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단풍 다 버렸습니다
이 아줌마 부평역 정류장에서 앞문으로 내려드렸는데
갑자기 손에 들고 있는 큼지막한 짐을 땅에 내려놓더니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는 겁니다
그리고 하는 말 '기사님 사랑해요' 이러는 겁니다
그 모습은 마치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몽준씨와 후보 단일화를 실현하면서
포장마차에서 소줏잔을 머리 위에 엎는 그런 모습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공주처럼 무릅을 살짝 굽히면서 하트를 그리고 '기사님 사랑해요'(그 아줌마 버젼)
운전대에 앉아 있는 저에게는 '알라뷰~'(이영자 버젼) - 이렇게 보였습니다
백운역 근처 현대아파트 앞에서 차에 타셨습니다
어디서 본듯한 할머니
머리에 하얀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올라오실 때 그 글씨를 읽지를 못했어요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으셨는데
운전석 위에 있는 거울을 통해서 그 글씨를 읽을려고 해도 읽지를 못하겠어요
아무리 쳐다보아도 읽을 수 없어서 '할머니 모자에 글씨 뭐라고 써 있어요'
'할머니 아니예요'(그럼 뭐란 말인가 내 눈에는 분명 할머니신데)
아,이 아줌마 자리에 앉은 다음에 모자를 벗고 머리를 만지는데 아무리 봐도 할머니다
아,그런데 할머니 아니예요
그럼 아줌마란 말인가 할머니 아니고 아줌마예요 할줄 알았는데
'응원단장이어요 할머니라고 하지 말고 응원단장이라고 해요'
응원단장이시란다 엠비시 케비에스 방송에도 나온단다
언제 기사님 방송국에 데리고 가겟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 여름에도 제 차 타시지 않았어요 그랬단다
그때 부평역에서 내리셨죠 맞단다
그때 노란모자 쓰고 계셨죠 또 맞단다
그때 교통봉사 하시러 가신다고 하셨는데 맞아요 맞단다
노인교통봉사대 활동을 부평역에서 했다고 하신다
'할머니 기사 기억력 좋지요'
그때 날씨가 무척 더운 날씨었습니다
에어컨 회사에서는 백년만에 오는 더위라고 난리를 쳤지만,그 정도는 아니고 암튼 더웠다 올 여름
땀이 찔찔 나는 판인데 나는 에어컨 바람 밑에 있으니까 여름이 더운 줄 모르고 넘어간다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할머니가 교통봉사 하신다고 기사한테 인사하고 무임승차하셨다
노란 모자하고 청색 자켓 차림이셨다 노란 분위기
대한노인회에서 교통봉사들 하시는데 노란 쪼끼 노란 모자 이런 복장입니다
나이가 칠십은 넘어보이는 할머니였는데 굉장히 건강하시고 날씬하시고 활동적으로 보였다
어제 버스에 타셨을 때도 칠십은 넘은 할머니셨다
그래서 맘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근데 할머니 아니예요
그래서 나이를 물어보았습니다
'단장님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이제 회갑 지났어요'(칠십이 넘어 보이는데 무슨 회갑, 십년 전에 지났겠지요)
'아,그렇게 어정쩡하게 말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거의 반말투로)
'2006년 5월 21일이 회갑이었어요'
'2006년~,아,그럼 올해네 그럼 올해라고 해야죠'
'그러고 보니까 올해네' 올해 회갑이었어요'
'기사님은 참,행복해 보이네요' '왜요'
'손님들한테 친절하고 잘 웃고'
'응원단장님 지금 어디 가세요'
'노인봉사대,독거노인들 김장해주고 생활 돌봐주고'(자기도 노인이면서 노인들 돌봐준단다)
'어제는 충북 괴산에 갔다왔어요'
'가수들이 노래하면 우리들은 율동하고'
이부분에 대해서는 그분보다 더 늦은 시간에 버스에 타신 할머니께서 해명해 주셨다
이,할머니 얼굴은 훨씬 젊어보이는데 나이가 72세라고 하신다
제가 얼굴에 주름도 없으시네요 하니까 왜,잔주름 많은데
티비에 출연하는 노인들 있는데 시간소일 거리도 되고 또 출연료까지 받는다고 말씀하신다
젊은 대학생들도 방청객으로 가서 박수 쳐주고 얼굴 비치고 해서 아르바이트 한다고 말씀하신다
아까 그 아줌마 정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말씀들을 하셨다
그런데 자기는 그런 게 싫단다 언제 방송에 얼굴 나온 적이 있는데 동네에 가니까 금방 말들을 했단다
방송에 얼굴 나왔단다 어느세 알고
또 62세 먹은 아줌마도 보았는데 이 아줌마는 밤에 만났다
이 아줌마가 가장 젊어 보였는데 가장 정확한 60대 여자 모습이었다
아,60대 여자는 이렇구나(저는 사람들 나이를 잘 물어봅니다 그래야 그 나이게 걸맞는 예를 갖출 수 있고 교제가 원활합니다)
이 아줌마가 하시는 말씀 자기는 전국에 좋다는 곳은 다 가보았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경기도 이천 터미널 앞에 진짜 물이 좋은 온천이 있다고 기사님도 한번 가보라고 했셨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미ㅇㅇ이라는 온천도 있는데 거기는 시설은 참 좋은데 온천 물에 일반 물을 섞어서 별로고
청~, 뭔가 하는 온천은 시설은 조그만 하고 별로인데 물이 진짜 좋단다
자기 몸무게가 90키로였는데 거기 온천 갔다오고 나서 20키로가 줄어서 70키로라고 하신다
이분이 하시는 말씀.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 진짜랍니다
그럴려면 자식걱정 이런저런 걱정 모두 팽개쳐야 한다고 하신다
위의 72세 되신 할머니 말씀이 아들은 공무원이고 며느리가 직장 나가고 해서 자신이 살림을 하시는데
손자들 키우느라고 노인들이 많이 늙는다고 하셨습니다
손자들 돌보는 것이 정신적으로는 좋지만,몸이 고달프고 딱 말하면 중노동입니다
엄마들이 애들 돌볼려면 애들 데리고 얼마나 말을 시키고 코메디를 해야 합니까
지들 자식 지들이 키우지 왜,나이 드신 부모님들 감옥살이 시킵니까
이 72세 되신 분 응원단장 아줌마보다 얼굴은 훨씬 젊어보입니다
응원단장 아줌마 얼굴은 곱상해 보여도 주름이 좀
오늘 생각해보니까 그 응원단장 할머니는 자기네들끼리 나이를 한 10세 정도 낮추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칠학년 일반을 육학년 일반 정도로
암튼 이 응원단장 아줌마 저보다는 인생의 경륜이 있으시니까 아시겠다 싶어서
'응원단장님 단풍 있죠'
'봄에 꽃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상한다고 하는데,단풍은 아래에서부터 시작해요,아님 위에서부터 시작해요'
한창 그것이 궁금했는데 이분 잘 만났다 싶어 운을 띄웠더니
아마 제 생각으로는 남하하는 것이 맞을 거 같습니다
단풍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들기 시작하는 것 같으니까요
이침 기온은 낮으면서 낮에는 적당한 기온이 있어야 빛이 고울 거 같다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주세요
이 아줌마,자기도 단풍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는 듯이
'요즘 단풍에 대해서 말이 많아요.가믐이 들어서인지 비가 너무 많이 와서인지 여름에 비 많이 왔잖아요'
아마 가믐때문이겠지요
나이 드신 분들은 단풍놀이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말이 많은가 봅니다
올해 단풍은 시원치가 않답니다
제가'작년에는 가로수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예쁘게 단풍이 들었는데 올해는 파란 상태에서 말라 떨어지는 거 같아요'
뭐라고 뭐라고 하셧는데 말씀하실 때도 잘 이해를 못했고 지금도 생각이 안 납니다
작년에는 은행단풍이 참 예뻣습니다
근데 올해는 은행단풍이 아주 망쳐버렸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분들도 여러 가지로 분석하실 줄 믿습니다
여기에서는 저의 안타까운 느낌만 전하고 싶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 낙엽에 대한 느낌이 없었어요
근데 어제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 가로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장관이었습니다
낙엽에 대한 느낌을 갖기 시작하는가 봅니다 저도
여러분들은 낙엽에 대한 느낌 있으세요
지금 제가 다니는 길은 작년 9월부터 다녔습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계양구청까지 다니는 노선인데
저는 가좌동에서부터 계양구청까지 운행합니다
다니는 길목에 서구 가좌동에 철마산이 있습니다
철마산은 부평구 산곡동과 서구 가좌동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산입니다
철마산 골짜기 부분을 관통한 도로인 거 같은데 가로수로 쭉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봄에는 개나리가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도심을 달리면서 산을 관통하여 지나다니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봄에는 노란 개나리 가을엔 노란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한데 올해는 왠일입니까
은행나무들이 아직도 파랗게 있습니다
부평역 앞 도로 계양구 쪽에는 작년만은 못하지만 노랗게 단풍이 들어있는데
가장 장관을 이루어야 할 철마산 은행단풍이 아직도 파랗습니다
단풍이 빨갛게 노랗게 물든다고 하는데 나뭇닢들이 탈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초록 나뭇닢이 색깔이 빠지면서 말라가고 있습니다
그 나뭇닢들이야 어떻게든 자기 임무, 나무를 살찌우는 임무를 다했으까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까짓 거 노오란 자태를 뽐내지 못하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그 장관을 보아야 할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유감입니다
사람들이 입 밖으로 말은 안 하지만 그 철마산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얼마나 탄성을 지르겠습니까
사실 저는 올해는 그 은행단풍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환경이 변화되어 인천을 뜨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직까지 인천에 있고 그 장관을 보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 은행단풍이 망쳐버린 것은 자연환경 탓이겠지만
저에게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합니다
까짓 껏 나무를 살찌우게 했으면 됐지 했지만 그 나뭇닢의 사명이 그 것 밖에 아니겠습니까
우리 인생도 그런 거 같아요
생사화복 희노애락 먹고 살기에 급급한 생활 우리 인생의 다반사
사람들의 일생 동안 꼭 필요한 일들
꼭 필요한 거 같지는 않지만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되어 사람이니까 그래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들
우리에게 장관을 선물하지 못한 철마산 은행단풍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올해 단풍 다 망쳐버렸습니다
우리도 인생 다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요
나뭇닢의 임무는 나무를 크게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자기 형상인 사람들을 위해서 자연을 만드셨습니다
창조질서를 거역하니까 인간이 자연재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무가 커야만이 자연이 보존되지만서도,그 예쁜 단풍이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고
예쁜 마음으로 만들어 줍니까
하나님은 자연 속에서 자기의 형상인 사람들을 양육하십니다
올해는 왜 그 장관의 은행단풍을 주시지 않았을까
나무의 외형은 커졌을지 모르지만 철마산의 은행나무,적어도 올해는 풍요로움이 없습니다
꽃을 피어보지도 못하고 탈색되어 떨어지는 은행닢을 내일도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힘을 내겟습니다
우리도 사람으로 이땅에 왔으니 우리의 인생을 보람으로 점철되게 하고
내게 맡겨진 사명이 있다면 그 사명을 다하는 신실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