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편: 영원히 잊지 못할 'Incredible India'(1)
이글은 여행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무익한 정보이지만, 여행에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는 대단히 유익한 정보이다. 세상살이가 다 그러하듯이 정보는 재산이다. 우리가족이 세계 여행을 하면서 정보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지불한 수업료는 수천 만 원에 이른다. 그러기에 나는 감히 앞으로 나눌 세계일주 이야기를 읽는 분들은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그곳에는 두 가지 매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인도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문명의 발상지답게 고유의 전통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 산재 해있다. 힌두교의 성지 갠지스 강에서 펼쳐지는 영화 같은 장면, 놀라운 건축물 '타지마할' 그리고 아직도 카스트라는 계급 제도가 여전히 삶 가운데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슨 일을 하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no problem'이다. 둘째는 가는 곳마다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인도 당국에서도 'Incredible India'라고 하며 외국인을 유치할 정도이다. 가는 곳마다 거대한 사람들의 물결, 오물과 쓰레기가 자연스러운 거리, 다양한 교통수단과 소와 개들이 함께하는 거리, 바로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 간지의 신기할 정도 특유의 풍경 등이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다. 세계 여행지 중에서 볼거리도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배낭여행 조건이 극과 극이다. 최상의 조건은 여행 경비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대한 배려가 남다른 나라이다. 하지만 최악의 조건은 숙박 부대시설이 대단히 열악하여 예민한 사람은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며 독특한 향을 넣은 음식을 소화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교통 기반 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불편하다. 만약 인도를 성공적으로 배낭여행을 하면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어떤 조건하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인도로 '연습 배낭여행'을 하게 한 본질적인 이유이다.
2008년 4월 1일 상하이, 태국을 거쳐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도의 수도 델리 인드라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장을 나온 것은 오후 10시 30분이다. 첫날부터 큰 문제에 봉착하였다. 가이드북에는 '만약 인도 공항에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하면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조언이 있다. '안전과 불편함'과 '위험과 편안함' 중에서 선택의 문제이다. 배낭여행 초보자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안전과 불편함'이었다. 이러한 선택은 의자에서 배낭에 준비해간 체인을 채우는 것을 시작으로 기나긴 밤을 모기와 싸우고 새우잠을 자는 대가를 지불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안전한 공항 택시를 타고 뉴델리 기차역으로 이동한다. 차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몇 걸음 걸어가는데 숨이 목에 까지 차고 금방 등에서 땀이 흐른다. 인도의 아열대성 기후를 체험하는 순간이다. 이곳에서 인도 기차표를 구입하는 모험에 도전한다. 왜 모험인가 '인도에서 기차표를 구입하여 여행 할 수 있으면 90%는 성공'이라는 말처럼 힘들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위하여 기차역 2층에 '외국인 전용 창구'가 있어 수많은 호객꾼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해마다 1회씩 인도 철도 운행에 대한 '타임 테이블'이라는 책을 발행한다. 아이들이 어느 순간인가 주변의 매점을 찾아 시원한 음료수와 타임테이블을 하나 구입하여 온다. 하지만 당장 내일 기차표를 구비하려 하니 자리가 없고,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당한다. 결국 3시간의 실랑이 끝에 인도의 성지인 갠지스 강이 있는 바라나시 바로 옆인 '뉴델리-빠트나'로 가는 표를 구입한다.
첫날부터 아침도 먹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으로 모두 지쳐 있다. 역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 간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거리의 모습을 무엇이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Incredible'이다. 사람과 장사꾼들, 소와 개, 사이클 릭샤와 오토 릭샤 그리고 우마차, 거리를 다니는 행인들, 길거리의 쓰레기와 온갖 오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No Problem'으로 부조화 가운데 조화가 신기할 정도이다.
다음으로 바라나시에서 가장 살아있는 인도의 모습을 체험한다. 인도의 심장, 힌두교의 성지,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쉼터, 바로 갠지스 강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갠지스 강을 보트를 타고 가는데 강가에 죽은 시신을 화장하는 화장터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화장하는 것이 평생소원으로 죽기 직전에 여기로 옮겨와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향나무와 시체 타는 냄새, 꼬리를 물고 위로 올라가는 수많은 연기들 그리고 재 가루가 갠지스 강 하늘을 부옇게 만들어 버린다. 화장한 재를 강으로 흘러 보내는 것으로 끝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강 중앙에서 제사 드리는 배, 가트 주변에서 목욕, 수영, 빨래, 수도하는 사람들, 배를 수리하는 소년 등으로 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한다. 어디에서 바라보더라도 모든 장면들이 인상적이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야간 기차를 타고 아그라에 도착하여 먼저 델리 행 버스 편을 알아본다. 배낭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코스로 가는 차편을 확보하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을 나와 바로 '타지마할'로 간다. 중앙 문을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타지마할이란 '선택받은 궁전'이라는 뜻으로,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 왕비 뭄 타지마할을 위하여 세운 백색 대리 석조 건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하나이다. 한사람의 사랑이 이루어 낸 걸작이라는 말에 '사랑의 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인도인들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만약 이들을 화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러한 일을 우리 아이들이 해냈다. 그 연유는 이러하다. 인도를 떠날 날이 가까워지니 친구들의 선물을 위해 재래시장을 찾아간다. 서울의 명동 같은 거리가 델리에도 있다. 코넛 플레이스라는 곳인데 남대문 시장 같은 재래시장도 있다. 아이들은 원하는 물건을 위해 이곳을 세 번씩이나 찾는 공을 들였다. 그때마다 처음에 흥정한 가게에 다시 가서 가격을 조금씩 더 낮게 불러 처음 가격의 1/5정도까지 흥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인도 상인은 화를 내며 물건을 가져가라고 한다. 정말 무서운 아이들이다.
인도 여행을 통하여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연약하게만 보이고 부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철부지이며 나약한 존재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부모보다 현지 적응 능력이 몇 배나 뛰어나다. 아이들은 장거리 여행과 야간 이동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며, 현지 음식을 먹는데도 별 문제가 없다. 아무리 힘들고 불편한 상황이나 누추하고 더러운 숙소를 가더라도 어려움 없이 지낸다. 무엇보다 현지인들과 대화하거나 가격을 협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았다. 아무사고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는 행운을 안았다. 그리고 세계일주 배낭여행에 대하여 강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큰 보람이다. 가자! 세계일주 여행을 향하여...
*세계일주 여행준비를 위한 Tip 2.
- 세계일주라는 기회를 잡았으면 자신만의 여행목적을 분명히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