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의 CSR 경영현황
삼성지구환경연구소 | 정예모 | 수석연구원
최근 일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경영이 한창이다. 리코가 2003년 CSR실과 CSR 위원회를 설치한 데 이어 많은 기업들이 CSR 추진을 위한 전담부서를 만들고 CSR 경영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日經비지니스(2004년 7월 26일자)에서도 ‘존경받는 일본기업 상위 100개사’를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는데 평가항목에서의 CSR 관련 비중은 30%였다. EU,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CSR 경영이 이처럼 일본에서도 발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유끼지루시(雪印)식품, 일본햄, 미쓰비시(三菱)자동차 등 일련의 비윤리적 사건에 대한 자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CSR의 정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2000년 세계 최초의 CSR 장관을 임명한 영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EU에서 먼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EU 집행기관인 European Commission은 2001년 ‘CSR에 관한 그린 페이퍼’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법적인 기대 수준을 넘어 인재와 환경, 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더 나은 사회와 더 맑은 환경에 공헌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2002년 ‘백서’에서도 “책임있는 행동이 지속가능한 사업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인식하에 기업이 사회·환경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그 사업활동 및 이해관계자와의 상호관계에 포함시키기 위한 개념”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EU는 기업, 노동자, 투자자, 정부, 사회단체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똑같이 중시하면서 CSR에 대해 기업의 자발적 추진을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CSR 추진단체인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에서는 CSR을 “법적, 윤리적, 상업적 또는 기타 사회가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것에 대해 조준을 맞춰, 모든 주요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균형있게 하도록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유럽과 달리 미국은 주주 이익 최우선을 기반으로 투명한 경영방식이나 회계제도의 도입, 기업의 기부문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2003년 經濟同友會가 발표한 ‘시장의 진화와 사회적 책임경영’ 보고서에서 “CSR이란 기업과 사회의 상승발전 메커니즘을 구축함으로써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창조와 더 나은 사회의 실현을 추구하기 위한 대응이다. 그 중심 키워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경제, 환경, 사회의 트리플 보텀라인(Triple Bottom Line)에 있어서 기업은 그 결과를 요구받는 시대가 되었다”가 강조하였다. 동 단체는 2004년 3월, ‘사회적책임경영추진위원회’를 발족했으며 2004년 1월에는 ‘일본기업의 CSR : 현상과 과제 - 자기평가 보고서 2003’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經團連은 “CSR이란 사회가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윤리적, 법률적, 사업적, 공공적 기대에 부응 또는 그 이상의 방법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2003년 10월 ‘사회적책임경영부회’를 발족시켰고 2004년 5월, CSR 개념을 담은 기업행동헌장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급성장하고 있고
1999년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평가지수인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es), 2001년 FTSE 4Good 등이 운영되면서 기업의 경제, 환경, 사회성과에 대한 외부기관의 평가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평가잣대로 등장하였다. 또한 영국의 NGO인 AccountAbility는 2003년, 51개국에 대한 National Corporate Responsibility Index 와 책임있는 경쟁력 지표(Responsible Competitiveness Index)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마침내 ISO에서도 CSR에 대한 국제규격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CSR 가아드라인이 2007년경에는 제정될 전망이다.
2004년 1월, 經濟同友會에서 발표한 ‘일본기업의 CSR : 현상과 과제 - 자기평가 보고서 2003’ 자료에 따르면 자기평가를 실시한 229사의 CSR 대응현황이 잘 나타나 있다.
우선 CSR 대응체제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기업의 31.9%가 CSR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50%를 넘지 않았지만 經濟同友會의 지적대로 CSR 경영을 통해 일본기업은 지속적인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면서 다음의 2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즉, 첫째로 CSR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관점에서 장래의 리스크를 경감시켜 준다는 것이다. CSR 대응을 통해 기업은 사전에 위기요인을 체크할 수 있고 경감시킬 수 있으며 투자가들에게도 이러한 요인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둘째로 비지니스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즉 CSR 대응을 통해 기업은 사회의 니즈를 미리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함은 물론 변혁의 원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미래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일본기업의 CSR 추진상의 몇가지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리코는 2003년 1월, 사장 직속으로 CSR실과 CSR 위원회를 설치하고 CSR 행동기준을 발표했으며(2004년에 CSR 행동헌장으로 개정) SONY는 2003년 3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총괄부문에 CSR담당부서(환경·CSR전략그룹)를 설치했다. 기저귀, 생리용품, 위생용품 등을 생산하는 유니참은 2003년 4월 CSR부를 신설했다. 마쓰시다전기(松下電器)는 2002년의 CSR 연락정보회(비공식적 조직)를 바탕으로 2003년 10월, 사장 직속으로 CSR담당실을 설치했으며 1998년 개정한 행동기준을 CSR관점에서 재개정을 추진중에 있다.
NEC(日本電氣)는 2004년 4월 NEC그룹 기업행동 헌장과 NEC그룹 행동규범을 새롭게 제정하고 CSR 추진을 위한 CSR 추진위원회, CSR 추진본부를 신설하였다. 후지제록스도 2004년 4월 CSR T/F를 가동했으며, 카오(花王)는 2004년 7월 CSR 위원회를 설치하였다.
한편 CSR이라는 명칭의 보고서는 2003년의 경우 SONY, 이토요카토 정도였으나 2004년에는 도시바, 유니챰, 코쿠요 등 20개사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이한 것은 리코로, 리코는 2004년에 재무보고서, 환경경영보고서, 사회적책임경영보고서의 3부작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발간했는데 영문으로는 Richo Group Sustainability Report (Economy), (Environment),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표기하고 있다.
마쓰시다전기는 그동안 환경본부에서 환경성과와 일부 사회성과를 담은 환경경영보고서(Sustainability)를 발간해 왔으나 2004년에는 CSR 담당실 및 환경본부 등 전사적인 편집체제속에서 경제, 환경, 사회의 3개 영역을 보다 균형있게 담고 CSR 관점을 강화한 환경경영보고서(The Panasonic Report for Sustainability)를 발간했다. 마쓰시다전기는 앞에서 언급한 日經비지니스의 ‘존경받는 일본기업 상위 100개사’에서 CSR 대응도와 보고서 충실도면에서만 보면 1위이다.
기업윤리(Compliance), 기업지배구조(Coporate Governance), 지구환경보전, 인권/인간존중/사회공헌활동, 리스크 관리, 정보보안 관리, 공급망 관리, 브랜드 관리, 고객만족, CSR 보고서 발간 등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공급망 관리도 환경을 고려한 녹색구매에서 이제는 사회적 책임까지를 고려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마쓰시다의 경우 추진체제(<그림 1> 참조)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경영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환경, 공정한 사업활동, 노동/인권/안전위생, 정보보안, 기업시민활동, 품질관리, 고객만족, 연구개발의 Usability 들 8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한편 經濟同友會에서는 CSR의 실천과 기업지배구조의 확립을 통한 새로운 기업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CSR 실천 축에는 시장, 환경, 인간, 사회가 포함되고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확립 축에는 이념과 리더십, 매니지먼트체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정보공개(Disclosure)와 커뮤니케이션 등을 포함하고 있다.
NEC는 커뮤니케이션을 이해관계자와 NEC간 신뢰구축의 가교 역할로 보고 있는데 NEC의 CSR 대응 3대 기본방침 중 2개 방침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즉, reputation의 가일층 향상을 위해 multi stakeholder로부터의 신뢰획득에 의한 브랜드 가치 향상을 추구하고 CSR 커뮤니케이션의 추진을 위해 multi stakeholder에의 적극적인 정보 공개와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마쓰시다는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대내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하고 있는데 사내보는 물론 경영층 대상으로 CSR활동 리포트를 매월 발간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추진’이라는 별도 사이트를 마련하여 임직원의 마인드 제고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리코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적극적인데 환경경영보고서, 사회책임경영보고서는 물론 환경홈페이지에 최신 사례와 함께 초중고생 대상으로 ECO TODAY 코너를 별도 운영하고 있으며 환경광고, 학술발표 및 강연회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시바(東芝)는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그림 2> 참조).
UN Global Compact에 가입한 기업은 약 1700여개로 이중 일본기업은 17개로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NEC, 닛산, 리코, 도시바, 후지제록스, 기꼬만,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해상, 시세이도, 세이코엡슨, 아사히맥주, 아시히신분(朝日新聞) 등이 적극 활동중에 있다. 한편 세계지속가능기업협의회인 WBCSD의 경우에도 총 회원기업수 156개 중 일본은 17개로 10.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규모는 미국(35개사) 다음으로 많은 순이다. 또한 2004년 3월에 실시된 FTSE4Good 지수 중간 리뷰를 보면 75개 기업이 새로 편입되었는데 이 중 37개 기업인 49.3%가 일본기업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소니, 히다찌, 미쓰비시, 스미토모화학, 캐논, 리코, 야마노우치(山之內)제약, NEC, NTT 도꼬모 등이 그 예이다. 이것은 FTSE4Good 지수가 일본에서 매우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활동에 대해 일본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예컨데 DJSI 편입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며, 기업의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UN Global Compact에의 가입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2004년 DJSI의 경우 총 314개사 중 일본 기업은 37개사로 11.6%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2003년을 CSR 元年이라고 부른다. 대형서적에 가보면 CSR 관련 책자와 정보지가 20여종 출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조). 우리나라의 경우는 CSR이라는 용어보다는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고 있는데 2003년말 삼성SDI에서 GRI 가이드라인에 따른 지속가능성 보고서(Susutainability Report)가 국내 최초로 발간되었고 이어 현대자동차에서도 발간되었다. 2004년 6월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제1회 지속가능경영 글로벌화 CEO 포럼이 개최되는 등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에서도 지속가능경영을 적극 전개할 정도이다.
최근에는 삼성SDI가 지난 9월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DJSI에 편입되었으며, WBCSD에는 삼성전자와 LG칼텍스정유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지만 UN Global Compact에는 아직 우리나라 기업의 가입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아직 CSR,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명확한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특히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과와 함께 환경성과와 사회성과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류기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