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절벽이 진짜 위기다 ◈
여야가 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총선 공약에서
부총리급 인구부(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설치를 앞세우고 있으니
딱하기 짝이 없어요
아이디어가 빈곤할 때 내놓는 전가의 보도가 전담 조직 신설과
격상인 것은 알지만, 새로 정부 조직을 만들 때 피할 수 없는
마찰적 전력 손실이 얼마나 큰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될 한가한 발상이지요
신설 조직이 단시간에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고 관례였어요
이미 2005년에 설치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사실상 수장인 부위원장이 장관급이라 격으로 보면
그 이상 높을 수가 없지만 이 재앙을 막지 못했지요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연금 개혁과 의료 개혁이라고 하는
그야말로 불감당의 과제를 두 개나 안고 있어서 제 코가 석 자이지요
저출생 문제 담당 조직에 강력한, 독립된 재정권을 주자는 것도
예산, 세제 등 재정 기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현실적 발상이지요
한 나라가 한 해에 쓸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추정하고,
그중 얼마를 재정 지출과 세제 감면 등의 수단으로 정부가 쓰고
민간에게는 얼마를 남겨 줄까를 결정해야 하며,
어디에 얼마를 더 쓸 것인가는 어디에 얼마나 덜 쓸 것인가와 동시에
결정해야 하므로 재정의 기능은 나눌 수가 없어요
더구나 저출생 문제 해결에는 일자리, 주택, 교육, 보육,
나아가서는 생계비 안정 등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지요
정책 수단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당장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동원 가능한 자원을 영끌까지 해서 파악하고
내년 예산 편성 시 반영하게 해야 하지요
그러나 이 재원을 여러 부처의 수많은 사업으로 쪼개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기도 힘들어요
지금까지 이런식으로 퍼부은 예산이 연간 50조가 넘었지요
그럼에도 저출산 비율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차라리 강력한 힘을 발휘할수 있는 부를 신설 하려면
국무총리밑에 실질적인 부총리를 두고
그 밑에 기획재정부, 교육부, 인구부를 두어
3개부를 총괄적으로 전담하게 하면 성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지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부총리겸 00장관 하던것에서
부총리다운 부총리를 두어 3개 부서를 직접 챙기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수많은 예산을 탕진한 이유는
예산을 쪼개고 또 쪼개 하나하나 신청해서 받게함으로
수혜자에게 직접적으로 어필이 되지 않았으며
금액이 소액이라 피부에 닫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신생아 1인당 1억원 지원” 식으로 단순 명료해야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어요
현재 신생아 25만명을 기준으로 25조원만 있으면 되지요
사실 못 줄것도 없어요
그러나 목돈으로 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출산,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을
그때그때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을 고안해야 하지요
10년에 나누어 쓴다고 가정하면 우선 내년에는 2.5조원이면 되지요
20년에 걸쳐 2억원을 제시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야당이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씩 대출을 해 주고,
첫째를 낳으면 이자 면제, 둘째, 셋째를 낳으면 원금 50%, 100%를
탕감해 주자는 제법 괜찮아 보이는 안을 내놓았는데,
둘째, 셋째를 낳아야 제대로 지원하는 이런 방식은 일단 첫째를 낳아 키워 보면
둘째, 셋째를 낳을 결심을 쉽게 하게 된다고 하는
다둥이 부모들의 경험담에 비추어 볼 때 그리 좋은 방식이 아닌 것 같아요
재원 확보 방안은 간단하지요
기존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다 끌어모으고, 근년에 터무니없이 늘어난
공무원 인건비나 노인 복지 예산 등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을 다 찾아내고,
민자 유치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민자로 돌리면 되지요
달빛고속전철, GTX 연장·신설, 도심 철도 지하화,
그 무엇이든 민자 유치로 할 수 있는 것만 하게 하고
기존의 투자 예산을 최대한 저출생 대책 예산으로 돌리면 되지요
지금으로선 출생률 회복 이상의 절박한 투자가 없어요
출생률 저하를 막고 다시 높인다고 해도 2.1을 넘길 때까지
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이고, 인력 부족, 내수 부족으로
경제는 위축을 면치 못할 것이지요
그런데 부영그룹에 이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이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최대 1억여 원을 출산·육아 지원금으로
지급한다는 지원책을 내놓았어요
지난주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 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했지요
이어 IMM도 올해부터 출산한 직원에게 일시금 1000만원을 주고
자녀가 취학 연령이 될 때까지 매달 50만원을 지급하는
복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어요
셋째 아이부터는 고교 졸업 때까지 월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만 18세까지 1억1800만원을 받을 수 있지요
정부가 못 하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민간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지요
그러나 세금 문제가 기업들의 지원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어요
세법상 지원금에는 근로소득세나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이지요
부영은 세 부담을 줄이려 출산 장려금을 ‘근로소득’ 아닌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어요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추가분 1억원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약 3000만원 내야 하지만 증여 방식이라면 1억원 이하 증여세율
10%를 적용받기 때문이지요
다만 증여 방식이라도 회사는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있어요
현행 세법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지급해도 기업이나 직원이
상당액을 세금으로 떼이게 돼 있지요
저출생 극복만큼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없음은 언급할 필요도 없어요
정부가 온갖 정책을 발표하고 예산을 쏟아부어도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지요
기업들이 임직원에게 출산 장려에 돈을 쓰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이 대신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이런 공익적 일에 정부가 세금을 물려 불이익을 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아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기업의 출산 장려금 지급에
비과세나 면세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 등 폭넓은 세제 혜택을 검토해야 하지요
출산 장려금에 대한 세제 혜택은 출산 촉진으로 이어져
국가 전체적으로는 세수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다른 기업들 동참을 끌어내는 데도 꼭 필요한 일이지요
그리고 이민청은 “지금 당장” 적극적인 인구 보충, 그것도 가족(내수)을 동반하는
고급 인력의 유치에 진력해야 하지요
이 역시 이민청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지요
유입 이민이 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이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으로 공부하러 오게 만들고, 좋은 취업, 사업 환경으로
그 사람들을 미국에 머물러 살게 만듦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지요
이민청이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여기에도 많은 힘을 실어 주어야 하지요
단순 노무직의 경우에도 가족도 데리고 와서 살게 하고
궁극적으로 귀화도 가능하게 해야 하지요
혼자 와서 제한된 기간만 있다 가라고 해서는 숙련된 인력을
확보할 수 없고, 번 돈을 모두 본국에 송금하게 만들어
내수 위축의 원인이 되지요
이런 외국 인력 확보 방안들 역시 이민청 혼자 감당 가능한 과제가 아니지요
기재부의 기획하에 전 부처가 똘똘 뭉쳐서 실행해야 하고,
대통령이 앞장서야 가능한 일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실이 텅 빈 모습.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직원 가족에게
출산 장려금 2억원을 지급하고 있어요
부영그룹은 이날 저출생 극복을 위해 2021년 1월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지요