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나의 사랑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속편 거울 나라의 엘리스란 영화에서 붉은 여왕이 엘리스의 손목을 잡고 큰 나무를 빙빙 돌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느림보 같으니라구!
여기선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 그나마 제자리에 있을 수 있어.
우리가 아무리 달려도 주변 세계가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더 있는 힘껏 계속 달려야 해!“
이 대사를 되새기며 저는 지나온 삶을 한번 되돌아 보았습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삶.
숨 가쁘게 달리는데도 어쩐지 제자리인 느낌.
뛰는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순간 넘어질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 책 속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붉은 여왕의 마을에 갇힌 것 같습니다.
언젠가 화성행궁에 갔을 때 문화해설사 한 분이 낙남헌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눈을 감고 귀를 한껏 여세요! ”
문화해설은 안하고 왜 이런 걸 시키지?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귀를 여는 순간. 지금까지 들리지 않았던 아름다운 새소리가 내 귀 뿐 아니라 마음까지에도 들렸던 그 짜릿한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그 순간, 잠깐의 멈춤, 즉 쉼표가 필요합니다. 악보를 보면 8분 쉼표, 4분 쉼표 등 쉼표가 있지요. 몰아치는 연주 속에서도 쉼표는 우리에게 잠깐의 여유를 주면서 글의 행간처럼 악보를 쓴 이의 마음도 느끼게 해줍니다.
이번 8회 정기연주회의 테마는 “첫 사랑의 기억”으로의 추억여행이었습니다. 수많은 기억 중에 우리를 가장 미소 짓게 하는 건 젊은 날의 기억, 특히 첫 사랑의 기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의 첫사랑은 학교 선생님이었을 수 있고, 동네 누나였을 수도 있고, 영화배우였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기억력은 떨어져만 가고 그런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는 일상 속에서, 수십 년 전 청춘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또렷이 기억되는 건 신이 주신 선물과 같습니다. 연주회 곡 중 “This is The Moment" 처럼 지금 이 순간 그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내 인생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어가는 쉼표 같은 순간이, 우리가 힘들고 숨 가쁘게 준비했던 공연 속 시간들이었기를 바라는 맘입니다.
솔로...... “영원한 나의 사랑” 이라는 솔로 곡은 저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고, 공연당일까지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연주 전, 객석의 환호를 받으며 이 무대에 솔로로 서기까지 지난 세월이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소리는 안 나고 눈만 커지면서 얼굴은 달아올랐던 초보시절, 무작정 색소폰이 좋아 시작했던 그때부터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휙 하고 지나갔습니다.
드디어 순서가 왔을 때 터질 듯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객석에 앉아있는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영원한 나의 사랑”을 최선을 다해 연주했습니다. 연주 후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순간, 그 동안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중압감을 떨쳐내고 저는 하늘을 나는 듯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색소폰 연주는 제 인생의 쉼표 같은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쉴 수 있는 나만의 시간, 음악과 연주를 통해 나를 힐링할 수 있고, 어릴 적부터 꼭꼭 숨겨두었던 내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나만의 아름다운 친구입니다.
2년 전 수원에서 전주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찾았던 전북레가토색소폰앙상블은 저에게는 내 꿈의 기회의 장이기도 합니다.
변변치 않은 아마추어 색소폰주자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신 관객 여러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연주해주신 우리 단원여러분, 특히 열정적으로 아낌없이 저를 비롯한 우리 단원들을 지도해주신 지휘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연주회를 통해 또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전북레카토색소폰앙상블”~~~화이팅!!
첫댓글 멋지십니다.
연주도 좋았고, 폼도 좋네요.
연습하는 동안 늘 긍정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간간히 유쾌함으로 지쳐 있는 단원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돈희님!
감사합니다.
우리 레가토와 함께한 좋은 경험이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참여하는 모습 보여 주십시오.
아자자! 화이팅!
감사합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레가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멋있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들많으셨고요^^♥
사랑합니다.쥐자님...
연주후기 멋지게 잘 쓰시고...
주변에 이돈희사장님 연주감상평도 아주~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solo 는 글도 멋있게 잘 쓰시느만.
연주도 잘 하시고 인자 하산하셔도 되것씀,
굿 ~ 좋아요,
신프로님~
감사합니다.
@이돈희 무신,,
프로 까장?
듣기 좋은말 !!!
감사햐
좋은분들과 또하나의 좋은 추억 이었습니다.
고마워요~
정훈사장님두 버섯농장사업
대박치세여^^
영원한 나의 사랑은 많은 함축미가 포함되어 있었군요..멋진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고 멋지고 행복한 인생을 기대해 봅니다.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멋진 후기입니다.,. 같이 할 수 있는 단원들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레카토 앙상블은 타오는 희망의 햇불입니다...
소선생님~~ 저도 행복합니다.
타오르는 희망의 횃불속에서 같이 타올라 보자구요~~
3rd 파트 퐈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