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응모했던 대본은 대본 자체가 아니었기에.. (소설처럼 써서 냈음. -_-;;)
그 다음인 22살에 응모한 대본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7년동안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왔다.
물론 7년 내내 죽어라 글만 쓰며 파고들어 공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작가 지망생'이라는 사명감을 가슴에 품고 교육원에도 다니며 작품수를 늘려가며
오래 쉼 없이 계속 글을 써왔던 것 같다.
내년이면 29살. 20대의 마지막이라는 걱정과..
아직은 20대구나.. -_-;; 하는 안도감이 묘하게도 함께 드는 상황에서,
아직도 작가 지망생이구나... 싶은 좌절감과,
아직은 즐기며 글을 쓸 수 있다... 는 안도감도 묘하게도 함께 든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합격 통보 한번 받아봤으면, 내 드라마가 방송에 한번 나가만 봤으면...하고
아주 기초(?)적이고도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지만,
입봉해서 그 바닥에 들어가 생리를 알게 된 신인작가들은
그 바닥이 얼마나 치사하고 드럽고 잔인한 곳인지 니들은 모를 것이다... 라며
순진하게 환상만 꿈꾸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또 작가지망생들은
그 치사하고 드럽고 잔인한 바닥이라도 들어가서 괴로워하고 싶다...라고 말하겠지만. ㅋ
나도 저런 바람과 저런 마음이 있는 순진한(?) 작가지망생이다.
하지만 가끔 겁이 나기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뼈를 묻지 않아도 되는 직장을 다른 직원들보다 편한 마음으로 상사 눈치 안보고 마음껏 즐기며 다니고 있지만,
만약 내가 지금까지 보낸 시간만큼을 더 보내도 입봉하지 못한다면?
하고 생각할 때면 가슴이 턱! 막힌다.
원래, 더 어렸을 땐, 늦더라도 언젠간 꼭 되긴 하겠지.. 라며, 저런 상상을 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앞자리 수가 바뀔 나이가 되니 저런 현실적인 생각도 들면서 가끔 밤잠을 못이루게 만든다.
전혀... 비현실적인 상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작가지망생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얻어지는 신인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다 보니까,
이젠, 만약 입봉을 해서 16부작 미니시리즈 쓰라고 했는데 내가 못 써내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하면 입봉 자체도 두려워진다.
물론 입봉한다고 해서 바로 미니 쓰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약 내게 쓸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내가 그 능력이 안돼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면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면 아직 지망생으로서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그 순간이 눈 앞에 닥치면 16개 쯤은 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도 있긴 하지만. ㅋㅋㅋ
이번 달 23일까지 시나리오 공모전을 끝내고 나면, 내년 1월 말일까지인 SBS 미니 공모전을 준비할 생각이다.
이병헌과 전도연, 이선균과 이연희, 이지훈과 이하나를 내 멋대로 캐스팅해서(그러고보니 전도연만 빼고 다 '이'씨네..-_-;;)
그들의 실명을 가지고 쓴 이번 옴니버스 시나리오는 나름 재밌고 영화화 가능성이 있으리라 보지만,
나중에 결과에서 미끄러지고 나면 '아.. 그게 문제였어...' 그러면서 자책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난 쓰는 것을 아직 즐기고 있고, 재밌어 하고 있으니까..
우선은 그걸로 된 것 같다.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난 아직 그 바닥에 들어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무수한 단막극이 이젠 방영되지 못할 종이대본에 머물게 됐고,
등단하면 준비 없이 미니시리즈를 척척 내놓아야 할 입장에 놓여진 그 바닥에
아직은 내 실력이, 들어가서 잘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방송사 공모전의 계절이 돌아오면...
마음이 또 간절해지겠지....?
나의 작가지망생 7년차 땐,
마음이 파전처럼 이리 저리 뒤집히며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