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부자들의 생각(1부 산업화의 주역):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편집자 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67년 30세의 젊은 나이에 대우를 창업, 수출만으로 회사를 키워 ‘대우신화’를 만들어냈다. 1970년대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떠오른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을 늘 강조하며 젊은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1989년 젊은이들을 위해 펴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최단기 밀리언셀러’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가 세운 대우그룹은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된 수많은 기록을 만들며 한국 전체 수출의 10%를 담당해 왔다. 1990년대 들어 ‘세계 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전 세계 신흥시장을 개척하며 대우를 신흥국 기업 중 최대의 다국적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현재 베트남에 머물며 한국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교육(글로벌 YBM)과 취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15년 싱가포르 센토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World-OKTA(세계한인무역협회) 2015년 세계 한인경제인대회’에서의 특별강연록과 ‘김우중作 글로벌 경영전략 용어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해외 진출도 중요하지만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이 제일 중요해
월드 옥타 세계경제인대회의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성대한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를 드리며,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활동하시는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대우를 경영할 때에는 1년의 3분의 2 이상을 해외에 머물면서 일했습니다. 그러니 저 또한 재외(在外) 경제인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으며, 이 점에서 여러분과 깊은 동지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스물일곱에 처음 수주(受注)했던 곳이 바로 이곳 싱가포르였습니다. 그때 수출한 것이 한국 최초의 직수출이 되었습니다. 대우를 설립한 후에는 첫 지사를 싱가포르에 세웠는데 이게 한국 기업 최초의 해외지사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싱가포르는 기회의 땅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외 경제인 여러분은 일찍이 더 큰 세상에 눈을 돌리고 실행하셨던 분들입니다. 그 오랜 성과가 오늘의 여러분을 있게 했고 이처럼 성대한 모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이 자리는 바로 여기 계신 모든 분의 보람이자 자부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발걸음은 미래를 향하되, 눈은 과거를 본다고 합니다. 과거의 연장선에 미래가 있다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개척해 나갈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저나 여러분이 함께 추구했던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시장개척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고 매우 중요한 비결이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입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는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은 단연코 한국인이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에게 사람 그 자체가 경쟁력이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러니 미래에도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사람을 더 많이 키우고 이를 통해 발전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과 국가가 항상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또 이 모임 옥타가 지향하듯이 조국 대한민국은 반드시 선진국 대열에 굳건하게 합류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세대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와 호흡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세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역 흑자의 핵심은
탄탄한 제조업
국내 제조업 기반 약화되면 중산층 붕괴돼
첫째는 탄탄한 제조업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 일곱 번째 무역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세계 무역대국 가운데 흑자를 기록 중인 나라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독일 정도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습니다. 한국의 제조업 생산은 세계 5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GDP의 30%이상을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으니 탄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제조업을 경시하는 경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정부의 산업정책도 과거에 비해 약화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수출로 경제의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일입니다. 나아가 일자리 부족과 중산층 붕괴로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과거에 경제력이 강한 나라는 ‘강한 제조업’과 ‘국제수지 흑자’라는 기반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전통적 경제강국 중 상당수가 제조업 약화와 국제수지 적자를 겪고 있습니다. 반면에 신흥국 가운데 경제발전이 두드러진 나라들은 제조업 투자가 활발하며 수출이 급증하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은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가 왜 신흥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과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여기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사업을 할 때에도 이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조업이 강하고 수출에 적극적인 나라가 여러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지금 아시아가 그 대표적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제활동 인구의 20%가
해외로 진출해야
최근 한국인의 진취적 기상 떨어져
두 번째로 해외에서의 경제활동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해외에서 활약하는 경제인들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100년이 넘는 해외이주의 역사를 통해 현재 700만명이 넘는 분들이 해외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경제력과 대외활동 규모를 고려할 때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외교부 통계를 보면 해외 이주민의 숫자는 80년대 연간 3만명이 넘던 수준에서 2000년에는 1만5000명 수준으로,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1000명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목적의 이주는 2000년 2500건 수준에서, 2011년에는 100건도 되지 않을 만큼 축소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통계가 최근 한국인들에게서 진취적 기상이 떨어진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20%까지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국민들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진출해야 합니다. 국내와 해외가 힘을 합쳐 더욱 탄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제가 세계 경영을 추진하던 1990년대에 대우는 28만명의 임직원 가운데 18만명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이 중 백인계 고용인력만 10만명에 달했습니다. 일찍부터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한국기업을 위해 일하는 외국인 종업원 수가 내국인보다 더 많게 됐던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대우 출신 임직원들은 과거 인연을 맺은 국가에서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인적 기반을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합니다.
우리 중소기업들에는 지금 새로운 도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면 회사를 건실하게 키워낸 중견기업 가운데 상당한 자본을 축적한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 경험과 해외 사례들을 볼 때 저는 이런 건실한 기업들에게 반드시 기회가 주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축적된 자본으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한번 더 거친다면 이런 회사들은 세계적 수준으로 충분히 올라설 수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도 중소기업의 시대가열릴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이런 시대가 되면 모든 것을 하는 대기업과 전문 역량을 갖춘 중견기업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100억 달러 이상 수출하는 중견기업이 100개 이상 생겨나면 우리 경제는 더욱 안정적인 발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는
현지에 대한 관심·진심이
머릿속에 있어야 가능해
사람이 곧 資産이자 경쟁력
셋째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바르게 키워내는 것입니다. 옥타에서도 차세대 무역스쿨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도 애국심과 기업가 정신을 합쳐 우리 후대들을 키우는 데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 또한 글로벌 YB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 젊은이들이 진취적으로 신흥시장에 도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머무는 베트남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5년간 매년 수료생들이 100% 취업이 되고 또 직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내심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현재는 베트남과 미얀마,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 나라에서 각각 150명 정도씩 해서 약 500명을 매년 양성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젊은이들이 현지에 철저히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했습니다.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고 현지에 대한 관심이 진심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아야 비로소 비즈니스를 할 자격이 생깁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영어와 현지어(語) 교육을 충실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현지적응력을 전제로 경영과 회계, 마케팅 등을 실전 경험이 많은 선배들을 통해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우에서 저와 함께 해외를 누비던 동료들이 여기에 기꺼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젊은세대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분명한 未來 있어야 現在 열려
사람이 자산이고 경쟁력입니다. 우리 후대를 잘 키워내는 것이 곧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는 길입니다. 제가 만난 우리 젊은이들은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지닌 열정을 선배 세대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준다면 그들은 확신을 가지고 성취의 길을 내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은 머리가 좋고 부지런하며 승부욕도 강해서 세상 어느 누구와 견주어도 절대로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세계를 무대로 야심 차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로 제 나이가 80이 되었습니다. 1967년 대우를 창업하고 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오로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제가 수출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재외 경제인 여러분과 함께하는 만큼 저에게 뜻깊은 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분들 앞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릴 기회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팔십 평생을 동지와도 같은 여러분과의 만남으로 마무리한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남은 여생을 우리 젊은이들이 더 큰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게 돕는 데 바치려고 합니다. 이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생전에 보게 된다면 저에게는 더 없는 영광이자 보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같은 해외 사업가들이 저와 함께 노력해서 우리 유능한 젊은이들을 더 많이 해외로 진출시켰으면 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분명한 미래가 있어야 현재가 열리고, 미래의 비전을 새롭게 할 때 지금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집니다. 비전의 창조자로서 경영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경영자는 사업에 미쳐야 모든 것이 보이고 미래도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한창 커 나가는 기업에서는 경쟁력의 99%가 경영자에게 달렸다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미래를 향해 하루하루 부단히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더욱 큰 발전과 성공을 이어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