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틀고 자면 사망할 수 있다?
2022.07.28 09:00 김민재 리포터
익명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각종 허위 정보가 돌아다닌다.
허위 정보는 더 자극적인 정보를 찾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먹고 순식간에 퍼지게 되며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친 허위 정보는 어느새 유사과학이나 음모론과 함께 진실인 것 처처럼 여겨진다.
과학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기에 이를 구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적이고 재미있다고 해서 진실은 아니듯이 재미없는 사실이라고 해서 관심을 끊을 필요도 없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 점심에 먹는 사과는 ‘은’사과,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사과?
사과에는 칼륨, 유기산, 펙틴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며 고혈압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과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과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도와주기도 한다.
흔히 사과는 시간에 따라서 가려서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아침 사과는 우리 몸에 도움되지만 저녁 사과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실도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몸에서 받아들이는 효과도 다를뿐더러 섭취하는 시간과 관계없이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매우 과장된 표현으로 보아야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이런 속설이 나온 데에는 사과의 구성 성분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사과 안의 시트르산 (citric acid, 혹은 구연산이라고도 부름)이라는 성분인데, 이는 귤이나 레몬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산성을 띠는 유기 화합물이다.
시트르산은 산소 호흡을 하는 모든 생물 대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트르산 회로(TCA 회로 혹은 크렙스 회로라고 부름)의 중간생성물 중 하나이며, 무색무취의 교체 결정으로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음료수의 첨가제로도 많이 쓰인다. 시트르산은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에 사과나 귤을 먹으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과 안의 시트르‘산’ 성분은 평소 위염 등 위 질환을 자주 앓는 사람에게 (빈속에 섭취할 때) 위 점막이 손상시키는 등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공복 상태에서 사과를 섭취하게 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비단 저녁 사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과는 언제 먹어도 금사과가 될 수 있다. © gettyimagesbank
참고로 이런 사람들은 위벽을 보호해주는 비타민 U 등이 풍부한 양배추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 U는 1940년대 미국의 스탠퍼드 의과대학 가넷 체니 박사(Dr. Garnett Cheney)가 처음 발견했는데,
그녀는 위궤양을 앓고 있는 쥐에게 양배추즙을 먹였더니 증상이 호전됨을 발견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양배추와 위궤양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녀는 양배추에 풍부한 S-메틸메티오닌 (MMSC: Methyl Methionine Sulfonium Chloride) 성분이 소화성 궤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이며 Ulcer(궤양)의 앞글자를 따서 위 성분을 비타민 U로 명명했다.
또한 사과의 시트르산이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는데, 위 속설도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위산 역류를 일으키는 대부분 음식은 주로 고열량, 고지방 식품이기 때문이다.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면 복부의 압력이 상승하게 되어서 위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채소나 과일은 오히려 역류 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저녁에 사과를 많이 먹게 되면 사과에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장운동이 촉진되고 따라서 충분한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물론 장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섬유질이 숙면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저녁에 사과를 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과일의 과당 성분을 들 수 있다.
사과의 당도는 실제로 배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당은 단순당이기에 혈당을 높이고 결국 체지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과 껍질의 펙틴 성분은 당분 흡수를 조절하며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사망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사의 위험이 있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 몇몇 언론에서 위 괴담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시작된 루머인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믿던 그럴싸한 음모론 중 하나였다.
실제로 선풍기 바람을 정면에서 맞이한다면 호흡이 어려워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때문에 선풍기를 틀고 자면 밀폐 공간에서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전혀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가 마시는 공기는 질소, 산소, 아르곤등의 혼합 기체이며 산소만 선택적으로 농도가 낮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저체온증(임상적으로 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람의 몸은 항상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방어 체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저체온증에 걸리더라도 쉽게 사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체온이 내려갈 확률은 낮지 않으니 몸의 체온 조절을 위해서는 취침 시 선풍기를 자제해야 한다.
선풍기로 인한 질식사는 음모론이다. © gettyimagesbank
이처럼 선풍기로 인해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선풍기 자체의 문제가 아닌 화재의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오래된 선풍기에 쌓인 먼지들이나 찌꺼기들은 모터 부분에 과도한 열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는 삼겹살보다 해조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다른 유사 과학들은 얼핏 보면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미세먼지와 삼겹살은 겉보기에도 어떠한 관련도 없어 보인다. 수년 전부터 심해진 황사와 미세먼지와 함께 이를 이기기 위한 삼겹살이나 오리고기 등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탄광 노동자들이 삼겹살을 즐겨 먹었던 데서 연유한 속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겹살의 풍부한 지방이 기관지의 미세먼지나 황사를 씻겨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상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삼겹살은 식도로 들어가서 위장에서 분해되지만,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서 체내로 들어가기 때문에 삼겹살이 미세먼지를 직접적으로 만나기는 매우 힘들다. 돼지고기의 단백질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삼겹살과 미세먼지는 큰 관련이 없다. © gettyimagesbank
미세먼지에는 삼겹살보다는 물이 도움될 수 있다.
체내 수분 함량이 늘어나면 몸속 노폐물을 더욱 쉽게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몸속의 중금속이나 유해 물질의 배출을 도와주는 미역, 파래 등의 해조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미역귀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알긴산은 중금속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다.
미력과 같은 해조류는 미세먼지의 배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