 있으나 역풍을 감안해 되도록 잠재워두자'는 게 한나라당의 정무적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집권 여당의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실질적인 대안으로 충청권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할진대 '일단 두고 보자'는 태도에는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것이다. "고시 변경이 행정부 소관인 것은 맞지만 이렇게 대립이 심한데 여당이 나서야 한다"는 한 여당의원의 지적이 와 닿는 이유다.
'비정규직 법, 미디어 법, 금산 분리 완화 등등….' 어렵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미루고 미루다 여야가 막판 협상을 통해 졸속으로 처리한 사례다. 졸속처리는 반드시 후유증이 따르기 마련이다. 세종시 역시 졸속처리 리스트에 오를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기자만의 기우일까.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