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옥 시인의 시집 『다시 제자리』 출간 < 문화 < 기사본문 - 불교공뉴스
이영옥 시인
이영옥 시인의 시집 『다시 제자리』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이영옥 시인이 1988년 『오늘의문학』과 1993년 『해동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펴내는 여덟 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편은 섬세한 감수성을 꼼꼼한 언어로 짚어내며, 시어들은 단정하고 세련되어 있으며, 기존의 관습 또한 거부하고 있는 현상을 보인다.
이영옥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93년 『해동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날마다 날고 싶다』, 『아직도 부르고 싶은 이름』, 『당신의 등이 보인다』, 『가끔 불법주차를 하고 싶다』, 『길눈』, 『알사탕』, 『어둠을 탐하다』를 출간했다. 대전문학상, 하이트진로문학상 대상, 중앙뉴스문화예술상, 월간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대전 인쇄골목에서 도서출판 ‘이든북’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이영옥 시인은 전자책으로 인해 한때 위기를 맞고도 오뚝하니 자리매김한 출판사의 대표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 인쇄 골목에 들어서면 종이 냄새와 잉크의 진한 향이 풍겨 나온 그곳,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가운데, 일정한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곳에 ‘이든북’ 출판사가 있다. 이영옥 시인은 손때묻은 작업대 위에서 온종일 활자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오랫동안 책을 만드는 일을 해온 탓인지. 그녀의 시는 성찰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고단한 삶의 무게가 되레 시속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시는 비우는 일과 채우는 일을 동시에 담고 있다.
시집 『다시 제자리』가 수줍게 세상 밖으로 나온 날, 이영옥 시인을 만났다. 몹시 피곤한 기력이 역력했으면서도 시를 향한 열정만큼은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녀와 다슬기 국밥집에 마주 보고 앉아 뜨끈한 국물을 한술 떴다. 마치 뚝배기 안에서 시를 건져 올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집 『다시 제자리』를 받아들고 그 안에 시선을 묻었다. 현대인의 삶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고독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읽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와 일상적 소재를 활용하여, 평범함 속에서도 존재하는 불안을 포착하고 그것을 시적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각 시가 독립적으로 읽히면서도, 전체적으로 연결된 정서를 형성해 시 전체의 일관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이 시들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보편적인 고독과 갈망을 깊이 탐구하며, 독자에게 강한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송기한 문학평론가·대전대학교 교수는 이영옥 시인의 시는 “대부분 사물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은 예리하고 단정하다. 시인이 만들어내는 언어의 주름은 이미지스트가 갖추어야 할 포오즈를 모두 담지한 듯 보인다. 그만큼 시인의 시들은 정제되어 있고, 세련되어 있다. 그가 토해 내는 언어의 숨결을 마시고 나면, 독자의 정서가 무언가 정돈되고 청량한 감각으로 새롭게 환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옥빈 시인은 이영옥 시인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문장들 「꽃차」을 소환하여 우리에게 안식처를 찾아 주고 있다. 시인이 풀어낸 시편들은 자연과 마주하며 느끼는 추억이나 그리움의 서정을 통해 삶을 견뎌내고 있는 소소한 이야기다. 시인의 시가 독자들 가슴에 정박할 것이 분명하다.” 라고 말하며, 시인의 시가 대상을 화려하게 수놓는 풍경화의 수준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현존의 차원이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다시 제자리』는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위로로 독자들의 마음을 감싸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시집 속의 시 한 편
힘줄 뻗친 다리로 수평을 맞춘 책상은
네모난 구역을 가졌다
언제든 기울 수 있다는 계시였지만
수평 위에서 짜내는 통증은
헐거워진 중심을 붙드는 일이었다
수평 위에 펼쳐진 종잇장에는
두 번 붓고 열 번 남은 적금통장과
계약 만료 다가오는 월세 계약서와
진부한 언어들이 고개를 든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안간힘으로 버티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삐끗거리는 다리 하나
—「책상에 앉아서」 전문
■ 시인의 말
미숙아로 내 손을 떠나
지면을 차지했던 작품들을 끌어 모아
내 생(生)의 나이테만큼
57편의 작품을 한데 묶는다
때로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치열했고
삶에 지쳐 무릎 꿇을 때마다
바람 길을 내주었던 시(詩)
웃고 울며 지나온 시간들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고백한다
시(詩)가 나를 지켜 주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2024년 10월
이영옥
■ 이영옥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93년 『해동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날마다 날고 싶다』, 『아직도 부르고 싶은 이름』, 『당신의 등이 보인다』, 『가끔 불법주차를 하고 싶다』, 『길눈』, 『알사탕』, 『어둠을 탐하다』가 있다. 대전문학상, 하이트진로문학상 대상, 중앙뉴스문화예술상, 월간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도서출판 이든북 대표로 일하고 있다.
출처 : 불교공뉴스(http://www.bzer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