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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충북학습연구년
 
 
 
카페 게시글
청주교대 스크랩 [제주여행] 4월 15일 이야기
박진환(충남) 추천 0 조회 75 13.04.22 19:44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아침부터 아들녀석이 아킬레스건쪽이 갑자기 아프다고 한다. 웃긴 건 그런 다리를 이끌고 숙소 주방에 가서 토스트에 버터와 잼을 발라서 잘 먹더라는 것. 오늘은 그나마 이곳 숙소에 이틀을 묵게 돼 짐을 놓고 출발할 수 있다는 게 다행. 아들은 출발부터 천천히 걷자고 재차 요구한다. 그러고마 했다. 그러기를 잠시 어느새 아들 녀석이 속도를 내 걷기 시작한다. 몸이 가벼워진 탓일까? 오늘은 그렇게 귀따갑게 올레꾼들에게 들었던 7코스. 내일 7-1코스를 가기 전 먼저 7코스를 다녀오라는 양재성샘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어찌됐건 아들과 나는 출발을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속골이라는 곳이 나온다. 속골이란 이름은 골이 깊다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수량이 매우 풍부하고 골짜기가 깊은 계곡이 바다까지 이어진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백숙을 파는 등 계절음식점도 열린다고 하는데, 4월 이곳은 참으로 한산하고 조용하고 그래서 좋다. 속골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부드러운 흙길이 시작된다. 올레꾼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자연생태길 수봉로라는데 가이드북에 설명한 것과 달리 그저 소박한 길이다. 다만 공물해안으로 길을 내려는 올레탐사단이 길이 없어 해매고 있을 때 곁을 지나던 염소 두 마리가 미처 보지 못한 길로 가는 것을 보고 비로소 길을 낼 수 있었다는 전설아닌 전설을 가진 곳이어서 길을 걷는 내내 이야기를 되새길 수 있었다.

 

 

 

 

 

 

이렇게 수봉로를 내려가면 동글동글한 모양의 커다란 돌들이 널린 공물해안을 지난다. 지금껏 해안길을 걸어오면서 검은 돌과 바위를 수없이 봤지만 이렇게 뭍에 있는 해안가 돌처럼 동글동글한 돌들은 처음 본다. 제주는 이런 풍경이 더 신기한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걸어 한치가 유명하다는 법환 포구에 다다랐다. 한치가 한창일 대는 7~9월이라고 하니 입맛만 다실 수밖에. 이어 두머니 물이라는 곳을 지났다. 법환마을과 강정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해안가에 위치한 곳이었다. 예로부터 애기어멍(아기엄마)가 젖이 나오지 않았을 때이 물을 먹으면 잘 나온다 하여 애기어멍들이 이곳에 와서 물을 마시고 목욕을 했다고 한다. 두머니물을 지나 서건도(썩은도)까지 험한 바위밭 사이로 돌들이 깔려 있다. 7코스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실제로 정말 걷기가 쉽지 않았다. 누가 7코스를 편한 코스라고 했을까? 차로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맞는 말일지 모르나 걷는 이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는 말 같았다.

 

 

 

 

 

7코스 처음에는 바위밭이 험해 차도를 따라 서건도까지 가야했는데, 너무도 위험하단 판단 아래 바다족으로 새로운 길을 냈다고 한다. 강정 돌챙이(석수장이) 5명과 자원봉사자 50명이 평탄하게 바위밭을 닦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길이 나름 걷기 괜찮았다. 돌길 치고는 말이다. 그들의 수고에 감사할 밖에. 이렇게 길을 나서 다다른 곳은 강정. 아, 강정. 2년 전 연수 진행과 강의하러 내려왔다가 제주전교조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내려갔던 곳. 해군기지 건설로 한창 제주시민단체와 강정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투쟁하던 곳. 나는 이곳의 검은 바위 구럼비를 그 시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사인부들이 장악을 해 바위 일부가 파괴되고 아름다웠던 구럼비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직접 보게돼 가슴이 무척 아파왔다. 함께 온 아들에게 강정의 아름다운 바다의 돌밭 구럼비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제주에서 가장 물이 많고 농사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해 모든 것이 풍족했던 이곳을 정부권력자와 미국이 군사목적으로 기지를 세워 자연을 파괴해 가는 모습에서 절망을 느꼈다. 강정천을 따라 올라가니 강정다리 근처에서 문정현신부님을 비롯한 강정지킴이들이 집회와 예배중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나는 아들과 함께 멀리 문정현 신부쪽으로 인사를 드린 뒤 투쟁 기금마련을 위한 물품판매대 앞으로 가서 목걸이를 하나 샀다. 그냥 지나치기가 미안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일보삼배하는 분을 만나뵙고 서로 목례를 하고 수많은 투쟁의 문구와 그림이 이어진 길을 그렇게 또 걸어갔다. 멀리 문정현신부님의 노랫소리가 우렁차게 강정마을 뒤덮였다. 마지막 후럼구를 두 세번 목청껏 부르시는 문신부님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서글프게 들리던지. 강정을 그렇게 떠나려나 했는데. 이게 웬일. 올레 패스포트를  그만 중간지점인 바닷가 우체국에 놔두고 온 게 아닌가. 마침 내 패스포트를 주운 한 여행자가 패스포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와 다행히 먼길이있지만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난 강정집회장을 두 번 더 지나칠 수 있었다. 또 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아들과 나는 경치 좋은 강정포구와 아담하고 맑디 맑은 물을 간직한 월평포구를 지나 굿당산책로로 들어섰다. 월평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굿이 열렸다는 이곳을 산책로로 만들었는데, 나무들의 키가 산만하고 마치 아들의 표현을 빌자면 아바타 영화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곳도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지나 나오면 월평마을로 나오게 된다. 우리가 머문 곳은 7코스 종점인 이름도 예쁜 송이슈퍼. 이곳에서 아들과 나는 컵라면으로 싸게 시장을 달랬다. 여기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7코스 시작점 인근인 숙소로 돌아왔다. 짐이 없어 발길이 가벼웠지만, 강정에서 마음이 무거워 힘겨웠던 길. 경치가 아름답고 걸을만 하다는 주위의 말들과 달리 강정의 무거운 분위기와 구럼비를 파괴해 버린 경치로 올레길로서의 면모가 확 죽어버린 7코스라는 생각만 들었다. 생각보다 일찍 여정을 마친 아들과 나는 2시 30분부터 숙소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 나는 오늘까지 보내야 할 원고를 다듬고 다듬었다. 그러고나서 다시 저녁을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어제 찾은 제주매일올래시장을 찾았다. 아들이 먹고 싶어하던 닭강정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다. 그래도 시장 풍경에서 제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그런대로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이틀 묵는 숙소 4인실 방에 서울서 내려온 대학 휴학생이 자리하고 있다. 1시간 동안 서로 올레길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가을에 갈 11코스, 12코스,14-1코스에 대한 위험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살짝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어찌됐든 가야할 길이기에 마음에 묻어두기만 했다. 이제 내일은 가장 재미없다는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하는 7-1코스다. 그 길에 또다시 양재성선생님을 만난다. 이제는 직접 제주의 학교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기대가 크다. 제주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또 기쁘다.

 

이제 집에 가는 날이 머지 않았다. 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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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4.23 22:50

    첫댓글 바닷가 우체국. 낭만적이네요.
    강정은 지금도 계속 공사중인가요?

  • 작성자 13.04.26 23:24

    네..한창이었습니다..7코스는 강정 구럼비가 빠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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