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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신고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다'
전기보 행복한 은퇴 연구소 소장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꾼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이 꼭 행복한 일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늘어난 수명만큼 누군가 우리의 노후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은퇴는 곧 불행의 시작일 수 있다. 행복한 은퇴는 무엇일까? 이 문제는 ‘연구’하는 사람, 전기보 행복한 은퇴연구소 소장을 문영기의 아주 독(獨)한 인터뷰에서 만났다.
◈ 은퇴해서 골프치며 사는 실버타운은 50년전 얘기
전기보 행복한 은퇴연구소 소장은 교보생명에서 자산관리를 담당하던 상무이사 출신이다. 교보에서만 24년동안 일을 하다 퇴직한지 3년 정도 됐다. 자산관리를 담당하던 임원출신이 노후 설계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돈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를 먼저 찾으라는 말이었다.
“집을 짓는 다면 어떻게 집을 지을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있고, 두 번째가 설계를 하고 시공을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앞에 있는 설계나 상상보다는 시공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 어떻게 돈을 불릴 것이냐만 생각을 하지, 그 돈을 왜 불려야되고, 어디에 쓸 것인가를 생각을 안하는 거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모아서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 무엇을 하면서 쓸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말이다. 돈을 모으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것에 집중해서 은퇴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충고다.
그는 골프치고, 낚시하면서 사는 삶이 보편적인 은퇴생활의 모습이 돼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은퇴설계는 이미 50년전의 낡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 미국에 1960년대에 썬 씨티라는 곳에 실버터운이 만들어졌다. 빨리 은퇴해서 저런 실버타운 들어가서 골프치면서 노는 것이 좋겠다라고 한 것은 60년대 미국 사람들이 꿈꾸던 모습이었고, 실제로 그런 실버타운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당시 평균 수명은 60세 전후 였다. 은퇴한 노인들이 실버타운 들어가서 4-5년 살다가 마치면 딱 되는 그런 실버타운이었다.”
4-5년이면 끝나던 골프치는 행복한 은퇴생활은 평균수명이 80에 육박하는 지금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는 말이다.
◈ 돈은 피와 같다. 모자라면 빈혈이지만, 넘쳐도 쓸데없는 것
우리는 흔히 노후에 필요한 은퇴자금이 어느 정도 필요할 지 생각을 많이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듣는 얘기가 ‘은퇴자금은 10억정도는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말에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겠다. 전기보 소장이 보는 10억의 금융자산은 어떨까?
“사람들이 은퇴자금으로 10억원을 얘기한다. 그런데 은퇴후에 10억의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2천7년을 기준으로 11만7천명에 불과하다. 아주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10억의 자금을 갖고 은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11만 7천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은퇴자금으로 막대한 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내가 만일 사진찍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면 농사짓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소득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10억을 모으자 이런 생각을 하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사진만 찍고 산다고 하면, 사실 필요한 돈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골프도 쳐야되고, 좋은 차 타야되고, 품위도 유지해야 되고, 이런 것을 다 원하니까 감당이 안되는 거다.”
상대적 불행이 이런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는 어느 선배로부터 들은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돈은 피와 같다. 모자라면 빈혈이 되지만, 많다고 해서 꼭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저 적정한 양만 있으면 되는 거다.”
◈ ‘부동산 거지’ 보다는 매달 나오는 ‘연금’이 낫다.
그렇다면 은퇴소득은 어떤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로 은퇴소득은 죽을 때까지 나와야 한다. 나는 80까지 살 거라고 해서 10억을 준비했는데, 이미 돈을 다 써버린 마당에 구십세, 백세까지 수명이 연장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극단적인 예지만, 그래서 10억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죽을 때까지 영속성이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은퇴소득은 물가상승률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정액(定額)으로 계속해서 나온다면 화폐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소득은 줄어든다.
세 번째로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부동산 거지’라는 말이 있다. 노인들이 부동산 가지고 재산은 많다고 하는데, 경기 나빠지면 임대도 안되고, 소득도 줄고, 그렇다고 세금은 안 낼 수 없고, 엄청난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주 궁핍한 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
전기보 소장의 열변이 계속 이어졌다. 10억 얘기도 계속됐다.
“ 은퇴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정인 현금 흐름이다. 총액중심의 금액설계보다는 육십세에 은퇴한다면, 60세에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먼저 상상을 해봐야 한다. 그러면 한달에 어는 정도 돈이 필요한 지 예산이 나온다. 그러면 필요한 돈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가능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전체적으로 10억이 필요하니까 10억을 준비하는 것 보다는 한달이 3백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디에서 3백만원을 안정적으로 나오게 할 것이냐. 이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개인연금에서 얼마, 공적연금에서 얼마, 부동산 임대소득에서 얼마 이런 식으로 현금 흐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보 소장은 현금흐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첫번째로 근로소득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유돈이 2백만원정도 있다고 하면, 백만원은 저축을 하고, 나머지 백만원은 자신을 위해 투자를 하라고 얘기한다. 백만원을 앞으로 20년동안 자신을 위해 투자하면, 20년후에 자신이 벌 수 있는 돈이 지금 백만원 저축해서 받을 수 있는 이자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두 번째는 공적연금이다. 하지만, 제도도 불안하고, 기금 고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연금을 가입해 놓는 것이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그러면서 전소장은 이런 예를 들었다.
“ 어디서 죽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인들의 답변은 좀 놀라웠다. 신발을 신고 죽고 싶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즉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는 답변이었다.”
일을 하다 죽겠다는 미국인들의 답변은 그만큼 노후를 보장할 만한 자산이 많지 않다는 의미도 되겠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절박한 현실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일반적인 일이 될 것 이라는 조금은 우울한 생각도 하게 된다.
◈ 자식에 올인하지 마라
전기보 소장은 조금은 냉정하게 들릴 수 있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정확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자녀들에게 자립심을 키워 줘야 한다. 학비 대주고, 유학자금 다 대주고, 결혼자금 다 대주고, 결혼하고 나서 손자까지 키워주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있나. 그렇게 하면 자녀들이 늙은 부모 돌본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그걸 극복해야만 그나마 노후를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퇴직자금을 자녀들을 위해 쓰는 것도 당연히 반대다.
“ 퇴직금 가지고 자녀들 혼수 마련하는데 올인하지 말라고 늘 충고한다. 그 돈은 철저하게 두 부부가 남을 생을 살기 위한 시드머니인데, 그것을 헐게 되면, 도저히 복구가 힘들다.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니던 기업에서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데, 철저히 개인이 준비해야하는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가장 큰 장애는 어쩌면 자녀들일 수 있다고 아주 솔직하게 충고한다.”
◈ 은퇴이민, 전원생활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년전인가. 필리핀에서 은퇴이민 생활을 하는 부부의 삶이 TV를 통해 방영된 이후 은퇴이민이 붐을 이뤘던 기억이 있다. 은퇴이민은 행복할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는 일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적게 드는 동남아 지역으로의 이민은 비용도 만만하고 생각해봄직 한 일이다.
“은퇴이후의 삶은 독립되고 혼자만의 삶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은퇴이후 만큼 관계가 중요한 시기가 없다. 은퇴이민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이다. 시골생활도 마찬가지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중에 가장 많은 것이 현지 주민과의 마찰이다.
현지 주민들은 새로 예쁘게 집짓고 내려오는 분들,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고, 다 그렇지는 않지만, 내려가는 분들은 현지 주민들을 시골 사람이라고 깔보고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주택 진입로를 트랙터로 갈아 엎고 해서 그런 갈등으로 다시 서울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몇 년전만해도 시골에 은퇴후 가려고 땅사놨다는 것이 부러운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쓸데없는 아닌가 이런 지적도 받기도 한다.“
“이민은 더 하다. 동남아쪽 가면 백만원 가지면 하인 몇 명두고 왕같이 산다는데.. 이런 말만 듣고 무모하게 가는 경우가 있는데, 가서 누구랑 얘기하고, 무슨 낙으로 살건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은퇴이민이 좋기는 하지만,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개별적인 생각이다. 사실은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들은 많지 않다...”
◈ 자신감을 갖고 살자
전기보 소장은 58년생이다. 흔히 58년 개띠생 우리 나이로 52세다. 은퇴한 것이 한 3년쯤 됐으니 사실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은퇴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요즘 60세 정년을 다 채우고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을 그렇게 많지 않다.
“ 입사동기가 320명쯤 되는데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이 열명도 채 되지 않는다. 사업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거의 실업자다. 소득도 불분명하고, 자산도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소일하는데 제일 좋은 것이 등산이라고 하더라. 등산모임 가끔 가보는데, 친구들은 아주 산을 날라 다닌다. 건강 챙기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실도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요즘 연구소 인력도 딸리고 바쁘기도 해서, 친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대답이 모두 자신이 없다.. 이렇게 나온다.“
그는 준비만이 자신감을 갖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40대까지 사는 것을 위해 10대부터 준비했다면 그것은 첫 번째 캐리어를 위한 준비이고, 40대 이후 50부터의 삶을 위한 준비는 제2의 캐리어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좋은 대학과 직장을 갖기 위한 준비가 이제는 평생을 책임지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로 들린다. 50대 이후의 삶을 위해서는 지금 다니는 직장의 캐리어만이 아닌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자산 관리사같은 자신이 몸담았던 직종의 자격증 뿐 아니라 골프 티칭프로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은퇴하기 몇 년전부터 준비한 결과물이다.
피터 드러커를 예로 들며 그는 오랜 인터뷰를 마쳤다.
“ 피터 드러커는 3년을 한 분야에 집중하면 성공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3년마다 전문분야를 바꿨다.”
그래 맞는 말이야.. 피터 드러커와 전소장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참, 인생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 구절이 떠올랐다. ‘Bravo My Life!' 홍천에서 열리는 인생 설계를 위한 부부 워크샾
전기보 소장은 매달 부부를 대상으로 워크샾을 열고 있다. 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홍천 오지의 한 펜션에서 그는 인생 후반을 걱정하는 부부들과 진솔한 대화를 갖는다.
장소: 아름다운 내일의 뜨락 (www.anette.com)일시: 2천9년 6월 27,28일 문의: 행복한 은퇴연구소 (www.crpkorea.com)
첫댓글 인생은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