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공안은 나를 보다 멀리 이끌어 간다 - 乾理 Brigitte Billet / 신촌제3모임 / 프랑스 공무원(social delegate)

[전원]

매번 공안은 나를 보다 멀리 이끌어 간다

乾理 Brigitte Billet

신촌제3모임/프랑스 공무원(social delegate)

브르타뉴(Bretagne, 프랑스 서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해안 지방)에서 처음으로 좌선을 할 때, 전에 내가 스스로에게 제기하던 질문들은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전과 같은 중요성을 갖지는 않았다.

첫 순간부터 나는 큰 신뢰감을 느꼈고, 그 순간의 전과 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새로운 수행 방식으로 인해서 일어난 정신적 상태는 이미 알고 있던 것 같으면서도 새로웠다. 그 역설적인 사실을 설명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너무 자명하였기 때문이다.

공안에 대한 최초의 입문 때에, 나는 공안을 마음속에 품고 어떤 판단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수련회가 끝나고) 집에 와서는, 보석들을 처분했고 그리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또한 나의 의복 색깔도 바뀌었다. 이런 강한 ‘에너지’는 거의 5개월에 걸쳐 느껴졌다.

그후 나는 아침, 저녁으로 명상의 리듬을 유지했고, 6개월 후에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 수련회에 참석했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참구할 나의 첫 번째 공안을 받았다. 나는 그것이 하나의 기회임을 잘 알았고, 내가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는 참선 전통을 포함한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지각과 더불어 책임감을 느꼈다. 그런 사실은 나를 몹시 감동시켰고, 가깝고 먼 것을 떠나 새로운 차원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침 명상 전에 나는 반야심경을 읽는 습관을 들였는데, 이는 좌선을 위한 좋은 시작이다. <무문관> 제32칙 외도문불(外道問佛)에 나오는 ‘절벽에서 손을 놓아라[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선어(禪語)는 아직도 나를 사로잡는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좌선하면서 나는 자주 이런 모습을 그리곤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라!’ 또는 ‘미지를 위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초월하라’ … 화두를 드는 것이 마찬가지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육조단경>이 나를 뒤흔들고 있는데, 특히 나에게 이 책의 첫 번째 읽음은 결정적이었다.

다른 변화들이 일상에서 나타났다: 아주 선택적인 독서, 사람을 만나거나 문화적인 외출 자제, 보다 검소한 아파트 장식, 보다 순화된 음악 등, 나는 나의 환경과 일치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명료하게 판단하되 내가 만사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조화의 추구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아직도 너무 외양에 집착한다.

3년 전부터 나는 동양화와 서예를 해오고 있다. 그 두 세계가 서로 다르면서도 가깝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명상의 연장임을 잘 느낀다. 서예는 엄격한 예술이고 크나큰 겸손을 요구한다. 나는 내가 붓과 조화로운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준비, 실천, 통교)을 아주 많이 즐거워한다.

명상과 회화와 독서로 점철된 수도사와 같은 생활.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느낄 수 있듯이 화두를 드는 것은 내가 보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그것은 윤리와 삶에서의 선택을 요구하는 길이어서 고독의 형태를 취함으로 나는 도반들과 같이 있는 수련회의 필요성을 느낀다. 묵언과 침묵의 중요성. 나를 감탄하게 하는 화두를 드는 행위의 단순함은 끊임없이 나를 강하게 호출하고 나의 일상을 변화시킨다. 즉 사람이나 상황을 덜 판단하고 나의 보는 눈이 달라진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고독은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과 더욱 가깝게 만든다. 모든 것이 역설적이고 공안은 아주 좋은 예이다. 내가 가끔 씩 느낄 수 있는 바와 같이 공안은 나에게 보다 넓은 시야를 열어주고 조금 더 예리하게 해준다.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생사의 문제!’ 물론이다. 예! 때로 나는 초조하게 공안의 답을 기다린다. (발견의 단계, 의심의 단계, 예지의 단계… 때로 이 모든 단계들이 동시에… 눈을 뜨고 방석에 앉아서 단지 현전할 뿐) 새로운 정신. 이것이 나로 하여금 현실에 보다 잘 적응하게 해주거나, 있어야 할 자리에 그냥 있을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좋은 명상, 나쁜 명상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다만 앉아 있을 뿐. 그러나 그것은 어떤 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방학 때만 들리시는 스승님인 서명원 신부(天達 法師)님이 떠나고 나서도 언제나 느낄 수 있는 신뢰감은 여전히 지속되고 이것이 바로 내가 진실하고 자발적으로 공안과 더불어 살도록 돕는다. 그것이 매우 중요함을 잘 느낀다.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환자들과 함께 할 때나, 직장에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할 때에, 나의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호흡과 내가 조화를 이룰 때, 즉 그 아랫배에서 중심을 잡고 있을 때에는, 나는 나의 상대방이 일종의 일치인 고요함과 안정감을 되찾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나의 이해를 초월하면서도 나에게 용기를 준다.

때로 나는 어떤 태도들을 버리지만, 나의 에고는 여전히 현전하고 있다는 사실(어떤 때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을 확인한다. 이런 때에는 명상이 힘들고 나는 조화를 잃는다. 때로 좌선 후에 나의 어떤 자세나 태도가 나의 얼굴을 때린다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백척간두에 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공안은 나를 보다 멀리 이끌어 간다는 의식을 갖는다. 어떤 단순함이 나에게 나타나지만, 그것도 내가 아직 길에 들어서 있을 뿐임을 잘 느끼게 한다.

진심으로 감사하며,

 乾理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