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환, 짱가와 함께 비를 피해 서 있다.
은환, 핸드폰을 한다....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 들린다.
상두가 오는지 뒤를 다시 돌아보는 은환.
2. #병원 현관
병원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고.
상두, 힘이 쑥 빠져 털레털레 걸어나오는데....문득 은환과의 약속이 생각난다.
은환(E) 너한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아니 동물이 있어....고수부지루 일곱시까지 나와. 바빠두 딱 한시간만 내.
상두, 시계를 보면 9시가 가까워 오고 있다. 상두, 뛰기 시작한다.
3. #고수부지
바들바들 떨던 은환, 짱가를 안고 벌떡 일어선다.
은환 나쁜 놈.....
4. #고수부지 일각
죽을 힘을 다해 빗속을 뛰어오고 있는 상두.
5. #일각
은환, 옷 안에 짱가를 집어 넣어 꼭 감싸안고 빗길을 걸어간다.
6. #고수부지 (은환 있던 곳)
상두, 숨이 턱에 닿아 뛰어와 은환을 찾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은환은 없다. 상두, 온 몸에 힘이 쫙 빠져 나가는듯한 허탈감을 느낀다.
상두 (허탈감에 기운 빠져 있다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는) 은환아!! 채은환!!...은환아 아!!
상두의 애절한 목소리가 가을 비가 쏟아지는 칠흑같은 강물위로 흩어진다. F.O.
7. #골목(새벽)
비는 그쳤지만, 젖어 있는 도로.
얼굴에 땀이 가득한 상두, 열심히 뛰며 신문을 돌리고 있다....힘빠지고 지친 기색 역력하다. 갑자기 들고 있던 신문을 홱 팽개친다....내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든 것들에 신경질이 난다.
상두, 떨어져 흩어진 신문들을 멍하니 보다가....이럴 때가 아니지...다시 주섬주섬 집 어 들고는 다시 이 앙물고 뛰며 신문을 돌린다.
8. #보리 병실복도
상두, 조심스럽게 와서 보리 병실안을 들여다 본다.
세라, 보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세라와 보리, 죽었던 딸과 엄마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정겨운 모습으로 서로 마주보며 웃음이 그칠 줄을 모른다.
쓸쓸하게 바라보는 상두.
9. #보리 병실
이때, 보리, 밥 먹다가 창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상두와 시선을 마주친다.
10. #병실 복도
상두, 보리와 시선을 마주치자 얼른 애교스런 표정 지으며 손으로 재밌는 얼굴 표정(배트맨이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떼면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을 만들어 보이 며 보리의 환심을 사려한다.
학생들 이미 등교를 끝낸 시간이다.
두 세명의 학생들, “어떡해? 지각이야!” 하며 사력을 다해 달려간다.
그들 뒤로 은환이 걸어오고 있다. 은환의 얼굴, 병색이 완연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추운 듯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얼굴엔 식은 땀이 가득하다.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은환, 한 발짝 두 발짝 힘겹게 발걸음 옮겨가는데....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은환, 걸음을 딱 멈춘다. 따라오던 운동화 발도 걸음을 딱 멈춘다.
은환, 다시 발걸음 떼서 가면 뒤따라오던 운동화 발도 걸음을 뗀다.
은환, 다시 걸음을 멈춘다. 운동화 발도 걸음을 멈춘다....운동화 발, 상두다.
은환 (돌아보지도 않고 딱 멈추고 서 있는데)
상두 (가슴 저리게 미안하지만...오바하는) 선생님두 지각하셨어요? 이상하게 오늘따라 저 두 지각이 하구 싶던데.
은환 (기침이 나오려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돌아보지 않는)
상두 (은환의 뒤통수만 보며) 우리는 참 통하는 게 많아요, 그쵸?
은환 (다시 걸음을 떼서 간다)
상두 (졸졸 따라온다)
은환 (걸음을 다시 멈춘다...)
상두 ...깜박 잠이 들어 버렸어.
은환 (기침이 나오려는 입을 가리며 그대로 앞을 보며 서 있는)
상두 깨나보니까...어떻게 오늘 아침일 수가 있냐?.....진짜 미안하다. 많이 기다렸어?
은환 (나오려는 기침을 삼키며, 얼굴 보여주지 않은 채....몹시 힘겹지만, 담담하게 말하 는) 옛날에 갑돌이랑 갑순이가 살았대.
상두 .....(흐응 웃고) 갑자기 웬 갑돌이 갑순이?
은환 (들은 체도 않고) 갑순이랑 갑돌이는 서로 사랑했지만, 두 사람은 늘 어긋나기만 했 대.
상두 ......
은환 갑돌이가 다가오면 갑순이가 튕기구, 갑순이가 다가가면 갑돌이가 온갖 유세를 다 떨며 튕겼대.
상두 (은환이 무슨 이야길 하려는지 안다) 난 갑돌이가 아니구, 상두야.
은환 그래서, 갑순이는 그래, 다 때려 치우자! 치사해서 못하겠다, 관두자, 관둬!....그러구 갑돌이랑 다신 상종도 안 했대.....끝! (기침이 나올거 같자, 그대로 걸음을 빨리 해 서 가 버린다....병색이 더욱 짙어진다.)
상두 (은환이 아픈 줄도 모르고....황당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때, 두 사람을 지켜보는 어떤 시선....교장이다.
14. #교정 잔디밭(오르막 끝에 있는)
점심시간이다.
상두, 교장과 나란히 앉아서 햄버그 먹으며 슬리퍼에 구슬을 달고 있다. 상두, 힘이 쭉 빠져 있다.
교장 (상두를 흘끗 보고) 딸이 있나?
상두 (잠깐 멈칫하다가) ....네.
교장 현미라는 애가 딸이래?
상두 네?
교장 어제 그 아가씨가 말한 현미가....딸이래?
상두 (작게 한숨 내뱉고 구슬 꿰며) 현미가 아니구, 보리요.
교장 맞어. 뭔가 곡식 이름인 거 같긴 했는데, 보리구만.....영어로 이름을 쓰면 보리찬가, 그럼?
상두 ....(계속 구슬꿰며, 시큰둥) 남의 딸 이름 갖구 놀리지 마세요....국어사전 한달동안 뒤져가며 지은 거예요, 그래두.
교장 몇살인데?
상두 ...일곱 살요.
교장 스무살에 애 아비가 됐어, 그럼? 일찍부터 까졌었구만.
상두 .......
교장 그래두 착하네. 그런 상황이 되면 도망가는 놈들이 99프론데, 책임도 질 줄 알구! 착하네?
상두 (시큰둥) 착할게 없어 그런 게 착해요?....저, 안 착해요.
교장 (피식 웃고) 애 엄마는?
상두 걔, 엄마 없어요....제가 우유도 먹이구, 기저귀도 갈구, 목욕도 시키구, 돌 잔치두 하 구, 말두 가르치구....우리 보리 제가 다 키웠어요.
교장 (빙긋히 웃으며) 낳은 사람은 있을 거 아니래?
상두 낳기두 제가 낳았어요!
교장 (어이없다는 듯 웃는)
상두 (다시 일을 하는) 제가 배 불러서 제가 낳았어요, 우리 보리.
교장 (빙긋히 웃다가 다시 일하며) 채 은환 선생하구는 처음부터 아는 사이래?
상두 (흠칫 보는)
교장 (일을 하며) 수위로 들어오구, 다시 학생으로 들어온 것두 채 선생 때문이래?
상두 (당황해서 바늘에 손을 찔리고 만다.)
이때, 아랫 길로 혼절한 은환을 들춰업은 창호, 뛰어가고, 그 뒤를 지환이 따라 뛰 어간다.
지환 예, 매형! 지금 우리 선생님이 누나 업구 가구 계세요...
교장 (구슬을 달다가 문득 시선을 든다) 저거...채은환 선생 아니래?...박 선생!
창호, 걸음을 멈추고, 소리나는 쪽을 본다. 지환도 교장과 상두가 있는 쪽을 보고.
상두 (그제야 고개 들어 보다가 놀라는)
교장 무슨 일이래요? 채 선생 왜 그래?
창호 예, 심한 감기 몸살 같은데....식은 땀을 흘리면서 교무실에서 쓰러졌습니다.
상두 (눈빛이 무섭게 흔들리는)
지환 (서늘한 표정으로 상두를 보고)
교장 안색이 안 좋더니 기어이 쓰러졌구만...병원으로 가요, 그래서?
창호 예.
상두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것 같다)
교장 가 보시래요, 그럼....어서 빨리 가봐요.
창호, 지환과 함께 교장에게 인사하고, 뛰기 시작한다.
상두의 시선에 병색이 완연해서 혼절해 있는 은환이 따갑게 들어오다...서서히 멀어 진다.
교장 (걱정이 돼서) 어제 저녁에 우산도 없이 집 앞에 나갔다가 비를 많이 맞은 모양이 래요....요즘 독감이 무섭다구 그러던데....가뜩이나 몸두 약한 사람이 큰일은 없어야 될텐데...
상두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15. #은환반 교실
상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수창과 택구, 성길들 학생들, 교탁 앞에 나가 장기 자랑을 하며 반 아이들을 웃기고 있지만, 상두는 넋 나간 사람같다.
희서도 안 좋은 일이 있는 듯 눈물이 그렁한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다.
이때, 교실문 열리고, 순애, 들어온다.
수창등 학생들, 우르르 자리로 와서 앉고.
반장, 차렷! 경례!하고.
순애 채 은환 선생님이 병원에 가셔서 내가 대신 종례에 들어왔어....특별한 전달 사항은 없구, 급식 의견서 쓴 거 반장한테 제출하구...
진진 (손을 들며) 저희 선생님 어느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순애 **병원이라 그러는 거 같던데?
수창 우리 싸부님이 의사로 계시는 병원이네, 그럼?
상두 (표정이 얼핏 굳고)
수창 그럼 병원비도 안 내구 좋겠다.
택구 무식한 놈아...그렇다구 병원비를 안 내냐?
성길 내냐, 그럼? 와이프나 마찬가진데.
수창 낼걸? 그래두 자기 병원이 아닌데...
삼총사, 만원빵하며 내기를 하고....진진과 미영, 수창등도 동참하며 분위기가 소란스 러워진다.
순애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조용히 해! 다들 제자리에 앉어!!
아이들, “잠깐만요!”하며 들은 체도 않고, 편을 갈라서 논쟁을 벌인다.
순애 (버럭) 조용히 못해!! 여기가 돛대기 시장인 줄 알어?!!..(빽 소리 지르는) 선생이 물 로 보여!!
아이들, 순애의 고함소리에 흠칫하며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순애 나하구 한번 해보자는 거야, 지금!! (식식거리며 화를 가라앉히지 못해 어쩔 줄 몰 라하다가 문득 상두의 존재의 의식한다)
상두 (멍하니 허탈감에 빠져 있다)
순애 (얼른 다시 교양 있는 표정 지으며) 음...그러니까...논쟁하고 있는 요지가 뭐지? 니 네 담임 선생님께서 남자 친구 병원에 가면 병원비를 내나 안 내나 그게 궁금한거 니, 니들?
상두 (순애에게 인사하고 그대로 가방 들고 밖으로 나간다)
순애 차...상두야!
16. #학교 뒷길
상두, 복잡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교장(E) 어제 저녁에 우산도 없이 집 앞에 나갔다가 비를 많이 맞은 모양이래요.
상두, 걸음을 재촉해서 간다.
17. #은환병실
링거를 꽂고 누운 은환, 잠꼬대처럼 “짱가야...짱가야....”부른다.
민석과 심란, 은환의 곁을 지키고 있다.
심란 그 놈에 짱가, 짱가....날을 잡아갖구 기어이 그 놈을 잡아 먹어 버리구 말거야, 내 가....개 새끼 걱정말구, 니 걱정이나 해, 이 년아.
민석 은환이한텐 짱가가 참 각별할 거 같애요.
심란 각별한 정도가 아니라, 어떨땐 밥두 한 상에서 같이 먹는다, 쟤?...옛날에 남해서 나 곗돈 떼 먹구 도망 올때두 지 책가방은 내 버리구 와두 짱가는 꼭 껴안구 왔잖아.
민석 (피식 웃으며) 강아지두 키우다 보면 식구처럼 정이 들잖아요.
심란 우리가 키우던 개두 아냐....우리 고향 동네 상둔가 상군가 하는 머시매가 키우 던 개 를 지 에미서부터 대를 이어 키웠잖어.. 강아지 나라가 있으면 대통령 감이야, 저 년은.
민석 (흠칫....상두라구?)
심란 저기, 나...화장실 좀 갔다 올테니까, 은환이 좀 지켜라.
민석 ....네.
심란 (문을 열고 나가며) 바쁘면 가 보구....(문 닫힌다)
민석 (은환을 씁쓸하게 본다....너한텐 모든 게 다 상두로 연결되어 있구나....근데, 니넨 안돼.....미안하지만, 안돼.)
잠시후, 은환, “짱가야!!” 부르며 번쩍 눈을 뜬다.
민석 정신이 들어?
은환 ....민석씨.
민석 어머니가 죽 끓여 오셨어. 죽 먹구, 약 먹자.
은환 ....잠깐만.....(핸드폰 꺼내서 집으로 전화를 해 본다)
민석 .....
은환 아줌마....은환인데요.....짱가 어떻게 됐나 싶어서요...아침에 나올 때 막 피똥두 싸구 되게 아팠었는데...(놀라며) 폐렴이요?....지금 어느 병원에 있는데요?...네, 아줌마.
은환, 다시 안색이 창백해져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극심한 현기증 느낀다.
민석, 은환을 잡으며.
민석 누워 있어, 너 지금 절대루 안정해야 돼.
은환 ...잠깐만 민석씨....나 잠깐만 갔다 오께. (이 앙물고 힘겨움 참으며 나가려는데)
민석 (결국, 버럭) 짱가는 그냥 개야! 차상두가 아냐!!
은환 (흠칫 놀라며 돌아본다)
민석 차상두가 아니라구......가지마! 나한텐 그 따위 강아지보다 니가 중요해!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짱가, 나 때문에 그래....내가 비오는데 데꾸 나가서...나 때 문에 폐렴에 걸리구 아파, 지금.
민석 (답답한) 은환아.
은환 (민석을 보다가 문 열고 나가버린다)
18. #병원 로비
은환, 힘겹게 걸어온다.
19. #병원 현관앞
은환, 택시를 기다리고 섰는데, 택시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극심한 현기증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주저앉는 은환.
민석, 뛰어와서 서며.
민석 이 몸으루 어딜 가?...죽구 싶어, 너?...(은환을 부축해 일으키며) 들어가자!
은환 (민석의 손을 뿌리치며) 나 줌 그냥 놔둬, 민석씨....제발.
민석 ....차라리 다른 놈 찾아!
은환 (당황한 표정으로 보는)
민석 차상두만 아니라면 어떤 놈이든지 너 보내주께. 대한 민국에 남자 많잖아.
은환 민석씨!
민석 차상둔 안돼! 그 자식은 절대루 안돼!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는)
민석 내가 싫으면 다른 놈 찾아! 차 상두 말구 다른 놈.
은환 .....
민석 ....그럼, 얼마든지 보내주께....보내 줄 수 있어.
은환 .......(얼굴을 감싸고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카메라, 두 사람을 스쳐 PAN하면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서 있는 상두.
상두 (저 자식이 정말...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다....한 순간 싸늘해지는 표정)
그렇게 주저앉아 있고, 서 있는 세 사람의 모습, 한 화면에 잡힌다.
20. #보리 병실 복도
심란, 살그머니 보리 병실쪽으로 와서 보리 병실안을 들여다 본다.
보리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심란, 얘가 어딜 갔나 갸웃하는데.
이때, 세라, 보리와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오다가 잠깐 걸음 멈추고 보리 보며.
세라 나중에 아빠한테 “아빠! 엄마랑 결혼해서 우리 세 식구 오손도손 잘 살아요” 꼭 그 렇게 말해, 알았지?
보리 (고개 끄덕이며) 응.
세라 (문득 심란을 발견하고 눈가에 경련이 인다)
보리 어? 족발 아줌마다!....족발 아줌마!!
심란 (그 소리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 돌려보다가 세라를 보고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세라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네, 아줌마?....아줌마가 안 오면 내가 청구서 들고 찾아 갈라 그랬는데....
심란 (한 마디 퍼부으려다 이를 앙물고 참으며) 애도 있는데, 우리 어른들이 자꾸 나쁜 모습 보여주구 그럼 쓰겠냐? 애 교육에도 안 좋으니까, 건드리지 말구 잠깐 서루 참자, 응?....(보리 보고 자상하게 웃어주며) 보리, 그동안 어디 아팠어? 안 본새 안 색이 많이 안 좋아졌네?
세라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 뀌며) 아이구, 자상도 하셔라....언제부터 애 교육에 그렇 게 관심이 많으셨어요?
심란 (밉게 흘겨보며, 이 앙물고) 건드리지 말자구 그랬다?
세라 남의 자식은 그렇게 끔찍히 생각하시는 분이 자기 자식은 왜 그렇게 팽개치셨을까?
심란 (참다 못해) 팽개치다니! 너 내가 우리 은환이 지환이 어떻게 키웠는지 봤어? 걔들,
엇다 내 놔두 누구한테 갖다대두 안 부끄럽게, 안 꿀리게 키웠어, 이거 왜 이래!.... 너 같은 년 보다 백배 천배는 잘나구 훌륭한 애들이야, 알어?!!
세라 (원망스런 표정으로 보다가...눈물이 울컥 난다) ....
심란 (세라 눈에 맺힌 눈물을 보고 당황하는) 야!
세라 (얼른 눈물 훔치며 이 앙물고) 아, 그러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럽네요, 아 주머니.
심란 너 왜 울어? 나, 너 안 때렸다?....또 무슨 어거질 쓰려구 이래, 얘가?
보리 (잔뜩 걱정스런 표정 되어) 엄마...울지 마...울지 마, 엄마!
심란 (엄마?)
세라 (돌아서서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는)
보리 (자기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아....울지 마...울지 마아.
심란 엄마라니? 이 언니, 니네 옆집 언니 아냐?
보리 (엄마를 울린 심란이 미워서 흘겨보며) 아니예요, 우리 엄마예요. 아줌마 나빠요!!
심란 (잠깐 혼란스럽고)
세라 (심란 보지 않고) 들어가자, 보리야...감기 들겠다....(보리 손을 끌고 병실안으로 들 어가다가 심란을 보고 의미 심장하게 던지는) 같이 죽자더니...살아 계시네요....말짱 하게 잘 살아 계셨네요...(피익 쓰게 웃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심란 (어안이 벙벙한 표정)
21. #병원 휴게실
심란, 멍한 표정으로 휴게실로 와 앉는다....문득 세라가 했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세라(E) 같이 죽자더니...살아 계시네요....말짱하게 잘 살아계셨네요...
심란, 문득 드는 생각에 벌떡 일어난다. 가슴에 통증이 일며 마음 한켠에 면도칼처 럼 품고 살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심란(E) 엄마랑 같이 죽으까? 그럼?
22. #양옥집앞(회상)
그닥 크지 않은 평범한 양옥집.
심란(30대의), 팔란(7)의 손을 끌고 양옥집 앞에 서 있다. 한켠에 짐 가방이 있고.
팔란 (눈물이 그렁해서 잔뜩 두려운 표정으로) 엄마아...
심란 그렇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음....그래, 엄마랑 죽자, 그럼....(팔란의 손을 끌며) 물에 빠져 죽든 약을 먹고 죽든....우리 같이 죽자...가자...(하며 팔란의 손을 끄는데)
팔란 싫어...죽기 싫어...죽기 싫어.
심란 죽기 싫음....여기 니 아빠 집에서 살어....아버지한테 가면 아빠! 제가 아빠 딸 공 팔 란입니다. 아빤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엄마 공심란이가 제가 아빠 딸이라고 얘기했 습니다....그렇게 말하구...(목이 메이지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엄마 말 알아 들었지?
팔란 (훌쩍이며 고개 끄덕인다)
심란 (팔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래, 착하다....우리 팔란이 엄마 말두 잘 듣구 참 착 하다.
심란, 다급하게 보리 병실쪽으로 와서 병실안을 본다.
보리만 혼자 놀고 있고, 세라는 없다.
그래, 니가 내 손녀구나....젖은 눈으로 애틋하게 보리를 보는.
25. #병원 정원(노을녘)
세라,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등으로 닦고 있다.
심란, 와서 서며 그런 세라를 맘 아프게 보다가 세라 곁으로 다가와선 세라 옆에 턱 앉는다.
세라 (당황하며 노려보다가 눈물을 닦고)
심란 (울컥하는 마음 누르며) 너, 눈 찢었지?
세라 (어이없다는 듯 노려보는)
심란 코두 세웠지?
세라 ....아줌마!
심란 (눈물이 기어이 목까지 차 오른다) 턱두 깎았냐?
세라 (기분 나쁘다는 듯 벌떡 일어난다)
심란 (갑자기 세라를 때리며 울부짖는) 그러니까, 내가 몰라봤잖아, 이 년아!! 이렇게 몰라보게 이뻐졌는데....이렇게 이쁘게 컸는데....내가 어떻게 널 알아봐, 이 년아!! 어 떻게 알아봐, 내가아아...
세라 (울컥 눈물이 나지만, 싸늘하게) 왜 이래, 아줌마!!
심란 (목이 메인다) 팔란아...
세라 전 팔란이가 아니구 윤세란데요....그리구, 우리 엄만 죽었는데요, 아줌마!
심란 죽을려구 했었어...너, 니 아버지 집에 맡겨놓구 바다에 빠져 죽을려구 기차를 탔 는데...은환이라구 꼭 너만한 기집앨 만났어....어린 게 엄마두 없이 불쌍해서 손을 한번 잡아줬는데....이 년이 끝까지 내 손을 안 놔 주더라구....그래서, 살았어.....단 하루도 맘 편하겐 못 살아봤지만....그래두 모진 목숨, 이렇게 살았어.
세라 (갑자기 악 비명을 지른다)
심란 .....너 하나라두 잘 살라구 그랬어...니 애비가 이사 가 버린 거 몰랐어....너두 자식 낳아 길러 봤으면 에미 심정 알 거 아냐?
세라 몰라! 몰라! 그런 거 몰라, 난!! (휙 돌아서 가 버린다)
심란 .....팔란아. 팔란아.....(흐느껴 운다)
26. #중국집 홀 한켠
씁쓸한 표정의 상두, 한켠에 무 가득 쌓아 놓고 열심히 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만도(E 배달 다녀왔습니다, 언니.
상두,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 들어 보면, 만도, 철가방을 들고 서 있다.
만도 (상두에게 웃으며 아는 체 하고 주방쪽에 대고) 언니! 목련 아파트 103동 103호 탕수육 하나, 짜장 둘, 짬뽕 둘! (상두 옆으로 와서 무 껍질 벗기는 것을 돕는다)
상두 (어이가 없다는 듯 보다가) 어떻게 왔어, 여긴?
만도 니가 이런 죽을 고생을 하는데, 내가 잠이 오냐?....그래, 같이 미친 놈 한번 돼 보 자, 어떻게 되는지...언젠 우리가 제 정신 갖구 살았냐?
상두 곧 죽겠다, 삼촌?...벌써 철이 들어서.
만도 (무우를 베어 물며) 보리 그 기집애 진짜 치사하지 않냐?....니가 절 어떻게 키웠는 데, 지 엄마 나타났다구 엄마한테만 딱 들러붙어갖구 그렇게 안면을 바꿔버리냐?
상두 (무우 껍질만 벗긴다)
만도 속두 좋다...그런 무시 당하구, 무 껍질이나 벗기구 앉아 있고 싶냐, 넌?
상두 보리 죽일거야, 그럼?
만도 지 외할머니가 그렇게 부자래잖냐? 거기 가서 뜯어내.
상두 외할머닌 누가 외할머니야?....보린 내 딸이야! 누구 도움도 안 받아!!
만도 그래, 잘났다, 임마....보리랑 관계 회복 안 할거야, 근데?
상두 .......
만도 내 생각엔....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사기는 사기로 풀어야 된다구 본다.
상두 (보는)
27. #보리 병실
보리, 인형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이때, 상두, 만도와 함께 들어선다.
만도 보리야, 아빠 왔네.
보리 (상두 보고는 흥!하며 고개 돌려 버리는데)
상두 (갑자기 으윽! 하며 배를 움켜쥐고 보리 침대로 기어 오르며 쓰러져 버린다.)
만도 (상두를 흔들며) 상두야! 상두야아! 왜 그래?!...정신차려! 왜 그래!!
보리 (그제서야 고개 돌려보는)
병실에 있던 희진과 친구도 놀라서 본다.
상두 (숨이 넘어갈듯한 표정 지으며) 보리야....보리야...아빨 용서해라....아빠를...용서해줘.
보리 (놀라서 보는)
만도 (울먹이는 시늉하며) 안돼, 상두야...이대루 가면 안돼.....보리랑 나는 어떻게 살라 구, 자식아....상두야아...
보리 (눈물이 그렁해지는)
상두 (숨이 막힌 듯 괴로운 표정 짓다가 꼴까닥하고 죽는 시늉하는)
보리 (놀라서...얼어붙은)
만도 상두야! 상두야!!....상두야아.....안돼, 죽으면 안돼!...눈 좀 떠봐, 눈 좀 떠 봐, 상두 야, 임마!!
보리 (그대로 말도 못하고 놀란 표정....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상두 (죽은 듯 꼼짝도 않고 있고)
만도 보리야! 니 아빠 죽었나 부다! 니가 아빠 밉다 그러구, 용서를 안해줘서 니 아빠 속 이 상해서 죽었나 부다...
보리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아빠...(상두를 흔들며) 아빠아....아빠아....(만도 보며) 할아버 지! 아빠 살려주세요!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만도 너 아빠 되게 미워했잖아...잘 죽었지 뭐.
보리 아니예요, 안 미워해요.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만도 니 아빠를 살릴래면 딱 한가지 방법이 있긴 있는데...(타령조로) 있긴 있는데에....
보리 (훌쩍이고 울며) 그게 뭔데요?
만도 그게 뭐냐며느은....보리 니가 아빠! 내가 용서해줄테니까 어서 살아나세요, 그러구 아빠한테다 뽀뽀를 쪽 해주면 돼.
희진 (옆에서 자기도 눈물이 그렁해 보고 있다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요?
만도 그렇지, 희진이 똑똑하네.
보리 (덥석 못 나서고 훌쩍이며 상두를 본다)
희진 보리야. 어서 니네 아빠 용서해줘!
보리 .....아빠! 내가 용서해줄테니까 어서 살아 나세요...(하고 상두의 뺨에 쪽 뽀뽀를 한 다)
상두 (잠시후 눈을 번쩍 뜨고 보리를 향해 웃는다.) 차 보리!
보리 아빠....
희진이와 병동 친구들, 같이 좋아서 박수를 친다. 만도도 박수 치고.
상두, 보리를 꼭 껴안는다.
보리 내가 잘못했어, 아빠...죽지마...절대루 죽지 마, 인제.
상두 알았어, 안 죽으께....우리 보릴 두구 아빠가 왜 죽냐? (보리에게 뽀뽀 해주고 다시 껴안는다.) 걱정마. 죽어두 안 죽으께....죽어두 안 죽구, 우리 보리랑 천년 만년 행 복하게 살거야, 아빤.
28. #은환 병실
환자복 차림의 은환, 창밖을 보며 서 있다가 답답한 듯 옷을 벗고 나가려고 단추를 푸는데, 문득 민석의 말이 떠오른다.
민석(E) 아무데두 나가지 말구, 아무 생각두 하지 말구 오늘 하루만 여기서 쉬어.
은환, 두 번째 단추를 풀려는데 다시 떠오르는 민석의 말.
민석(E) 강요가 아니구, 부탁이야....나두 방해 안하께.
은환, 풀었던 단추를 다시 잠근다.
이때, 핸드폰 울린다.
은환,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받는다.
은환 응, 지환아....괜찮아, 많이 좋아졌어.....(흠칫하다가) 아픈 누나한테 그런 장난이 치구 싶니, 넌?...나가면 너 죽었....(하다가) 너 지금 나한테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버럭) 짱가가 죽었단 말을 나한테 믿으라는 거야, 지금!!....(눈물이 그렁해져) 짱가 가 왜 죽어!! 아침까지만 해두 나한테 눈 맞추구 꼬리치구 그랬어!!....짱가가 왜 죽 어.....
29. #병원 로비
상두, 자장가 불러 주며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 보리, 상두와 다시 친밀해져서 상두 등에 딱 달라 붙어 미소 짓고 있다.
이때, 상두 뒤로 환자복을 그대로 입은 채 나타나는 은환....상두를 몰라보고 상두를 스쳐서 달려 나간다. 충격으로 정신이 반쯤은 나간 사람같다.
상두도 은환을 몰라보고, 보리는 은환을 알아보고, 긴가민가 고개 갸웃한다.
30. #동물 병원
환자복 차림의 은환, 들어선다. 지환,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다.
은환의 시선에 테이블 위에 흰천에 덮여진 물체가 들어온다.
지환 누나아....
은환, 흰 천을 걷어내 본다. 짱가다...짱가,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 인다.
은환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담담하게) 짱가야...누나 왔어..
은환, 담담한 표정으로 짱가를 들어 품안에 안는다.
31. #보리 병실
은은한 조명등만 켜진 병실....아이들 모두 잠들어 있다.
상두, 간이 침대에 걸터 앉아 보리를 다독이며 재우고 있다....보리, 잠이 들었다.
이때, 상두의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상두, 핸드폰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다. “채은환”이라고 떠 있다.
상두의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예스!
상두,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32. #골목
수은등 아래 좁은 골목길....은환, 담벼락에 기대 주저 앉아 있다.
핸드폰을 귀에 댄 채...아무 말 없이.....참았던 눈물이 흐른다....혹시 소리라도 새어 나올까봐 이를 앙물고 참는다.
33. # 병원 정원 벤치
수은등이 따뜻하게 밝혀진 정원.
상두,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벤치로 와 눕는다.....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34. #골목
은환, 그 자세로 핸드폰만 귀에 대고 있다...울음이 새어 나오려 하자 손바닥으로 입 을 가린다.
35. # 병원 정원 벤치
핸드폰을 귀에 댄 상두, 벌떡 일어나 앉는다....얼굴 가득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웃음 을 참지 못해 손바닥으로 입을 때리고 뺨을 꼬집는다. 그래도 좋아서 죽겠다.
36. #골목
은환, 쏟아지는 울음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가....울음이 계속 새어 나오자 핸드폰 을 닫아 버린다.
37. # 병원 정원 벤치
상두, 헤죽거리며 웃고 있는데, 저 편에서 뚜뚜...하며 전화 끊기는 소리가 난다.
기집애 내숭은...상두, 마냥 좋아서 핸드폰에 쪽 입맞추고, 혼자서 어깨 춤도 추고, 골 세러머니 모션도 취해 본다.
달 밤에 체조하는 것도 아니고....모르는 사람이 보면 꼭 미친 놈 같다.
은환(E) 짱가가 죽었어, 상두야.
38. #골목
은환, 핸드폰을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슬프게 중얼거린다.
은환 ....나 때문에....내가 죽였어.....건강하게 잘 키워 갖구....너한테 자랑하구 싶었는데.... 우리 짱가가 얼마나 이쁜지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울음이 다시 복받친다)
나한텐 짱가가 너 였어, 상두야...미안해. 미안해...
가로등 불빛이 처량하고 쓸쓸하다....F.O.
39. #민석 병원 외경(아침)
40. #은환 병실
텅 비어 있는 은환 병실. 노크소리 들린다.
민석, 문 열고 들어왔다가 은환이 없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41. #화장실
민석, 심난한 표정으로 변기앞으로 와 선다. 이때, 민석 옆 변기로 와 서는 상두.
민석,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있는데.
상두 샘!
민석 (고개 돌리다 상두를 보고 표정이 더욱 굳는)
상두 (씨익 웃으며) 식사 하셨어요?
민석 (몹시 못마땅하다)
42. #구내 식당
상두와 민석, 갈비탕 놓고 앉아 있다. 상두, 살 붙은 갈비 하나를 민석의 그릇에다 옮겨주며.
상두 어우, 왕건이다....드세요, 샘.
민석 도루 갖구 가, 안 먹어.
상두 드세요....큰 맘 먹구 선심 쓰는 건데....
민석 (버럭) 안 먹는다잖아!!
상두 정말 성질 지랄같네....(도로 가져 와 뜯어 먹으며) 옛날에 우리 삼촌하구는 이거 한 대 갖구 살인 사건 날 뻔 했는데....
민석 (못마땅하게 노려보다가 모래알 씹듯 밥을 먹는...숟가락으로 밥을 뜨는데)
상두 (숟가락위에 얼른 반찬을 하나 올려놔 준다)
민석 (노려보며) 갖구 가.
상두 드세요.
민석 (이를 앙물고) 갖구 가.
상두 아, 짜식 진짜....좀 처 먹어라! 못 먹을 거 주냐, 내가?
민석 (숟가락 탁 엎어버리고 벌떡 일어선다)
상두 알았어...안 건드리께...조용히 먹으께....농부 아저씨 피땀을 생각해서라두 밥은 다 먹 어야지.
민석 (하는 수 없이 다시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다)
상두 ......밥만 먹냐? 반찬두 먹지.
민석 (이 자식이 정말...눈을 부라려 보이는)
상두 (깨갱하며 자기 밥만 떠 먹는데)
민석 (우걱우걱 반찬만 먹는다.)
상두 ...반찬만 먹으랬다구 반찬만 먹냐? ...(흐흐 웃으며) 너 진짜 단순하다?
민석 (벌떡 일어서며) 너 다 먹어! 내 꺼까지 니가 다 먹어!! (그대로 나가 버린다)
상두 (진심이다) 이게 아닌데....잘 해 줄라구 데꾸 왔는데....아, 왜 이러지, 난?
43. #은환집 마당
은환, 짱가가 있던 개 집앞에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 있다. 짱가가 먹던 개밥 그릇을 손으로 툭툭 친다. 짱가가 먹던 뼈다귀가 개 밥그릇 안에서 달그락 소리를 낸다.
심란 역시 한쪽 의자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고 있지만,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사람 마냥 멍하다.
누룽지를 입에 문 지환, “예, 개교 기념일이라 학교 안가요, 매형!” 핸드폰 하며 나온다. 은환과 심란을 심난한 표정으로 번갈아 보는.
지환 우리집 여자들 지금 완전히 맛이 가가지구요....이 집 가장이 밥을 먹는지 누룽지 를 긁어 먹는지 신경도 안 써요.
은환 .....
심란 .....
지환 예, 누나 어제 새벽에 들어왔던데요?
은환 (멍하니 앉아 있는 위로)
지환(E) (아무렇지도 않게) 참, 매형! 우리 짱가 어젯 밤에 죽었어요.
44. #휴게실 (창이 있고, 자판기 있는)
핸드폰하고 있던 민석, 당황하고 놀랐다.
민석 뭐?....짱가가...죽었다구?
이때, 민석 얼굴 옆으로 닿을 듯이 들어오는 얼굴....상두다.
상두 말두 안돼. 짱가는 안 죽어. 로보트가 어떻게 죽냐?
민석 (당혹스런 표정, 핸드폰 얼른 닫는)
상두 (노래를 부르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짱가 엄청난 기 운이....나는 세상에 모든 로보트 중에서 짱가가 제일 멋있어. 미사일 주먹 하나 없 으면서두 무식하게 싸워갖구 결국은 이기잖아.
민석 .....
상두 예전에 우리 집에 개를 한 마리 키웠는데, 걔 이름두 짱가라구 지었잖아, 그래서.
민석 (보다가 가려는데)
상두 (민석앞으로 초코파이와 우유를 내민다) 우리 보리 먹는 거 슬쩍 해 왔거든...드세 요, 식사도 제대루 못하셨는데.
민석 차 상두!
상두 ......
민석 나두 예전엔 사랑을 믿었어....사랑만 있음 모든 게 다 해결될 수 있다구 그렇게 생 각했던 적이 있어, 나두.
상두 아, 또 잘난 척 시작하시네....어우, 골이야...
민석 근데 이젠 사랑을 믿지 않아.....사랑만 갖군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너무도 많 거든.
상두 아, 이젠 치통, 관절통까지 온다.
민석 그래두 사랑을 믿는다면....사랑이 있다구 생각한다면....여기서 그만 둬.
상두 으윽...나 아무래두 암 걸린 거 같애.
민석 여기서 그쳐. 더 상처입구 다치기 전에 니가 그만 가....그게 사랑이야. (보다가 걸어 가는데)
상두 쥐약이라두 먹구 죽어버리자!
민석 (피식 웃으며 걸음을 멈춘다)
상두 그 생각을 사백 번쯤 했어.
민석 ......
상두 뛰어내려 죽을라구 한강 다리를 오백번두 넘게 갔어.
민석 ......
상두 근데, 그때마다 누가 내 팔을 잡구 발목을 잡더라?
민석 .....
상두 은환이랑 보리였어.
민석 ......(돌아서서 상두를 보는)
상두 나한텐 그게 사랑이야.
민석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두 (웃음 머금고) 날 구백 번도 넘게 살려줬는데....뭐 지금 와서 날 죽인다 그래두....기 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애, 난.
민석 ......
상두 상처입구 다치는거 무섭지 않어....(강하게 고개 저으며) 그런 거 두렵지 않어.
....미안하다.
45. #고수부지(낮)
상두, 한강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이때, 누군가 상두의 눈을 가린다. 상두, 손을 떼내고 돌아보면 은환이 환하게 웃으 며 서 있다.
은환 (환한 표정) 오래 기다렸어?
상두 아니....몸은 좀 괜찮아?
은환 (상두 옆으로 와서 앉는다) 그럼....깨끗이 나았지.
상두 (은환을 애틋하게 보다가....)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인지 동물인지 있다며?
은환 으응....담에...담에 만나게 해주께....강물 보니까 우리 고향 바다 생각난다, 그치?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은환 (상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상두 .....(흠칫)
은환 ....앞으론 절대루 안 삐지께.
상두 .....
은환 니가 날 암만 기다리게 해두 화 안 낼거야.
상두 ......
은환 니가 암만 뺀질대구 내 속을 긁어두 다 이해하께.
상두 ......
은환 삐지지 말자, 화내지 말자, 싸우지 말자.....인생이 얼마나 길다구...시간이 아깝잖아.
상두 ......내가 어떤 놈이어두 정말 실망 안할래?
은환 응?
상두 아냐....(벌떡 일어서며) 오늘은 니가 선생님이 아니니까 너무 좋다구.
은환 (환하게 웃는)
46. #고수부지길
즐겁게 이인용 자전거를 타는 상두와 은환.
47. #다른 길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상두와 은환.
은환, 서툴게 타다가 넘어지면 상두가 다가가 일으켜 주며 함께 넘어지고.
48. #보리 병실 복도
세라, 걸어와서 병실 안을 본다. 심란이 보리 옷과 장난감을 사들고 와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있다. 보리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좋아하는....다정한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
49. #고수부지
꼬맹이들 일곱명쯤과 닭싸움을 하는 상두.
은환, 열심히 상두를 응원하고.
50. #병원 정원
심란,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멀찍이서 그런 심란을 지켜보는 세라.
심란,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세라와 눈이 마주친다....세라를 향해 멋쩍고 미안하게 웃어 보이는 심란.
세라, 그런 심란을 외면하다가 다시 심란을 본다.
그때까지 계속 세라를 보고 있었던 심란과 다시 시선을 마주치는 세라.
세라, 서늘하고 굳은 표정이지만, 더 이상 심란을 외면하지 않는다.
심란, 그런 세라에게 고맙다는 듯 웃어준다.
51. #고수부지 농구코트 (노을녘)
은환과 상두, 일대일 농구하고 있다....상두의 일방적인 득점....은환, 기를 쓰고 이기 려 하나 쉽지가 않다. 은환, 식식거리고....장난 끼 가득한 상두, 봐준다는 듯 뒷짐을 지고 넣으라며 고개 짓한다.
은환, 에이...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다가 그래두 혹시...공을 들고 골대에 넣으려고 하는데, 상두, 잽싸게 달려와 은환을 잡으며 공을 나꿔 채려 한다.
그 바람에 은환, 바닥으로 넘어지고, 상두도 은환의 위로 넘어진다.
은환, 당황한 표정 지으며 일어나려하는데, 상두, 은환의 어깨를 잡는다.
상두 .....난 이기적인 놈이야.
은환 .....
상두 그래서, 나 밖에 몰라...내 감정밖에 생각 안해.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는)
상두 나 때문에 니가 상처입구 다쳐두....몰라! 난 이기적인 놈이니까.
은환 ....
상두 피하구 싶음 니가 피해......난....
은환 (눈을 감는다...눈물이 한방울 볼을 타고 흐른다.)
상두, 보다가 은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댄다. 상두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상두와 은환, 두 사람의 따뜻하고 애틋한 입맞춤.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려 앉고 있다. F.O.
52. # 은환집 외경 (깊은 밤)
53. # 은환방
시계,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은환, 침대에 앉아 슬리퍼에 구슬을 달고 있다(상두가 하던)...하품이 나오지만, 졸음 을 참아가며 바늘에도 자주 찔리고 서툰 솜씨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54. # 수산시장
동트기전 분주한 수산 시장의 모습....경매를 하는 사람들, 상인들의 모습으로 분주 하다. 그들 사이로 열심히 생선 궤짝을 나르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이마에 땀 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55. # 은환방
시계, 6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커튼 사이로 새벽의 여명이 새어 들어온다.
슬리퍼와 바늘을 양 손에 쥐고 졸고 있는 은환....바늘에 찔리듯이 위태롭다...결국, 이마에 바늘을 찔린 은환, 화들짝 깨어났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슬리퍼에 구슬을 단다.
56. # 골목길(새벽)
상두, 열심히 뛰어다니며 신문 배달을 하고, 있다.....코피가 흐른다.
상두, 잠깐 걸음 멈추고 신문지를 찢어 말아서 흐르는 코피를 막고, 다시 열심히 뛰 기 시작한다.
57. #은환 학교 외경 (낮)
은환(E) (졸린 목소리) 다음 시간에 65페이지 6번 문제부터 푼다. 점심 맛있게 먹어.
58. #수돗가
상두, 몹시 졸린 얼굴로 나와 세수를 한다.
희서(E) 내가 엄말 왜 이해해? 바람나서 자식 버리구 간 엄말 내가 왜 이해 해야 되는데?
상두, 어디서 나는 소린가 두리번거리다 밖을 본다.
희서, 수돗가밖 벤치에 앉아 울먹거리며 전화 받고 있다.
59. #수돗가 밖
상두, 손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희서쪽으로 걸어온다.
희서 (상두가 오는 줄 모르고 핸드폰 하는) 그래, 알어...아빠가 엄말 사람 취급 안하는 거 알어.
상두 (걸음 멈추고 듣는)
희서 그럼 제대로 된 남잘 만나지, 제빌 왜 만나!! 하구 많은 남자들 다 두구 하필이면 왜 제비야!!
상두 (졸음이 확 달아나며 뜨끔하는 표정)
60. #학교 다른 곳 (한적한 곳)
희서, 휴대용 티슈를 산만큼 쌓아놓고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있다.
상두, 아이스 바 두 개를 사와 하나를 뜯어 희서에게 준다.
희서 (울면서도 아이스바 받아서 열심히 먹는다)
상두 울고 먹던지, 먹구 울던지 하나만 해....체하겠다.
희서 오빤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상두 엉?
희서 오빤 우리 담탱이 좋아하잖아요...사람 헷갈리게 왜 저한테 잘해 주세요?
상두 뭐....너한테 쫌 찔리는 것도 있구.....니 엄마가 바람난 상대가 정말 제비래?
희서 네.
상두 정확한 거야? 제비가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희서 참새겠어요, 그럼?....제비 맞아요.
상두 (속이 울렁거린다. 아이스 바 껍질 벗겨 먹는)
희서 내가 크면 꼭 경찰이 돼 갖구 이 나라 제비란 제비는 싹 다 쓸어 넣어 버릴거예요.
상두 (먹던 아이스 바가 목에 걸린다)
희서 (다시 우와앙 울음 터뜨리며) 나 어떡해요, 오빠? 안 그래두 아빠 땜에 속상해 죽겠 는데....정말 엄마땜에 딱 죽구 싶어요오오.
상두 (양심의 가책이 되어 돌 것 같다) ....걱정 마, 희서야...오빠가 해결해 주께. 그깟 일 루 죽는다구 그냐?
희서 (무슨 소린가 보는)
상두 (벌떡 일어서며) 학교 마치구, 제비 몰러 나가보자, 그럼!
61. #병원 휴게실
민석, 휴게실로 들어서다가 심란과 세라를 발견하고 얼른 몸을 감추고 선다.
심란, 보리를 품안에 안고 있고, 세라, 심란을 노려 보고 서 있다.
세라 (짜증스럽게) 보리 이리 주세요...틈만 나면 와 갖구 남의 애한테 무슨 짓이예요, 이 게? 장사 안해요, 아줌마?
심란 (들은 체도 않고 보리에게) 보리야, 이제부터 족발 아줌마 그렇게 부르지 말구, 할 머니! 그렇게 불러!
보리 할머니?
세라 아줌마!!
심란 (들은 체도 않고) 그래, 할머니!....이제부터 우리 할머니랑 손주하자...할머니이..한번 불러봐.
보리 할머니.
심란 옳지, 잘한다!!
세라 이 아줌마가 정말...보리야, 이리 와. (하며 보리를 뺏으려 하고)
심란 내 손주 내가 보는데 니가 왜 그래, 이 년아...놔!!
민석, 심란과 세라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심난하게 바라본다....다 알아버렸구나....은 환이도 언젠가 알게 되겠구나...
민석, 결심하는 표정.
62. #금은방
민석, 반지를 고르고 있다.
민석 프로포즈 할거거든요...이쁜 걸로 좀 골라주세요.
63. #교실 복도
은환, 수업 교재들고 가다가 핸드폰 받고 있다.
은환 어, 민석씨....오늘 저녁에?....(잠깐 걸음을 멈춘다....그래, 잔인한 일이지만 이제 말할 때가 됐다)....그래, 만나, 민석씨....나두 민석씨한테 할 말 있어.
64. #건물 남자 화장실앞
사복 차림(성인옷)의 희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 화장실에서 세 련되게 차려입은 상두, 나온다.
희서 우와아.....멋있다, 오빠.
상두 (씨익 웃는)
희서 죽인다, 진짜...꼭 제비 같애요.
상두 (표정 싹 굳어지며) 근데, 내가 니 숙원 사업을 풀어주는 조건으루 너두 하나 약속 해줘야 할 게 있다.
희서 뭔데요?
상두 앞으루 오빠한테 관심 끊어.
희서 에?
상두 오빤 한 여자밖에 사랑할 수 없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거든....괜히 너만 다쳐.
희서 (삐죽이는) 오빠가 멋있는 걸 어떡해요?
상두 너 내 실체를 몰라서 그래...나 하나두 안 멋있어...언제 나 똥 눌 때 화장실에 같이 한번 들어가자.
희서 으이....(찌푸리는)
상두 지환이 좋잖아, 지환이....난 지금까지 내가 본 남자중에 지환이가 제일 멋있더라.
65. #무도장앞
희서(엄마에게 들킬까 모자쓰고), 상두와 함께 무도장앞으로 와서 선다.
상두,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내키지가 않는다.
희서, “오빠, 가요”하며 상두의 손을 끌고 들어간다.
66. #무도장안
플로어에선 남녀들 쌍쌍으로 부루스 추고 있다.
상두와 희서,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는다.
희서 (플로어를 유심히 살펴 보다가) 어, 저기 울 엄마 있다. **색 원피스요.
상두 (희서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플로어에 희서모와 왕제비, 부루스를 추고 있다.
상두 저기...머리 긴 잘 생긴 남자가 제비야?
희서 네.
상두 어우, 저 정도면 이 바닥에선 왕 킹가야...애지간해선 떼내기 힘들겠다.
희서 (걱정스러워) 어떡해요, 그럼?
상두 생각을 해봐야지, 지금부터.
희서모와 왕제비, 부루스를 다 추고, 테이블로 들어와 앉는다.
상두, 왕제비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희서, 가까운 곳에서 파이팅!하며 지켜보고 있다.
희서모 아우, 힘들어....나두 이젠 늙었나봐.
왕제비 자기가 왜 늙어? 자기 아직 이팔 청춘 열 여덟살 아니었어?
상두 (어으...느끼해...표정)
희서모 자긴 내가 그렇게 이뻐?
왕제비 그러엄...누가 나보구 심은하하구 자기하구 둘 중에 누굴 택할래 물어보면, 난 백번
을 물어봐두 자기라구 대답해!
희서모 자기야...(황홀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상두 (고개 갸웃하며 중얼거리는) 우리 삼촌이 가르친 앤가?
왕제비 (희서모의 손을 꼭 잡으며 시를 읊어주는)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
희서모 난 자기 눈동잘 보면 꼭 깊고 맑은 호수같애서 금방이라두 빨려 들거 같애.
왕제비 (느끼하게 웃으며) 그래애?....(눈꺼풀을 뒤집어 보이며) 그럼, 빠져 봐...빠져봐...
상두 (어우, 유치해...토할 거 같다....표정 정리하고 일어선다)
상두, 왕제비 옆으로 다가가 사정없이 어깨를 딱 치며.
상두 자기야!!
왕제비와, 희서모 흠칫하며 상두를 본다.
상두 (왕제비를 보고 활짝 웃으며) 우리 자기 맞네....그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해 자기야!
왕제비 (어안이 벙벙한) 너, 누구야?
상두 (왕제비를 애교스럽게 치며 왕제비 옆으로 와 앉으며) 아이, 자기는...그새 내 얼굴
도 잊어버렸어?
희서모 (새파래지고)
왕제비 (기가 막힌) 너 누구야, 임마!
상두 아우, 자기 이럴거야, 정말....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지, 누구야?
왕제비 (돌겠다) 너 미친 놈이지?
상두 어...자기한테 미쳐갖구 정신 없는 놈이지.
왕제비 야!!
상두 (왕제비의 머리를 만지며) 근데 자기 머릿결 왜 이렇게 많이 나빠졌어?...자기 머릿
결 보니까 예전에 자기 머리 땋아주며 놀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난다.
희서모 (새파래져서 벌떡 일어난다) 자기 그런 사람이었어?
왕제비 아냐, 자기야...오해야! 오해!! 이 자식 이거 미친 놈이야, 미친 놈!!
상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미친 놈이라니....자기 나 삐진다, 진짜!!
희서모 (핸드백 챙겨들며) 다신 나한테 연락두 하지마....(나가 버린다)
왕제비 (벌떡 일어서며) 자기야!!
상두 (희서를 향해 브이자 그려보이는)
희서 (상두를 향해 브이자 그려보이고)
왕제비 (휙 상두를 노려 보며) 너 뭐하는 놈이야!! 대체 누구야, 임마!!
상두 (테이블에 있는 대구포 뜯어 먹으며) 미친 놈인데요.
67. #무도장앞
상두, 겉옷 벗어 들고 더운지 부채질하며 벽에 기대 서 있다.
상두 (시계보며) 콜라 사러 공장까지 갔나, 얘는?
이때, 남자1(4회 등장했던 명순의 시동생), 친구 몇 명과 오다가 상두를 스쳐 가다 가 갸웃하며 상두 앞으로 온다.
남자1 지난번에 그 제비 새끼 아이가?
상두 (흠칫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남자1 반갑다, 제비....내는 또 우리 행수님 잡으로 왔다.
상두 사람 잘못 보셨어요.
남자1 잘못 보기는? 내가 양쪽 시력이 다 0.2 0.2다...(친구들한테 소개하는) 일마 이거 진 짜 제비 치고는 인간이 괘안은 아거든?
상두 저 인제 제비 아녜요! (휙 돌아서서 간다)
이때, 바로 뒤쪽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희서, 들고 있던 콜라캔이 달달 떨린다.
68. # 은환 마당
지환, 만화책 보며 앉아 있다가 핸드폰 받고 있다.
지환 뭔소리야, 그게?...윤 희서!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려....뭐? 차상두랑 제비뽑길 했다 구?...응? (흠칫) 뭐? 차상두가 뭐?
69. #은환방
은환, 외출복을 차려 입고 거울앞에 앉아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이름에 “차 상두” 라고 뜬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어, 상두야.....오늘 저녁에?.....오늘 저녁은 좀 그런데....약속이 있 어.....꼭 오늘 만나서 해야 될 얘기야?....그래, 그럼 늦게라두 만나....응, 그래.
이때, 지환,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선다.
지환 누..누나! 빅 뉴스! 빅 뉴스!!!
은환 (핸드폰 닫으며) 무슨 빅 뉴슨데?
지환 차...차상두! 그 자식 말이야!!
은환 지환아...상두, ‘그 자식’ 아냐.
지환 아, 글쎄 그 차 상두 그 자식이...
은환 그 자식 아니랬잖아!....상두 형, 몰라 너?
지환 뭐?
은환 상두 형! 너 어릴 때, 우리 남해 살 때, 니가 그렇게 따르고 좋아하던 상두 형!!
지환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은환 그렇게 아무 기억도 안 나? 니가 세상 누구보다두 제일 좋다구 했던 상두 형인데.... 그렇게 아무 기억이 안 나?
지환 (멍한)
70. #플래시백-3회
상두의 어깨에 무등을 탄 어린 지환, “난 세상에서 상두 형아가 제일 좋아” 말하던.
71. #은환방
지환,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멍해 있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져서) 상두형이랑 누나, 이렇게 십년만에 다시 만났어....너무너무 먼 길을 돌아서 힘들게 힘들게 다시 만났어, 지환아.
지환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툭 떨어져 버린다)
72. #보리 병실
환자복을 벗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보리, 상두(흰셔츠 차림)앞에 앉아 있다.
상두, 보리의 머리를 빗겨주고, 예쁜 핀을 찔러준다.
보리 어디 가는데, 아빠?
상두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 가.
보리 보리?
상두 보리는 18세 이하 미성년자중에서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구, 이 언니는 18세 이상 어른중에서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보리 (갸웃하는)
상두 그 언니 굉장히 이쁜 사람이거든....우리 보리도 안 꿀리게 이쁘게 로션 바르자. (보리의 얼굴에 로션을 발라준다)
이때, 세라,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상두, 보리에게 스타킹 신겨준다.
보리 (세라를 보고 아는 체 하려는데)
세라 (보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입만 벌려 말하며 모션하는 ‘아빠하구 엄마하구 결혼해서 보리랑 같이 오손도손 살자구 해’)
보리 (고개 끄덕이는)
상두 보리, 일어나 봐, 인제.
보리 아빠! 엄마랑 결혼해!
상두 응?
보리 엄마랑 결혼해서 보리랑 (오손도손이 생각 안난다, 갸웃하다가)...오솔도솔...행복하게 살아.
상두 (기가 막힌) 엉?
세라 (보리에게 잘한다고 오케이 싸인 보내고)
보리 (세라를 향해 웃어주고) 엄마랑 결혼해, 아빠! 응?!! 엄마랑 결혼해애...결혼해애.....
상두 (황당한 표정 짓다가 뒤를 휙 돌아본다)
세라 (잘한다고 사인 보내다가 흠칫하며 상두를 향해 애교스럽게 웃는)
상두 (죽일 듯이 노려보는)
73. #병원 로비
상두, 보리를 안고 걸어오고, 세라, 상두를 뒤쫓아온다.
세라 어디 가, 상두야! 아픈 애 데리구 어디 가?!!
상두 (휙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 따라 오지 마! 따라 오지 말랬다!!
세라 어딜 가냐구!! 보리야, 아빠가 어디 가자 그랬어?
보리 아빠가 세상에서 18세 이상 어른 중에서...(생각이 안 난다)
상두 (휙 보리를 데리고 간다)
세라 나두 가! 상두야!! (따라 오는)
74. #병원 현관
상두, 서 있는 택시 뒷문 열고 보리를 태운다.
세라, “나두 가!”하며 기어이 쫓아와 오르려는데.
상두 (택시문 닫고 막아서며) 나 한번만 봐줘라, 세라야.
세라 무슨 소리야?
상두 담 세상엔 니 종으루 태어나께.
세라 상두야!
상두 그래서, 니가 하라는 거, 니가 시키는 거 뭐든지 다 하께.
세라 .....(눈빛이 심하게 떨린다)
상두 이번 세상에선 이번 한번만 니가 나 줌 봐줘.
세라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이야, 그게?!!
상두 나 지금 그 여자한테 가!
세라 (충격 받는)
상두 가서 보리도 보여주구, 내 부끄러운 과거...그동안 거짓말 했던 거, 다 얘기 할거야.
세라 (눈물이 그렁해지는) 보리 엄만 나야...보리 엄만 나야, 상두야.
상두 그러니까, 한번만 봐 달랬잖아!!....니 앞에서 무릎이라두 꿇을까?
세라 (무너지듯 주저 앉으며 엉엉 소리내어 운다) 나쁜 놈...나쁜 노옴....
상두 약속하께....담 세상에선 꼭 니 종으로 태어나께.
세라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 있다)
상두 (착잡하게 보는)
75. #레스트랑
민석, 창밖을 보며 은환을 기다리고 있다. 은환,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다.
민석, 일어나서 은환의 의자를 빼주고, 은환, 의자에 앉는다.
민석, 자기 자리로 와 앉는다.
지배인, 주문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은환 좀 있다 주문하께요.
지배인, 인사하고 간다.
은환 (물 마시고).....민석씨한테 할 얘기가 있어.
민석 내가 먼저 얘기 하께. (양복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 꺼내 열어서 은환앞으로 놓아 준다...반짝이는 다이아 반지가 들어 있다.)
은환 (당황하는)
민석 결혼하자.
은환 .....(당황해서 민석을 보는)
민석 아무것도 준비할 거 없어. 그냥 몸만 와....예식장두 보구 왔어.
은환 (반지 케이스를 민석앞으로 다시 밀어놓는다)
민석 (당황하는)
은환 좀 더 일찍 얘길 할 걸 그랬네.....난 왜 민석씨한테 미안할 일만 이렇게 자꾸 하는 지 모르겠어.
민석 은환아.
은환 나.....민석씨한테 못 가겠어.
민석 (물컵을 쥔 손이 떨린다)
은환 벌...받으께....벌 받을 각오 하구 있어.
민석 (고개 젓는) 안돼, 안돼, 은환아.
은환 너무 미안하니까 미안하단 말두 못하겠다....내 주제에 어떻게.....과분한 사랑 받았어, 그동안.
민석 너 차상두에 대해 얼만큼 알어? 그 자식하구 관련된 거, 얼만큼 알어?!!
은환 (일어선다) 먼저 가께.
민석 (버럭) 내가 싫음 딴 놈 찾으랬잖아!!
은환 나 민석씨 싫지 않어....세상에 민석씨만한 남잔 다신 없을거야.
민석 근데, 근데 왜 내가 아니구 차상두야? 왜 내가 아니구 차상두야!!
은환 상둔....그냥...내 인생이야, 민석씨.
76. #택시안 (달리는)
상두, 보리를 안고 뒷좌석에 타고 있다. 보리, 잠들어 있다.
상두, 세라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트에 털석 몸을 기댄다.
77. #레스트랑앞
은환, 레스트랑을 나와 미안한 마음으로 잠깐 뒤를 돌아보다가 걸음을 재촉해서 간 다.
이때,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핸드폰음 들린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서 본다.
화면창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다.
“누나! 차 상두,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래.”
은환 (충격어린 표정)
78. #택시안
창밖을 보고 있던 상두, 약속 시간이 가까워 오자 보리를 깨운다.
상두 보리야....일어나...다 왔어. 일어 나.
이때, 보리의 코에서 쉴새없이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상두 (놀라서) 보리야!! 보리야!!
의식을 잃은 보리의 손이 힘없이 시트 밑으로 툭 떨어진다.
상두, 보리를 품에 꼭 껴안는다...하얀 셔츠가 빨간 피로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