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와 일본뿐이다. 서양에서는 흔한 요오드 결핍증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우리가 김을 즐겨 먹기 때문이란다.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고단백 식품이라 마른 김 5장은 달걀 1개와 맞먹을 정도의 단백질이 있단다. 우리나라에는 수입 김이 없다. 제품값에 비해 부피가 커서 물류비 부담으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이번 김은 맛이 없네. 중국산인가?”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 쪽팔리니깐. 내가 김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은 내 주위 사람들은 다 안다. 부잣집에서는 밥상에 항상 김이 있는 것을 보고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계란이랑 김은 꼭 먹을만한 형편으로 사는 게 꿈이었다. 어릴 땐 정말 김이 그렇게 좋았다. 아직 김밥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밥은 지금도 나에겐 특별한 음식이다. 소풍 또는 운동회 같은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는 명절 음식(?) 같은 계열에서 벗어났다. 눈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동네 소소하게 있던 김밥집이 김밥천국을 시작으로 많은 전문 김밥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차별화 한답시고 김밥 속재료가 참치 땡초 심지어는 삼겹살까지 넣는다. 모양도 삼각김밥 누드김밥 등 다양하게 나온다. 가격도 만만찮다. 한 줄에 4천원 하는 김밥도 있다. 동네 짜장면집에 배달 안 시키고 가서 먹으면 3천 원 하는 곳에 비교하면 만만찮은 가격이다. 별 맛도 없다. 그 옛날 당구장에 할머니가 머리에 이고 온 다섯 개 천 원 했던 싸구려 김밥도 지금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프리미엄 김밥집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다. 맛은 하나도 없으면서 비싸기만 엄청 비싸다. 서울 강남에는 한줄에 1만5000원짜리, 2만원짜리 김밥도 있다고 한다. 그 돈 주고 김밥 먹는 인간 얼굴 한번 보고 싶다. '크림치즈호두김밥'과 '시저치킨샐러드김밥'이야기 들어나 봤나.
난 우리 동네 2천원짜리 김밥을 제일 좋아한다.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아서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김밥은 집에서 싸준 김밥이다. 소고기 갈아서 넣은 김밥. 김밥은 칠성시장 김밥을 따라 올 것이 없다. 싸고 맛있다. 대부분 관광버스에 올라가는 김밥이 칠성시장 김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대구역 앞 지하 분식집 김밥이 먹을만하다. 돈 없는 서민 입맛엔 그렇다.
1. 미진분식
추억의 분식점이다. 춥고 배고플 때 찾았던 그 시절 추억의 김밥. 아직도 멋모르는 사람들은 그 추억을 더듬어 보겠다고 줄을 선다. 하지만 한입 먹고는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짜고 맛이 없다. 속에 들어간 것도 없고 멸치 국물엔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내 입맛엔 그렇다는 것이다. 취향은 다 다르니깐. 그 시절엔 제법 괜찮았는데...송죽극장, 코리아 극장 있던 시절.
2. 경주교리김밥
요즘은 경주 교리김밥 전성시대이다. 대박난 반월당 김밥이나 본좌김밥 같은 곳은 전부 교리김밥을 본따서 만든 것이라 보면 된다. 교리김밥의 특징은 계란 지단을 채를 쓸어 무자비하게 넣는 것이다. 내 입맛엔 퍽퍽한 맛만 날 뿐 김밥다운 촉촉한 맛은 없다. 자그마한 가게가 지금은 돈을 벌어 큰 2층 건물에서 영업한다.
3. 반월당김밥
요즘 반월당 김밥 먹어봤냐고 내게 묻는 사람이 많다. 아마 특이한 김밥이라 자랑하고픈 마음에서 그런 것 같은데 역시 교리 김밥의 아류이다. 계란이 많이 들어가면 퍽퍽하다. 그래도 교리 김밥보다는 많이 낫다.
4. 본좌김밥
중앙파출소 옆에 있다. 젊은 친구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는 편이다. 반월당 김밥과도 길건너라 가가운 곳에 위치 한다. 역시 교리 김밥 영향을 받은 김밥이다.
5. 고봉민 김밥
프리미엄 김밥의 대표주자였던 고봉민 김밥. 일단 김밥은 저렴하다는 인식을 깨어버렸다. 돈에서 자유로워진 세대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6. 충무김밥
맛집으로 유명한 충무김밥집이다. 미르치과 앞에 위치한다. 참기름을 발라서 고소한 맛이 진동을 한다. 충무김밥의 맛은 역시 무김치와 오징어무침이다. 제대로 이다.
첫댓글 김밥의 계보를
조금만 더 전국적으로 알기 쉽게 가능하신지요.
머리에 쏙 들어옵니다.
근데 전 그놈의 요오드 때문에
김밥과 담읗 쌓고 지내니
스스로 식복을 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