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7월 22일, 일요일, Hujirt Town, Log Cabin 앞 노천 잠자리
(오늘의 경비 US $6: 숙박료 3,000, 아침 1,000, 점심 1,500, 저녁 1,000, 맥주 700, 환율 US $1 = 1,160 togrog)
어제 잠은 잘 잤다. 침대 바닥이 철제 스프링이 아니고 나무였다. 처음으로 침낭 안에 실크 안감을 넣고 잤다. 안감은 침낭이 빨리 더러워지는 것을 막는다.
영국 젊은이 (19세) Jamie의 식성은 까다로운 편이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데 고기는 하나도 안 먹고 음식 반은 남긴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먹어서 어떻게 하나. 그래서 그런지 몸이 적다. 키도 나보다 약간 큰 것 같고 몸무게는 나보다도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여행은 참 많이 했다. 뉴질랜드에서 웨이터 일을 하면서 7개월을 살았고 호주, 아이슬란드, Greenland, 남미, 그리고 이번에는 몽골이다. 여행하는 스타일도 특이하다. 테마 여행을 다니는 것 같다. 이번 몽고 여행은 테마는 야생마 경험이란다. 5주 동안 몽골의 야생마를 다루는 경험을 했단다. 그런 정보를 어떻게 찾았느냐고 물어보니 인터넷에서 찾았단다. 내년 여름에는 한 달 동안 북극의 어느 섬에 가서 무슨 학술 조사에 관계된 일을 할 예정이란다. 올 9월에 시작하는 대학 공부는 International Politics와 Military History란다. 공부가 끝나면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냐고 물으니 현재로는 모른단다. 여행을 많이 하는 젊은이라 무어라도 해낼 것 같다.
오늘 아침 출발하기 전 한 시간 동안 Amarbayasgalant Khiid 사원 구경을 했다. 규모가 컸으나 대부분 건물은 폐허 상태이고 본 건물과 그 외의 건물 두어 개만 사용하는 것 같다. 승려 숫자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은 갑자기 몽골에는 왜 닭이 안 보이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Ulan Bator의 외국인이 많이 오는 음식점에는 계란과 닭고기 음식을 판다. 식품점에서 계란도 살 수 있다. 그런데 Gobi 사막 여행하는 동안 유목민 ger 천막에서 닭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몽골에서는 닭을 안 기르는데 이유는 모르겠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닭을 기를 필요도 없고 몽골 환경에 맞지도 않는다. 우선 닭 30마리는 잡아야 염소나 양 하나 잡는 고기가 나온다니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라 계란을 꼭 먹어야 될 이유도 없다. 사료도 문제다. 다른 동물은 초원에 그냥 풀어놓으면 되는데 닭은 곡식을 먹여야 한다. 몽골에는 곡식이 귀하다. 이동하는데도 문제다. 좋은 풀을 따라서 이동하면서 사는 것이 유목민의 사는 방법인데 닭은 데리고 다니기가 불편하다. 조그만 닭장을 만들어서 소나 말에 지어서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몽골에서는 닭을 안 기르는 모양이다.
벨기에 여자 Leen은 말이 적다. 그러나 여행은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벨기에에는 남쪽에서는 프랑스어를 쓰고 북쪽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쓰는 언어인 Flemish 어를 쓰는데 언어가 둘이면 나라도 둘인 것이 정상인데 왜 한 나라냐고 물어보니 “Good question." 하면서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그러면서 복잡한 역사가 있다고 한다. 나라를 가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옛날에는 민족적이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란다. 정부의 조세 정책 때문에 북쪽 사람들이 번 돈이 남쪽으로 많이 옮겨간단다. 다시 말해서 Flemish 어를 쓰는 북쪽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는 남쪽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고 나라를 나누자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차는 너무 고물이다. 매일 차 문제가 생긴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차를 대 수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어서 10시가 넘어서야 출발을 했다. Erdenet에서 점심을 먹고 떠난 후에는 Erdenet을 벗어나기 전에도 무슨 고장이 났는지 자동차 부속품 시장 옆에 차를 세우고 부속품 시장에 가서 무슨 부속품을 사가지고 와서 차를 고치느라고 반시간을 지체했다. 오후에 사진을 찍느라고 한곳에 섰을 때에는 우리를 내린 다음에 차를 언덕 위로 끌고 올라가서 차를 세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배터리 문제로 차 시동을 걸 때 언덕에서 차를 굴려 내려오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차로 Khovsgul 호수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가기는 갈 것이다. Khovsgul 호수에서 Ulan Bator로 돌아올 때 타는 차는 좀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가이드 오유나 영어가 너무나 형편없다. 오유나 영어에 비하면 Gobi 사막 여행 때 가이드의 영어는 양반이었다. 조금 어려운 단어는 모른다. “Chicken"이나 ”Noodle"도 못 알아들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와 대화가 거의 없다. 점심, 저녁 식사를 할 때 음식 주문과 돈 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제일 큰일이다. 그 외에는 별로 얘기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인상은 착해 보인다.
12시경 몽골 제2의 도시인 Erdenet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Ulan Bator에서 Erdenet까지 가는 도로는 좋다. Lonely Planet 지도에는 포장도로가 Erdenet에서 끝나는 것으로 나왔는데 근래에 포장했는지 Erdenet을 지나서 한 시간 반 정도 포장도로가 계속되었다. Erdenet까지는 철도도 있다. Erdenet까지 이렇게 교통 사정이 좋은 이유는 이곳에 세계 10대 구리 광산 중에 하나라는 광산이 있기 때문이다. 근래까지도 이곳에서 나오는 구리 수출은 (주로 러시아로) 몽골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했다 한다. 이 광산은 갱도를 파는 식이 아니고 노천식이다. 그래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단다.
내가 사용하는 OTAM 여행사는 성공을 못할 것 같다. 도대체 품질보장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저 손님이나 많이 끓어 모으면 된다는 식이다. 손님들이 만족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 올해 한해 해먹고 그만 이라는 식이다. 사무실에는 직원들만 보일 뿐 주인이나 책임자 같은 사람은 안 보인다. 내가 한국에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Ulan Bator에서 만나서 점심 대접을 받았던 영어가 유창한 Eric이 주인인줄 알았더니 종업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벌써 OTAM을 떠났다. 이런 식으로 하면 배낭 여행자들에게 나쁜 소문이 금방 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마 끝장일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 연관된 여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올해 장사가 안 되면 사무실과 웹사이트를 닫아버리면 그만이다. 투자라고는 그것뿐이다. 닫아버리고 내년에 다른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면 아무도 모른다. 한마디로 엉터리 여행사다.
오후에 한창 달리니 나무가 무성한 산이 나오기 시작한다. 평지는 역시 초원이다. 풀의 질이 아주 좋아 보인다. 이제는 ger 천막은 별로 안 보이고 나무로 만든 집들이 보인다. 경치가 점점 좋아진다.
오늘 큰 맘 먹고 이마트에서 제법 비싼 돈을 주고 산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 사진을 찍느라고 잠깐 벗어서 모자에 걸어놓았다가 떨어트린 모양이다. 웬만하면 떨어지는 소리가 났을 뗀데 풀밭에 떨어져서 소리가 안 났던 모양이다. 지난번 Gobi 사막 여행 때는 보온병을 잃어버리고 이번에는 선글라스를 잃어버리고 잃어버리는 성적이 너무 좋다. 보온병이나 선글라스나 다시 구할 수 있는 것이니 큰 손실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조심해야겠다. 사실 선글라스는 너무나 번거로운 존재다. 하루에도 몇 십 번씩이나 쓰고 벗고 하니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싸구려를 하나 사서 자주 쓰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해수욕장, 설산, 사막 외에서는 안 써도 된다.
차 문제로 지연이 돼서 밤 9시에나 오늘 밤 자는 Hujirt Town에 도착했다. Ger 천막이 아니고 목조 건물 숙소에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맥주를 팔아서 저녁 식사와 함께 맥주 파티를 벌렸다. 나는 밤하늘 사진을 찍고 일지를 쓰느라고 바빠서 잠깐 동안만 합석했다. 건물 안이 너무 후텁지근하다. 그리고 밖이 너무나 좋아 보인다. 그래서 밖에서 자기로 하고 침대 매트리스를 건물 앞 풀밭에 깔았다. 주인이 보았는지 가이드를 시켜서 장소가 나쁘니 옮기라고 한다. 밤중에 술 취한 운전사가 차를 몰고 지나갈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고 한다. 주위에 말을 묵어 놓는 나무 기둥이 보여서 그 옆으로 잠자리를 옮기니 그곳도 안 좋다고 한다. 밤중에 누가 와서 말을 맬지도 모른단다. 누가 밤중에 와서 말을 맨단 말인가. 또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건물 뒤쪽 정말 안전한 곳으로 옮겼는데 숙소 주인이 철제 침대를 가져다준다. 땅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고 싶었는데 거절하기도 곤란해서 침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별을 보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고 그만이다. 파리가 들끓고 후텁지근한 건물 안보다 너무나 좋다. 자다가 소변을 한 번 보고 잤는데 하늘에 별이 너무나 많았다. 잠자리에 들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도대체 저 별들은 다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질없는 생각이라 금방 꺼버렸다. 북두칠성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보는 것과는 위치가 다르다. 북쪽 지평선에 거의 달 듯한 위치에 누워있는 듯한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하늘 북쪽 높이 길게 서있는 듯한 모양인 것 같은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나중에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야외에서 자는 것이 너무나 좋다. 기회 있으면 또 자야겠다.
여행자 ger 텐트 안에는 이런 침대가 다섯 정도 있다
우리가 잤던 ger 텐트
화장실은 ger 텐트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져있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한 흰 불탑은 금방 눈에 띤다
아름다운 건물인데 방치해 있다
본당 전경, 만주식 건물이란다
사원 본당 지붕 처마
금색으로 된 장식물인데 무슨 의미일까? 북인도 Leh에서도 본 것 같다
한때는 이런 건물이 빽빽이 있었다는데 잡초만 무성하다
중국식 건물과 ger 텐트가 함께 있다
아침 염불 시간인 모양이다
이른 아침인데 방문객이 제법 많다
사원 정문 안에 있는 조각인데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버려진 카스맥주 캔이 많이 보인다
낮은 초산 밑에 자리 잡은 Amarbayasgalant Khiid 불교사원
한 ovoo 앞에서 차를 세우고 ovoo를 한 바퀴 돌았다
Ovoo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 색 천을 많이 두른다
점심식사 시간이다
운전사와 조수
교육대 학생인 가이드 오유나
Erdenet에는 몰몬 템플도 있다
자동차 부속품 시장을 뒤지고 있는 우리 운전기사
부속품 없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열심히 차를 고치고 있는 운전사와 조수
단독 주택 마을은 아파트 단지보다는 덜 흉물스럽게 보인다
아파트 단지
초원과 함께 나무가 무성한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꿩인가 공작인가
고장 난 자동차들
우리 차 뒷문을 철사로 묵어서 닫았다
이름 모를 들꽃
산과 초원, 이 사진을 찍다가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
황혼이 지는 벌판을 차 한 대가 거대한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맥주 파티가 한창이다
반쪽 달이 있는 초저녁 하늘 경치
말을 매는 곳이라 해서 다른 곳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건물 뒤 안전한 곳 침대에서 잤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